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성과 퍼포먼스 겸비한 프리미엄 전기 SUV
배터리 용량↑ 빠른 충전 속도 유지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이 국내에 출시된 지 3년 만에 부분변경 모델로 돌아왔다.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디테일을 개선하고 최신 기술을 반영한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를 왕복하는 코스를 통해 GV70 전동화 모델의 주행 성능과 실내 품질을 직접 체험했다.

시승 차량은 AWD 구동 방식에 20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로, 마칼루 그레이(무광) 외장과 옵시디언 블랙 모노톤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여기에 파퓰러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빌트인 캠,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II 등 다양한 옵션이 추가돼 상품성이 높았다.
부분변경을 통해 외관은 크레스트 그릴과 와이드한 범퍼 디자인으로 전기차 특유의 미래지향적인 인상이 강조됐다. 측면에서는 유려한 루프라인과 볼륨감이 돋보이며, 후면부 리어램프 디자인도 정교해졌다. 충전구는 차량 전면 그릴에 배치돼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했으나, 충전 시 차량을 정면으로 정렬해야 하는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실내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27인치 파노라마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운전석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통합돼 높은 해상도와 직관적인 UI(User Interface)를 제공하며, 정보 확인이 용이했다.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에는 미세한 햅틱 피드백이 제공돼 물리 버튼을 누르는 듯한 감각을 구현했다.

강변북로에 진입하자마자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돋보였다. 모터 소음과 노면 소음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고급 세단 못지않은 정숙한 실내 환경을 제공했다. GV70의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프리뷰 ECS)'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활용해 노면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최적의 댐핑을 제공한다.
자유로에서는 GV70 전동화 모델의 퍼포먼스가 두드러졌다. 360㎾(약 490마력)의 강력한 출력은 부스트 모드 활성화 시 0-100㎞/h 가속을 4초대 초반으로 단축시킨다.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빨간색 엠비언트라이트가 점등되며 강렬한 가속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다만 SUV 특성상 부스트 모드에서는 롤링이 다소 느껴지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고속 주행 시에는 차체가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으며, AWD 시스템과 최적화된 섀시 세팅 덕분에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도 뛰어나 차선 변경이나 코너링에서도 매끄러운 조향이 가능했다.
GV70 전동화 모델의 음성인식 기능은 주행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내비게이션 음량 조절, 핸들 열선 작동, 엠비언트라이트 색상 변경 등 다양한 기능을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어 운전 중에도 손을 떼지 않고 조작이 가능했다.

특히 '액티브 사운드' 기능은 인상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해 인공 엔진음을 제공하며 '호라이존(Horizon)'과 '헤리티지 블랙(Heritage Black)' 두 가지 사운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 개인 취향에 맞는 드라이빙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반자율 주행 기능은 운전 피로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지만, 경쟁 모델 대비 특별한 차별점은 크지 않았다. 기본적인 안전 보조 시스템과 수준급의 주행 보조 기능을 제공하는 정도다.
GV70 전동화 모델에는 SK온의 4세대 배터리가 적용돼 배터리 용량이 기존 77.4kWh에서 84kWh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기존 400㎞에서 423㎞(복합, 19인치 휠 기준)로 늘어났다. 배터리 용량이 증가했음에도 350㎾급 초급속 충전 시 19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빠른 충전 속도를 유지한다.
GV70 전동화 모델은 정숙성과 승차감을 갖춘 동시에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프리미엄 전기 SUV다. 다만 높은 가격대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풀옵션 모델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더라도 약 9000만원에 육박해 내연기관 모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다소 아쉽다. 또 스포츠 주행 시 배터리 소모가 빠르다는 점도 주행 거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다.
그러나 세련된 디자인, 고급스러운 실내, 강력한 주행 성능 등을 갖춘 GV70 전동화 모델은 프리미엄 전기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