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로 의욕·사명감 상실…'교직 포기' 교사 증가
미 루이지애나주 '구금권' 영국은 '물리력 사용' 가능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최근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권 침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도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사례가 많아 교사로서 사명감과 의욕을 잃고, 교직에서 이탈하는 수도 늘었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법률로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교실 통제권을 명확히 보장하는 등 교권 침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 교육활동 침해 증가세…매년 '교직 포기' 교사 증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5일 공개한 '2019~2023년 초·중·고등학교 중도 퇴직교원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정년 전 퇴직한 교원 수는 총 3만3705명으로 집계됐다. 퇴직교원 규모는 △2020년 6512명 △2021년 6642명 △2022년 6774명 △2023년 7626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9194명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초등교사가 1만554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등교사 1만2352명, 고등교사 8853명 순이었다. 5년 미만 저연차 교원은 총 1362명으로 4.0%를 차지했다.
교원 이탈의 주요 원인은 '교권 침해'로 꼽힌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이 12일 발표한 '2025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저연차 교사 이탈 원인을 교권 침해(40.9%), 사회적 인식 저하(26.7%), 업무 강도 대비 낮은 보수(25.1%) 순으로 진단했다. 교육부가 최근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실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심의·조치하는 기구인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개최 건수도 증가세다. 지난해 교보위 개최 건수는 4234건으로, 2023년 5050건보다는 줄었다. 그러나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과 비교하면 늘어난 수치다.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보호 5법' 개정 등 관련 법령이 정비됐지만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16일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일시적으로 분리해 개별 교육할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분리 교육'에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지금으로선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분리 교육 과정에서 잘못을 꾸짖기라도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 수 있다"며 "일선 학교에는 분리된 문제행동 학생을 전담해 지도할 여력이, 제도적으론 신고 당한 교사에 대한 지원책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민원을 넣는 학부모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 미국, 소송서 교사 적극 보호…독일은 훈육·규제 조치 명시
해외에서는 어떻게 교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 학생 수업방해 행동 실태와 교원권리 보호 정책'(한국교육개발원)을 보면 미국은 연방 법률인 '교사보호법'을 통해 교권을 보호한다. 학교 규율(훈육)과 교사의 아동학대 면책권을 제정한 이 연방법은 교사 보호에서 각 주의 교육 관련 법보다 상위에 있다. 교사보호법은 "교사는 학생을 훈육하거나 교실을 통제해 규율을 유지하려 할 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학교를 대신해 책임지지 않는다(고의나 범죄 행위, 중과실일 경우는 제외)", "훈육 시행, 학생 평가, 학교 안전 증진 등 법 또는 교칙을 준수한 대부분의 행위에 대해 소송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손해배상을 요구하려면 교사가 고의로 위법 행위를 저질렀거나 피해자의 권리나 안전을 명백히 무시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교권보호 방안은 주 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루이지애나 주는 2003년 7월 제정한 교사권리장전을 통해 교권을 보호한다. 권리장전에는 "교사는 특정 학생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의 질서를 방해하거나 학생이 반항적인 행동을 보일 때 교실에서 학생을 퇴장시킬 권리가 있으며, 루이지애나 주 법에 따라 해당 학생을 학교장의 구금(학교 내에서 통제된 공간에 두는 것) 하에 둘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있다. 미시간 주에서는 학생이 수업 흐름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교사의 교육권을 침해할 경우 교사는 해당 학생을 최대 하루 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긴급 정학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영국과 미국의 교권 확립을 위한 노력'에 따르면 영국은 2006년 제정된 학생의 행동 관리와 관련된 법인 '교육 및 검열에 관한 법률'에 교사의 지도 권한을 명시했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강제 퇴장시키거나 합당한 경우 물리력(신체 접촉)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물리력 사용에는 △금지물품(흉기, 주류, 약물, 담배 등) 소지 여부 확인을 위한 몸 수색 △수업 중 지시를 따르지 않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이끄는 행동 △싸움을 종료시키기 위해 학생을 몸으로 저지하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교사가 학부모의 동의나 사전 통보 없이 학생을 쉬는 시간 또는 방과 후 남겨 훈육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독일의 교권보호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에 따르면 독일은 교권보호를 위해 학교법에 교사가 훈계 조치와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주별로 학교법이 따로 존재해 상세 내용엔 차이가 있지만 질서 있는 교육과 교육업무, 사람과 재산의 보호를 위해 적용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베를린 주 학교법에서 따르면 교사는 사안에 따라 △학생과의 대화 △학급 규칙 세우기 △구두로 책망 △수업기록부에 기재 △배상 △물건 일시 압수 등의 6가지 훈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훈계 조치가 실패할 경우는 학교장 등의 심의·승인 등 절차를 거쳐 5단계의 규제 조치를 행할 수 있는데 △서면 경고장 발송 △10일 이내 수업 배제 △학급 교체 △전학, △의무교육(9년) 후 퇴학 등이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