[항공안전 대해부③] 국내 LCC 안전관리 시스템 살펴보니


FSC 대비 낮은 평가…안전 투자비 천차만별
진에어 등 FSC 자회사, 모회사가 정비 지원


국내 주요 LCC 7개 사는 모두 항공안전 관련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관련 투자비는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사 제공 국내 주요 LCC 7개 사는 모두 항공안전 관련 국내외 규정에 부합하는 안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관련 투자비는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각 사 제공

항공기는 현존하는 모든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꼽힌다. 속도도 가장 빠르다. 안전하면서도 빠른 수단이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항공기를 이용한 여객은 1억200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사고율이 '0'인 이동수단은 없다. 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사고는 일어난다. 때로는 그 사고가 대형 인명사고가 되기도 한다.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또다시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다.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국내 항공업계의 안전 시스템과 글로벌 안전 트렌드를 다각도로 살펴봤다. 나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최의종·황지향 기자]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 수준은 대형 항공사(FSC)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세계 유일의 항공사 안전 및 제품 평가 전문 웹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저비용 항공사(LCC) 상위 25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국내 LCC 업체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해당 조사의 FSC 부문 8위에 이름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안전은 비용과 직결된다. 많은 비용을 투입할수록 안전도는 높아진다.


◆제주항공, 2024 LCC 항공안전 투자비 1위

항공안전투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주요 LCC 중 지난해 항공안전 투자비가 가장 많은 업체는 12·29 참사가 발생한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2024년 △경년항공기(기령 20년 초과 노후 항공기) 교체에 3025억원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2186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46억원 지출 등 총 5923억원의 안전 투자비를 계획했다. 올해는 경년항공기 교체비(2305억원)가 감소해 12%가량 줄어든 5234억원을 책정했다.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정비 인력은 470명으로 항공기 한 대당 약 11.2명이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비 인력을 2025년 말까지 56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동계 스케줄 1900여편을 감축하고, 운항 안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박헌우 기자 2024년 12월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 중이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숨졌다. /박헌우 기자

제주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주관하는 국제 항공운송 표준 감사 제도인 IOSA 인증을 2009년 1월 처음 받은 이후 정기적으로 개선된 인증을 재획득하고 있다. 이는 제주항공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항공안전체계를 갖췄다는 의미다.

다만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체계 재점검 및 강화가 필요하는 지적이 제기됐고, 관련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티웨이항공, 2025 LCC 안전 투자비 1위

지난해 항공안전 투자비 2위는 티웨이항공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예비용 항공기의 구입 또는 임차에 1768억원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1056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141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5769억원을 계획했다. 올해는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 등을 늘려 4.2% 인상된 6011억원을 책정했다. 2025년 기준 LCC 1위다.

티웨이항공이 운영 중인 안전 관리 시스템은 국내 항공안전법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부속서와 매뉴얼의 요건에 따라 제정됐으며, 최소 연 1회 관련 법령에 따라 검토 및 개정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격년으로 IATA로부터 안전 평가 인증을 받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한 대당 평균 12.8명의 정비 인력을 두어 안전 운항을 위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A330 및 B737 기종 신입 및 경력 정비사의 채용을 진행해 온 바 있으며,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정비사 인력 채용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5년 LCC 항공안전 투자비 계획은 티웨이항공이 1위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의 항공훈련센터. /티웨이항공 2025년 LCC 항공안전 투자비 계획은 티웨이항공이 1위로 나타났다. 티웨이항공의 항공훈련센터. /티웨이항공

이 관계자는 "정해진 주기에 따라 항공기 점검을 진행하며, 예방정비와 계획 정비를 통해 철저한 정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항공기의 운항 또는 비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항공기 사고, 준사고 등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비상대응계획(Emergency Response Plan, ERP)을 수립하고 이를 당사 사고절차교범 매뉴얼에 수록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연 1회 실제 비상상황을 가정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사 비상대응 절차 실전훈련을 실시해 조직의 비상대응 능력을 점검,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최고의 안전 기준을 유지하며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항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통합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운영

지난해 항공안전 투자비 3위는 이스타항공이다. 이스타항공은 △예비용 항공기의 구입 또는 임차에 4794억원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702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109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5185억원을 계획했다. 올해는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정비시설·장비의 구매 및 유지 관리비 등을 늘려 3.3% 인상된 5357억원을 책정했다.

이스타항공은 안전 관리를 위해 통합 안전 관리 시스템(이하 ESMS) 운영하고 있다. ESMS는 안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 분석이 가능하고, 비행스케줄 시스템, 비행분석 시스템, 인적자원 시스템 등 유관 시스템과 연계 사용이 가능해 운영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ESMS 구축으로 항공 안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자사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치 판단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은 "자사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치 판단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8.9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사의 모든 비즈니스에서 가치 판단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라며 "자체적으로 비행 전 객실 승무원 브리핑 시 (최근 자주 발생하는) 난기류 확인 절차를 넣었고, 매 비행의 기상, 비행 계획 특이 사항, 항공기 성능, NOTAM(항공고시보), AFTM(항공교통흐름 관리), 공항 정보 등을 공유한다. 또한 안전 조직 적정 인원 유지 및 해당 인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에어, 2025 안전 투자비 대폭 증액

대한항공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는 지난해 △경년항공기 교체에 542억원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1123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51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1801억원을 계획했다. 올해는 경년항공기 교체비를 대폭 늘리고(2317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 훈련비도 87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103.9% 늘어난 3672억원을 책정했다.

