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돌기둥 설치 사업이 일부 국가의 석재 기증 거절과 설계 지연 등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조감도./서울시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돌기둥 설치 사업이 일부 국가의 석재 기증 거절과 설계 지연 등으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돌기둥은 올해 9월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5월로 연기됐다. 시는 기증 받지 못한 돌기둥은 석재를 직접 구입해 세운다는 방침이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6·25전쟁 참전국 22개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해 총 23개의 돌기둥을 설치할 계획이다. 모든 돌기둥은 인도산 ‘스틸 그레이’ 석재로 제작되며, 국가별 기증 석재의 크기와 수량이 달라 각 기둥 하단에는 최대 4개까지 석재를 담을 수 있는 모듈형 구조가 적용된다.

앞서 시는 오는 9월까지 세종문화회관 북측 세종로공원과 광화문광장에 참전국에 존경의 의미를 담은 '감사의 정원'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7∼7m 높이의 22개 조형물 '감사의 빛 22'은 이를 대표하는 상징적 조형물이다. 참전국 고유 석재를 활용해 제작하고 측면에는 각국 언어로 된 애송시나 문학작품, 문구 등을 새겨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린다.

당초 시는 22개국 참전국에서 채굴된 석재를 얻어 조형물을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석재 기증을 확정한 국가는 인도와 그리스, 독일, 호주 등 8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국가는 본국 사정을 이유로 기증이 어렵다고 밝혔고, 일부는 현재 협의 중에 있다"며 "내년 말까지 참적국의 기증 여부에 따라 이후에 교체할 수 있도록 계획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 3일 열린 '세종로공원 및 상징조형물 조성 설계공모 당선작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다./서울시

돌기둥 설치에 필요한 석재 조달이 어렵다는 우려는 계속돼 왔다. 시는 지난 2월 주한 외교사절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석재 기증을 요청했으나, 외교사절들 사이에서는 석재 크기에 따른 부담, 사업 일정의 촉박함, 각국 행정절차에 따른 시간 소요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 역시 지난 2월 28일 6·25 전쟁 참전국 22개국에 서한을 통해 감사의 정원 기념석 기증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당시 서한에서 "사업 추진 일정이 매우 촉박해 다시 한번 여러분의 이해를 부탁한다"라며 "대사관 실무진이 관련한 내용을 잘 확인하고 서울시 실무부서와 긴밀히 소통할 수 있도록 대사님의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두고 사업 발표가 성급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는 설계 제안과 현장 상황 간 차이 등으로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일 뿐, 사업은 정상 추진 중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장 여건이나 설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지장물 등이 발견돼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이라며 "사업 자체는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했다.

시는 내년 5월까지 돌기둥 설치를 마무리하고, 참전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 기증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감사의 정원은 연간 2500만 명이 찾는 광화문광장에 6·25전쟁 22개 참전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담아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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