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연과 열애설? 과몰입 막고 싶지 않아"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배우 황인엽은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가족으로 치유했다. 성은 다르지만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독특한 가족을 만든 그는 "꼭 피를 나누지 않아도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편이 돼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게 가족"이라고 정의했다.
지난달 27일 종영한 JTBC 수요드라마 '조립식 가족'(극본 김승호, 연출 홍시영)은 10년은 가족으로 함께 했고 10년은 남남으로 그리워했던 세 청춘이 다시 만나 펼쳐지는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MZ세대 대세 배우 황인엽 정채연 배현성과 베테랑 배우 최원영 최무성이 출연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를 만난 황인엽은 "김산하라는 인물로 열심히 달렸는데 고민하고 준비한 만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호흡한 배우들과 잘 맞고 현장 분위기와 감독님이 좋으셨기에 '행복하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황인엽은 외모와 성적이 출중한 모범생이지만 어린 시절 겪은 일로 마음 한편에 늘 아픔을 지니고 있는 김산하를 연기했다. 과거 불의의 사고로 여동생을 잃었고 그 충격으로 엄마 권정희(김혜은 분)는 "이 모든 게 산하 탓"이라며 집을 떠난다. 산하와 아빠 김대욱(최무성 분)은 아랫집 윤정재(최원영 분) 윤주원(정채연)과 함께 생활하고 여기에 강해준(배현성 분)까지 주원 집에 살면서 다섯 명이 한 가족을 이룬다.
"가족 이야기가 서정적이고 잔잔한 내용이라 생각하지만 가족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만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내 마음이 가장 솔직해지는 게 가족이기에 '정말 가족같이' 보여야 하는 게 중요했죠. '어떻게 하면 좋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느 순간 우리 자체가 '가족'이 돼있더라고요."
황인엽 정채연 배현성의 '케미'는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세 사람은 성은 달라 법적 가족은 아니지만 쉴 새 없이 투닥거리며 진짜 삼남매 못지않은 끈끈한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전했다. 황인엽은 비결로 '진짜'를 꼽았다. 꾸며낸 게 아닌 정말 시간을 함께 보내 자연스러움이 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 중 갑자기 배현성 정채연과 함께 노는 영상을 보여줬다.
"(서로) 쉴 수 있게 스케줄을 바꾸는 등 티 안 나는 배려가 있었죠. 제 향기가 좋다고 해서 현성이랑 채연이한테 향수를 선물하고 편지도 써줬어요. 셋이 이번 달엔 주 1회 봤어요. 나이 차이가 좀 있다 보니 MZ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채연이가 '오빠는 M이고 우린 Z야' 이러더라고요.(웃음)"
그리고 '케미'가 너무 좋은 탓에 정채연과 황인엽은 때아닌 열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에 황인엽은 "'우리가 (열애설이 날 만큼) 그랬나?' 했다. 가족 순간이 많고 현성이까지 셋이 자주 다녔으니까"라며 "그런데 과몰입을 막고 싶진 않았다. 열애 의혹이 있을 만큼 좋은 '케미'로 봐준 건 오히려 절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은 사회가 정한 틀에 속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황인엽의 '진짜 가족'은 이상적이고도 따뜻한 가족 그 자체였다. 그는 "힘들다고 말하면 뭐든걸 중단하고 집에 오실 만큼 친구 같은 부모님"이라고 설명했다. 또 3살 터울 남동생과 20살까지 같은 침대에서 잤다고 처음으로 고백했다.
"동생을 사랑하고 존중과 배려를 기본 베이스로 깔고 있어요. 표현하는 걸 좋아해 편지도 쓰고요. 20살 때까지 같은 침대에서 잤어요. 엄마가 애교가 많으시고 또 아빠가 오면 다 같이 포옹해요. 넷이 잘 뭉쳐요. 그래서 김산하 가족이 이상했어요. 촬영하다가 고통스러울 만큼요."
황인엽이 '고통스럽다'고 말한 데엔 산하가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크기 때문이다. 작품서 엄마는 10년 동안 연락 없다 갑자기 산하를 찾아온다. 새로운 자식이 있는 엄마는 산하에게 '내가 너를 용서하는 거야'라는 차가운 말로 상처를 또 준다. 그럼에도 산하는 이를 외면하지 못한다.
"엄마는 탓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산하가 애처롭고 불쌍한데 이걸 이해하기보단 그렇게 해서 '엄마가 숨이라도 쉴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오로지 상처받겠다' 이런 생각이었죠. 엄마-나 관계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 사이 상처가 있잖아요. 그 고통은 내가 가늠할 수 없다 생각해요. 엄마한테 사랑받는 걸 알고 있기에,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던 일종의 '희망 고문'이 아니었을까요."
산하는 대학을 서울로 간 뒤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해동에 내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정재와 대욱은 나이가 들었고 주원은 서운함이 폭발한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돌아온 해준과 함께 해동을 찾은 그는 "다시는 다른 곳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황인엽은 산하가 돌아올 수 없었던 이유로 '상처'를 언급했다.
"'조금이라도 지나면 나아졌겠지' 희망을 품었는데 오히려 행복하지 않으니까 자신이 없어서 못 돌아왔어요. 가족한테 차마 꺼내기 어려운 말들, 가족이 들으면 슬플만한 말을 못 하는 것처럼 상처가 큰 거겠죠. '미국도 아니고 서울인데?' 싶지만 미국과 거리와 서울-해동 거리가 똑같다고 생각해요. 더 깊숙이 가라앉았고 그 깊이가 대본엔 쓰이지 않았기에 행간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황인엽은 이 행간을 '눈빛'으로 채웠다. 그간 보여준 눈빛과 다른 색깔로 '말하는 느낌'을 더욱 담았다고 한다.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바라봤어요. 성인이 되며 '남자의 눈빛'으로 주원을 보거든요. '더 이상 고등학생이 아니야' '너한테 남자로 다가가겠어' 일종의 선전포고요. 또 엄마를 볼 땐 엄마를 대하는 마음으로 강력하게 표현했고요. 해준이는…물건 보듯?(웃음) 장난이고요. 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아이고 산하는 해준이를 위해 죽을 수 있어요. 다리도 대신 다칠 수 있고요. 이건 사랑이죠. 피를 나눈 형제고요."
이처럼 복잡한 여러 감정이 들어있는 김산하다. 황인엽은 이런 그를 표현하기 위해 상처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그간 자신이 캐릭터를 선택한 기준은 '캐릭터의 성장'이 있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누구한테 말 못할 상처가 다 있잖아요. 그대로 내버려둔 채 어른이 되면 괜히 자격지심이 생기고 예민하고 민감해지는 등 은연중에 보이는 것 같아요. 여기서 산하에 대해 뻗어나갔어요. 산하는 성장하는 게 포인트거든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끝내 이뤄내는 게 있는지 중요해요."
끝으로 황인엽은 산하가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김산하를 생각할 때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짚을 수 있는 그런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culture@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