진에어는 모회사인 대한항공과의 포괄 정비 위탁 계약을 기반으로 격납고 사용 및 엔진 등 주요 부품의 수급 등을 지원받고 있다. B777-200ER의 경우 100% 위탁, B737 계열의 항공기는 운항 정비, 중정비, 엔진, 부품 정비 등을 위탁하고 있다.

진에어는 모회사인 대한항공과의 포괄 정비 위탁 계약을 기반으로 격납고 사용 및 엔진 등 주요 부품의 수급 등을 지원받고 있다. 진에어의 신입 정비사 교육 모습. /진에어 진에어는 모회사인 대한항공과의 포괄 정비 위탁 계약을 기반으로 격납고 사용 및 엔진 등 주요 부품의 수급 등을 지원받고 있다. 진에어의 신입 정비사 교육 모습. /진에어

진에어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10명이다. 이와 관련 진에어 관계자는 "'항공기 등록에 필요한 정비 인력 산출 기준'에 따라 철저히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안전 관련 개선 및 위험 관리를 위해 이사회 내에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1인으로 구성된 안전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외부 전문가의 정기적인 평가와 감독을 받고 있다"며 "국토부의 인가를 받은 비상대응 매뉴얼을 운영 중에 있으며 신속한 비상 대응을 위해 매년 전사적으로 항공기 비상 대응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부산 "최근 12년간 사고, 준사고 0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1664억원 △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에 121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28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1832억원을 계획했다.

하지만 올해는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비와 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비를 전액 삭감해 97.7% 줄어든 42억원을 책정했다.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8.8명이다. 이와 관련 에어부산 관계자는 "정비는 자체 정비 외에도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창사 이래 현재까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관리 강화에 힘써온 결과 최근 12년간 사고, 준사고 0건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며 "항공편 수가 10만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10년 이상 사고 경험이 없는 항공사는 당사가 유일하며 국토부에서 관리하는 '항공 운항 분야 안전성과 지표' 결과도 우수하다. 항공기 평균기령도 10.2년으로 타사(12.7~14.4년 ) 대비 낮다"고 강조했다.

에어부산은 창사 이래 현재까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관리 강화에 힘써온 결과 최근 12년간 사고, 준사고 0건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 에어부산은 ""창사 이래 현재까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관리 강화에 힘써온 결과 최근 12년간 사고, 준사고 0건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부산

아시아나의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지난해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703억원 △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에 27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8억원을 지출하는 등 총 756억원을 계획했다. 올해는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비를 소폭 늘리는 등 2.9% 인상한 778억원을 책정했다.

에어서울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4.3명으로 LCC 중 가장 적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국토부 규정에 맞춰 정비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LCC이지만, 아시아나항공에 정비를 위탁해 대형 항공사 수준의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IOSA 인증을 받지 않은 상태로, LCC 중 해당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은 이 두 곳이 유이하다.

◆에어프레미아, FSC 수준 정비사 보유

에어프레미아는 △항공기의 정비·수리·개조에 521억원 △부품 등의 구매 및 임차에 531억원 △항공종사자·직원의 교육훈련비로 25억원을 지출하는 1107억원을 계획했다. 올해는 항공기 정비·수리·개조비(1563억원) 등을 대폭 늘려 70.6% 인상된 1888억원을 책정했다.

에어프레미아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16.8명으로 FSC 수준이다. 사측은 매년 고위 경영진의 안전에 관한 의지, 목표가 반영된 안전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조직 전체에 전파하고 수행을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예기치 못한 비정상 상황 발생 대비를 위한 비상대응계획(ERP)을 수립하고, 연 1회 모의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16.8명으로 FSC 수준이다. /에어프레미아 2023 항공안전백서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사는 16.8명으로 FSC 수준이다. /에어프레미아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장거리를 운항하는 항공사로 항공기의 최대 회항 시간을 180분으로 연장하는 '회항 시간 연장 운항(Extended Diversion Time Operation, EDTO)' 승인을 2023년에 획득했고, 안개 등으로 가시거리가 짧아 항공기 이착륙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저시정 상황 하에서도 항공기 계기를 이용해 이륙과 접근, 착륙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정밀접근계기비행' 등급을 받는 등안전 운항을 위한 선제적인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안전은 항공사 경영의 최우선 과제이며, 핵심 경쟁력"이라며 "항공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회사 규모에 맞는 적절한 안전 투자로 안전도와 신뢰도를 높여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31일까지 11개 국적항공사 항공기 전 기종에 대한 종합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점검 결과 규정·법령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④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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