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82년생 김지영', 박스오피스 1위 '관심'
[더팩트|박슬기 기자] 과거 한 배우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배우의 이름보다 맡았던 배역의 이름으로 기억해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그만큼 캐릭터와 일치됐다는 증거기 때문이다. 배우 정유미 하면 생각나는 몇몇 배역의 이름이 있다. 주열매(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한여름(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이번엔 새로운 이름. '82년생 김지영'으로 돌아왔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정유미를 만났다. 다소 낯선 쇼트커트로 나타난 그는 동그란 눈으로 기자들을 바라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이 젠더갈등으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정유미는 앞서 사회적 문제를 대변하는 몇몇 작품에 출연했다. 청춘들의 퍽퍽한 현실을 담은 tvN 드라마 '라이브'와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아동 학대 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가 대표적이다. 그런 그이기에 이번 선택도 의외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작품을 한다고 해서 제 주변 공기가 크게 바뀔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만약 바뀐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죠. 늘 영화를 찍었고, 공개할 때가 되면 공개를 하고요.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이 여운을 가져가고 싶어요."
사실 정유미에게 놀란 건 그가 30대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작품 '연애의 발견'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 보여준 사랑스러운 이미지가 커서였을까. 정유미가 표현하는 주부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이후 영화를 통해 확인한 그는 여지없이 82년생 김지영이었다.
"결혼과 육아를 한 적이 없어서 사실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죠. 그래서 결혼한 주변 친구들에게 '어때?'라고는 물어봤는데 구체적인 조언 보다는 '주부들 진짜 이래' '이런 사람 많아' '잘 찍어' 정도였죠. 시나리오와 책에 많이 기댔던 것 같아요. 또 감독님이 아이 둘을 키워서 디테일한 팁을 많이 얻었죠. 예를 들면 유모차를 발로 밀면서 휴대폰 하는 모습 등이요. 하하."
그동안 영화 '염력' '더 테이블' '부산행' 등에서 악역, 여배우, 임산부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정유미지만 '82년생 김지영'에서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여러 인물에 빙의돼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에선 몰입도가 절로 높아진다.
"어떤 연기는 기술로, 또 어떤 연기는 기술 안에서 감정을 만드는 연기도 있는데 빙의 장면은 오롯이 그 공간 안에 있는 호흡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 공간 안에 들어가서 각자가 해야 하는 것들을 하면서 호흡을 주고 받는거죠."
원작 소설 조남주 작가는 정유미에 대해 '완벽한 캐스팅'이라고도 평하기도 했다. 정유미는 "그렇게 봐주시면 너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그는 김지영을 표현하기 위해 원작 소설에서 많은 부분을 도움받았다.
"이번 작품은 작업 방식을 평소와 달랐어요. 어떤 장면을 콕 집을 수 없지만, 촬영장 가는 길 대부분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갔죠. 안 읽은 날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소설이 더 세부적으로 설명돼 있어서 거기에 많이 기댔죠. 다른 작품은 주로 전날에 대본 필사를 하는 편이에요."
그 말을 듣고 "책이 너덜너덜해진 건 아니냐"고 묻자 정유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다. 그렇게까진 아니다. 깨끗하다"라며 웃었다.
정유미는 2~30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힌다. 오미 조밀한 외모와 트렌디한 패션센스 등이 그 이유다. 하지만 그가 '82년생 김지영'에 출연을 선택하며 다수의 팬이 등을 돌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논란이 될까 궁금했어요. 책을 읽고 나서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죠.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젠더 갈등으로) 보일 수 있겠다'라고 이해해보고 싶은 상태에요. 하지만 비판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요. 이런 거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응원을 해주시고 '용기 냈다'라고 표현해 주시는 분에게 정말 감사해요. 다만 이 일로 에너지 소모를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에게 물었다. 배우 인생에서 김지영은 어떤 인물로 남을지에 대해서. 그러자 정유미는 웃으며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은 모르겠어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것 같아요. 사실 '로맨스가 필요해'의 주열매를 연기하고 나서 그 당시는 생각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열매 잘살고 있나?' 하고 궁금해지더라고요. '캐세라세라' 속 현수도 그렇고요. 그래서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나중엔 궁금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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