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선거 소음 기준에 시민들 '울상'
"온라인 등 이용 선거운동으로 변화 필요"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미래를 걸고 소중한 한 표 부탁드리겠습니다."
6·3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 21일 오후 6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 지하철역 앞은 대선 후보자 퇴근길 유세가 한창이었다. 인근에는 왕복 8차선 도로와 횡단보도가 있어 100명에 가까운 시민들로 북적였다.

10명의 선거운동원은 유행하는 노래를 개사한 음악에 맞춰 후보 이름이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지나가는 일부 시민은 응원을 하거나 고객을 끄덕였다. 인증샷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
반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한 여성은 두 귀를 막고 있었다. 이 여성은 신호가 바뀌자마자 역을 향해 달려갔다. 다른 여성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난리 났다"며 삿대질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유세 차량을 째려본 뒤 서둘러 승차했다.
20대 허모 씨는 "학원 수업 시간에 노래를 틀어놓고 유세를 하니 방해를 받는다"며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데, 근처에 학원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도 피로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이모 씨는 "너무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만 아니면 될 것 같다"면서도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막아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선거 유세 관련 민원은 총 1만9949건에 달했다. 이중 '선거 유세 차량 소음 피해 신고' 등이 주요 민원으로 꼽혔다.
공직선거법 79조는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장치의 경우 정격출력 40킬로와트(㎾), 음압수준 150데시벨(㏈)을 넘기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150㏈가 전투기 이착륙 소음인 120㏈, 철도변 소음 100㏈보다 높다는 것이다.
확성장치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이다. 한 네티즌은 X(옛 트위터)에 "요즘 진짜 화난다. 아침 7시부터 선거 유세 차량이 2시간동안 노래를 엄청 크게 틀어놓는다"며 "누가 아침 7시부터 노래를 그렇게 크게 트냐. 배려 좀 해달라"고 했다.
다른 네티즌들은 '제발 자고 싶다', '진짜 국민을 위한다면 주말 오전에 유세는 하지 말아라' 등 글을 남겼다. '무소음 선거 유세는 없을까', '나이트클럽 홍보냐' 등 비난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선거운동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운동이니만큼) 사람 많은 데서 할 필요는 있지만 야간이나 업무 시간 등은 피하는 등 (유권자들을) 존중해줄 필요도 있다"며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게 뭔지 선거운동의 방식이 좀 바뀌어야 되겠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면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선거 거리 유세와 같은 캠페인이 정보를 얻고 후보를 결정하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를 조사·연구를 해보면 되겠다"며 "앞으로 TV를 통하거나 숏폼 등 온라인과 같은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이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