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부터 관광객까지 인기
책 2000여권에 재즈음악까지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봄이 돌아오면서 서울 도심이 다시 책 읽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도심형 공간으로 설계된 서울야외도서관의 '책읽는 맑은냇가'는 공공 북클럽 '힙독클럽'으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종각역 인근 청계천 모전교에서 광통교까지 약 300m 구간에 위치한 책읽는 맑은 냇가. '그린 오로라' 테마의 독서 의자 220여 개는 모두 만석이었다. 이어지는 시민 행렬에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눈치 싸움이 계속됐다. 청계천 물가에 앉은 시민들은 책장을 넘기거나, 눈을 감은 채 흐르는 재즈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와 어우러진 도심의 정취 속에서, 소음과 분주함을 벗어나 평온한 순간을 즐겼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으려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흘러나왔다. 시는 분주한 현대사회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시 관계자는 "몰입을 핵심 콘셉트로, 시민들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곳곳에는 2000여 권의 신간 및 교양 도서가 담긴 책바구니가 비치돼 시민들이 쉽게 꺼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버스킹 공연이 어우러져 문화적 활기를 더했다. 외국인 방문객들도 자연과 어우러진 독서 공간을 즐기며 서울을 누렸다. 이민주(26) 씨는 "고민 끝에 프랑스 친구를 이곳에 데려 왔는데, 너무 좋아해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막상스(28·Maxence)는 "프랑스에는 이런 공간이 없다"라며 "매우 흥미롭고, 시민들도 여유로워 보여 좋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 공공 북클럽 '힙독클럽'…서울시 연계 '독서 프로그램' 운영
올해 서울야외도서관은 전국 최초의 공공 북클럽 '힙독클럽'에 주력했다. 올해 첫 모집으로 두 시간 만에 정원 1만 명을 채울 정도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시는 힙독클럽과 연계해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청계천 현장에는 '힙독이 출석체크' 부스 가 마련됐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출석 마일리지를 적립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독서 굿즈를 받을 수 있다. 돗자리와 북 라이트, 캠핑 의자 등이 포함된 '북크닉 키트'도 준비됐다. 시 관계자는 "독서를 개성과 멋을 표현하는 하나의 활동으로 바라보는 '텍스트힙' 트렌드에 맞춰 MZ세대의 독서 문화 정책을 선도하고자 한다"며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청계천 이외에도 광화문광장 '광화문 책마당'과 책읽는 서울광장'도 열린다. 세 곳 모두 주 3일(금·토·일) 운영한다. 상반기(4~6월), 하반기(9~11월 초)로 나눠 운영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해 여름밤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야간 프로그램 위주로 특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강서, 광진, 성북 등 14개 자치구에서도 공원과 도서관 앞 야외 공간을 활용한 '자치구 야외도서관'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매년 수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야외도서관이 올해는 힙한 독서 문화와 함께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라며, "서울 전역이 펀(Fun)한 독서로 들썩이는 매력적인 책읽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