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오겜2', 기훈 役으로 한 번 더 활약
이정재의 책임감 "다양한 작품 만들어야 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캐릭터라는 유기체보다는 작품이라는 공동체에 더욱 집중한다. 캐릭터의 설정보다는 연출가의 의도를 녹여내는 데 보다 더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일까. 배우 이정재의 책임감은 광범위하다. 꾸준히 해 온 연기자로서도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제작사로서도 연출가로서도 계속해서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이정재는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각본·연출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즌1에 이어 성기훈 역을 맡은 그는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6일 베일을 벗은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시리즈다.
앞서 2021년에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은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시즌2 제작을 확정했다. 기훈을 제외한 출연진 대다수가 죽음으로 끝을 맺은 만큼 캐스팅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던 작품이다. 이에 '오징어 게임'은 3년 만에 시즌2를 전 세계 시청자에게 선보이게 됐다.
글로벌 히트작인 만큼 작품은 공백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3년간 꾸준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오징어 게임2'는 공개하자마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1위에 등극했을 뿐만 아니라 플릭스패트롤에서 시청 집계를 하는 93개국 모두에서 1위에 올라 5일째 기록을 유지 중이다.
이정재는 "글로벌 성적이 매우 좋아 감사하다"며 "특히 현재 시즌3를 계속 작업하는 시점에서 시즌2에 대한 반응은 중요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좋은 기회이지 않나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재의 말처럼 '오징어 게임'은 시즌2와 시즌3를 나눠 공개한다. 시즌1과 달리 열 몇 개의 회차가 예상되며 시즌을 나누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에 제작진은 '클리프행어(주인공이 어렵거나 위협적인 상황에 처하거나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충격적인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을 가리키는 용어)' 방식을 채택해 7회까지만 시즌2로 공개했다.
이정재는 "이번 작품을 통해 '클리프행어'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됐다. 어떻게 보면 다음 시즌을 안 보면 안 되게끔 하는 요소지 않나.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도 '장사할 줄 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사실 전편을 공개하려면 일정 자체가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너무 늦어지니까 시즌을 나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즌2와 3 사이에 텀이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즌1 당시 456억 원의 상금을 획득한 기훈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 복수를 꿈꾸며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그런 기훈의 선택이 쉽지 않은 만큼 시청자들로서도 쉽사리 이해가 되진 않는다. 이정재는 "시즌1 때 선한 마음이 작은 것을 바꾸는 희망을 보여줬다. 반면 시즌2에서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는 '양심'이었다"며 "남에게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자신만의 양심을 지키는 인물이 많았으면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고 기훈의 역할을 곱씹었다.
"내 양심을 감추고 안 좋은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가는 일들이 많잖아요. 반면 기훈이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이를 도저히 외면하지 못하죠.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겠다는 작은 용기를 내요. 이런 사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많이 느꼈어요."
그렇게 다른 사람과는 달리 경험자로서 게임에 참가하게 된 기훈이지만 그의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그의 목적 달성은 쉽지 않았다. 올곧은 신념은 이해하지만 그의 선택이 자꾸만 부정적인 결과를 낳자 이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훈의 좌절과 실패가 시즌2의 주된 골자란다.
이정재는 "기훈의 노력이 실패하는 과정이 계속되다 보니 답답함을 느낄 것이라고는 예상했다"며 "하지만 친구 정배(이서환 분)의 죽음까지 겪는 기훈의 처절함은 연출가이자 각본가의 의도였다. 기훈을 가장 낮은 곳까지 떨어뜨리고 짓밟는 것이 시즌2 내용의 쟁점이다. 그렇게 좌절한 인물이 심리적인 상황을 어떻게 추스르고 나머지 게임을 헤쳐나갈 것인지를 주의 깊게 봐 달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기훈의 단순하고 해맑기도 했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즌2에서 기훈은 시종일관 어둡다. 때문에 더 다양해진 캐릭터 사이에서 홀로 밋밋해 오히려 튄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정재도 고민이 많았단다. 그는 "시즌1에서는 밝은 면부터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 다층적으로 보여주는데 시즌2는 다르다. 다양한 컬러보다는 목적성이 뚜렷해진 몇 가지의 색깔만 보여줘야 했다"며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3년이 지난 기훈이는 이미 어두운 모습으로 달라져 있다. 당시의 감정과 성격을 토대로 시즌2가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저 또한 밝음을 보여드릴 수는 없을까 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욕심이죠. 대신 정배를 통해 기훈이의 밝았던 예전 모습을 대변하고 이 외에도 웃음과 유머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포진돼 있었어요. 이게 작품인 것 같아요. 비록 제가 다양한 색을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그런 부분은 다른 배우들이 나눠서 하는 측면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팀워크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건 한국 전통 놀이가 국내 시청자들에겐 추억을,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로움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2에서도 여러 게임을 녹이고자 했다. 특히 팀전이 추가됐고 이정재는 이를 통해 제기차기를 소화해야 했다.
"2개 차기도 힘든 게 제기차기"라고 강조한 이정재는 "연습 없이는 절대 안 됐다. 5개를 차기 위해 두 달을 꾸준히 연습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이정재에게 여러 성과를 안겼다. 특히 '오징어 게임2'는 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리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정식 방영되기도 전에 작품이 후보에 오르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작품이 수상의 영광까지 얻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하나하나 이루는 것이 많을수록 이정재의 책임감은 커졌다. 그는 '한국 콘텐츠의 확장과 확대'를 계속해서 강조했다. 이정재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향한 해외의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기회에서 우리는 더 재밌고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편수 자체가 많이 줄지 않았나. 과거 150편을 만들어야 '기생충' 등 글로벌 히트작이 나왔다면 지금은 30편도 안 되는 실정이다. 즉 그만큼 잘될 수 있는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일단은 편수를 늘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그래야만 그 안에서 '제2의 기생충' '제2의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있어요.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어야겠죠. 그리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힘을 합쳐야 해요. 현재 글로벌 프로젝트가 다양해지는 기회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