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되는 아파트의 공통점은 [김원장의 경제학전]

정부는 분당·일산 등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안전진단도 면제 혹은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지난 2023년 확정했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이 적용된다./뉴시스 정부는 분당·일산 등 노후화된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고, 안전진단도 면제 혹은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을 지난 2023년 확정했다. 특별법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의 택지 등이 적용된다./뉴시스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중동신도시 포도마을에 붙은 현수막, ‘성공하면 신축, 실패하면 구축 아닙니까!’

그렇게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 끝났습니다. 서둘러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동의서를 받아오는 아파트는 자치단체가 주는 혜택이 많습니다. 용적률을 크게 올려주고 특히 여럿이 모아 재건축을 하니까(통합개발) 도로나 학교같은 인프라도 말끔하게 다시 건설할 수 있습니다.


다들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고 재건축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또 마음이 갈라집니다. 분당 재건축의 대장주라는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구역’. 4392가구를 재건축해서 7천 가구 멋진 새 아파트를 짓습니다. 그런데 주민 갈등이 폭발 직전입니다. 좋은 자리에 있던 아파트 주민들이 ‘새 아파트는 우리가 살던 위치에 지어야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다른 아파트 주민들과 마음 싸움이 격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선도지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추가분담금을 둘러싼 갈등도 커집니다. 분당 샛별마을이나 목련마을 등 선도지구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성남시에 추가분담금을 더 낮춰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건축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추가분담금을 낮추려면 분양가를 올리거나 기부채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재건축의 진짜 관건은 마음을 모으는 것입니다.

재건축 사업이 멈춰선 사업장은 대부분 주민들끼리 싸우다 일을 그르칩니다. 재건축 시장에는 ‘비대위 하나에 5년'이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아파트는 콘크리트로 짓지만 재건축은 마음으로 짓습니다. 사업성이 좋으면 후다닥 추진이 될 것 같죠. 개포주공1단지(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조합설립부터 입주까지 19년이 걸렸습니다.

인간이 알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타인의 ‘마음’인데, 인간이 이해하기 가장 힘든 게 또 타인의 ‘마음’이잖아요. 주변 다른 아파트 단지 생각이 다르고, 바로 옆동 주민들 생각이 다르고, 앞집 어르신 생각이 다릅니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단결하게 되고 누군가 단결하면 배제하는 힘도 그만큼 커집니다.

아파트가 점용하는 땅의 본질이 배제입니다. 시장경제에서 ‘소유권’은 누군가 내 땅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배제를 의미합니다. 재건축이 뭐길래. 그 배타적 공간 안에 함께 사는 사람들마저 또 이편저편으로 나눠져 싸우고 미워하게 됩니다. 이웃 사랑 대신 무지몽매한 무례함이 자리를 잡습니다. "209동 동대표는 아무래도 미친 것 같아"

우리는 비교의 민족입니다. ‘우리 산정액이 12억인데 저 아파트가 13억 원이라고?’ 내 것이 없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남과 비교해 낮은 것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999년 처음으로 재건축 주민설명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23년에야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습니다. 4424가구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이렇게 어렵습니다. 사업계획이 확정돼 공람공고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반대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사업성이 나쁜 게 아닙니다. 은마아파트의 용적률은 320%까지 올랐고 층수도 49층까지, 집값도 전용 84㎡형의 호가가 37억 원을 넘어갑니다. 그런데도 공영주차장을 왜 우리아파트에 짓느냐고 반대 주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여의도 재건축단지들도 용적률이 크게 높아졌고 이달 들어 대부분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의도의 한 아파트는 아예 1,2동과 3~11동이 따로 재건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재건축은 용적률과 분양가 싸움이 아닙니다. ‘마음 내려놓기 단체전’입니다.

민주주의라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설명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게 민주주의입니다. 요즘 우리는 이게 잘 안되죠. 다음 달이면 선정되는 1기 신도시 2차 선도지구는 순항할 수 있을까요. 서울 대치동에서, 목동에서, 또 대전 둔산에서, 전국적으로 거대한 재건축 시장이 열렸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사유화하는 거대한 상금을 걸어놓고 '타인의 마음 이해하기' 게임이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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