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별로 7~12봉지 분량, 단순 비교는 어려워
용도·보관법에 따라 성분 조정…비슷하지만 다른 맛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 씨(34)는 최근 마트에서 팔도비빔장 제품을 발견했다. 평소 즐겨 먹는 팔도비빔면의 소스 맛을 다른 요리에도 써볼 수 있을 것 같아 구매했는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제품 하나에 담긴 소스, 팔도비빔면으로는 몇 개 분량일까? 소면에 비벼 먹어도 팔도비빔면 맛이 날까?

최근 라면회사들이 라면 스프를 따로 제품화한 소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팔도의 '팔도비빔장', 삼양의 '불닭소스', 농심의 '배홍동·짜파게티 만능소스' 등이 대표적이다. 라면에서 즐기던 맛을 다양한 요리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자극한다. 그렇다면 병 소스 한 통에는 라면 몇 봉지 분량의 소스가 담겨 있을까?
제조사에 따르면 대표 제품들의 용량 기준으로 팔도비빔장은 약 팔도비빔면 12봉지, 불닭소스는 불닭볶음면 6~7봉지, 배홍동 만능소스는 배홍동 약 7.7봉지, 짜파게티 만능소스는 짜파게티 약 14봉지 분량이다. 각 라면 한 봉지에 들어 있는 스프의 무게는 평균 30~40g 내외이고, 병 제품은 200~380g 사이로 용량이 구성돼 있다.
용량 기준으로 비교하긴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라면에 들어 있는 스프와 별도 소스 제품은 용도가 다르다. 제조사가 용도에 따라 성분을 조정하기 때문에 라면 스프와 완전히 같은 맛을 구현하긴 어렵다. 라면 내 액상스프는 봉지에 들어 있는 유탕면과 조리 조건에 맞춰 설계돼 있고 병에 들어 있는 소스와는 보관 방법부터 조리법까지 다르기 때문이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라면에 들어가는 액상스프는 점성과 농도가 진한 편이고 소스 제품은 더 다양한 요리에 어울릴 수 있게 점도를 낮추거나 맛을 강화한 경우가 많다. 소스 제품들은 냉장보관을 권장하지만, 라면은 실온에 보관해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소스 제품을 따로 구매해 소면에 비벼 먹더라도 조리한 라면 제품과는 다른 맛이 날 것이라고 제조사 측은 설명했다.
팔도 관계자는 "팔도비빔장은 팔도비빔면 스프보다 산미를 낮춰 뜨거운 음식에도 쓸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농심 관계자는 "배홍동이나 짜파게티 만능소스는 라면 소스를 바탕으로 했지만, 면 외에도 밥, 고기, 채소와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입에 넣었을 때는 맛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측도 "불닭소스는 불닭볶음면보다 매운맛을 강화하고 단맛을 더해 감칠맛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라면 소스 제품들은 대부분 소비자 요청에서 출발했다. 팔도는 지난 2017년 만우절에 기획한 팔도 비빔장 출시 가상 이벤트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후 비빔면 구매 시 비빔장 파우치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호응을 얻자 2019년 이를 병 제품으로 구현해 정식 출시했다. 삼양식품도 SNS에서 불닭볶음면 관련 레시피가 확산되자 병과 스틱형 소스 제품을 연달아 제작했다. 농심은 배홍동과 짜파게티 브랜드 확장을 계기로 만능소스를 선보였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라면 스프를 소스로 제품화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비슷한 제품군이 꾸준히 출시될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소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제품 구성이나 맛의 다양화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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