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송혜교의 대체 불가함


'검은 수녀들' 유니아 수녀 役 맡아 11년 만에 스크린 복귀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미래가 있을 것"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UAA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UAA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송혜교가 수녀복을 입고 입에 담배를 문 채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하며 늘 최정상을 지켰던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을 택해왔다. 그렇게 데뷔 28년 차에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자신의 '대체 불가함'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송혜교는 지난달 24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로 11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개봉을 앞둔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예전과 홍보 방식이 너무 바뀌어서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지금은 즐기고 있다"고 설레는 마음과 함께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15년 개봉해 544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두 번째 이야기다.

먼저 송혜교는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제 얼굴이 예쁘게 나오는지를 먼저 봤는데 이제는 예쁨보다 '내가 표현하는 게 잘 담겼나?'를 보게 된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신을 연기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구마신을 보면서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어?'라는 순간도 있었다. 만족스러웠다"며 "제가 해야될 몫은 끝났다. 현재에 주어진 걸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해서 홍보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혜교는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NEW 송혜교는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NEW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 이후의 작품으로 '검은 수녀들'을 택한 송혜교다. 앞서 그는 '검은 수녀들'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행보에 관해 "'더 글로리'를 끝내고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동안 드라마 '가을동화' '풀하우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등 로맨스·멜로 장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어떠한 이유로 작품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송혜교는 "멜로 드라마를 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지만 요즘에는 장르 연기를 재밌게 하고 있다"며 "멜로 드라마들이 너무 감사한 작품들이지만 '이 배우가 이런 류의 드라마를 잘한다'는 확실한 보장이 생기니까 비슷한 대본이 많이 들어왔었다"고 말을 이어가며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저였다면 '이걸로 성공했으니까 우리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할 텐데 멜로만 들어오더라고요. 그 안에서 제일 재밌는 작품을 찾아서 연기했어요. 다 다른 사랑 이야기지만 결국은 또 사랑이라서 제가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보시는 분들도 이러한 걸 느끼신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정말 좋은 타이밍에 '더 글로리'를 만나서 연기가 재밌어졌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어요. 본능적으로 장르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송혜교는 오직 한 소년 희준(문우진 분)을 살리겠다는 의지 하나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식을 준비하며 자신의 계획을 몰아붙이는 대범하고 저돌적인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듯한 이면에 간절한 진심을 가진 인물을, 수많은 대사나 친절한 전사가 아닌 눈빛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그는 "자기가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밀어내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분)와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바라봤다.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어떠한 것에 있어서는 쉽게 흔들리지 않고 반응하지도 않았어요. 그런 면에서 자유롭기는 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게 첫 번째인 수녀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그런 수녀야'라는 생각을 계속했고, 마지막 구마신을 위해서 앞에서 감정을 조금 눌렀어요. 구마신은 평상시에 쓰지 않는 말들로 이루어지잖아요. 악령과 대화하는 대사 자체도 전혀 쓰지 않는 톤이라서 마냥 어색했는데 현장에서 함께 연기하고 감정을 넣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송혜교(오른쪽)는 너무 좋은 배우를 만났고 좋은 동생을 얻었다고 연기 호흡을 맞춘 전여빈을 향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NEW 송혜교(오른쪽)는 "너무 좋은 배우를 만났고 좋은 동생을 얻었다"고 연기 호흡을 맞춘 전여빈을 향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NEW

'더 글로리'를 만나 연기의 재미를 다시금 느낀 송혜교의 달라진 마음가짐은 이번 작품에도 적용됐다. 바로 촬영 6개월 전부터 흡연 연습을 한 것.

그는 "20대 때 담배를 피우는 캐릭터가 들어왔는데 하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싫었고, 제가 술을 마시니까 몸에 나쁜 건 하나만 하자는 생각도 했다"며 "이번에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흡연 부분을 빼면 유니아의 성격이 잘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았다. 흡연하는 분들은 진짜인지 아닌지 구분이 된다더라. 첫 장면이 흡연 신인데 가짜로 피우면 유니아의 모든 게 가짜로 보일 것 같아서 흡연 연습을 했다"고 남다른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또한 송혜교는 유니아에 반발심을 가지면서도 마음이 기우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한 전여빈과 끈끈한 워맨스를 형성했다. 그는 "너무 좋은 배우를 만났고 좋은 동생을 얻었다. 현장에서는 되게 샤이한데 연기만 하면 돌변하는 스타일"이라며 "여빈이는 표현을 잘한다. 그날 느꼈던 마음을 항상 문자로 보내주는데 위로가 됐고 행복했다. '나도 여빈이처럼 누군가에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돼보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멋진 친구"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 개봉을 앞두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부터 다비치 강민경의 유튜브 채널 '걍밍경'을 통해 브이로그를 공개하는 등 배우 이전에 사람 송혜교의 모습을 공개하며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느끼고 있는 그는 '앞으로 더 예능에 출연할 생각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제가 예능을 하면 앞으로 멜로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

"저도 이번에 좋은 에너지를 받았어요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는데 생각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되게 행복했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브이로그가 2편으로 끝나서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아쉬울 때 끝내자는 마음도 있어요. 제가 컴퓨터를 잘 못 만져서 앞으로도 직접 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웃음)."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은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이자 오컬트에 처음 입문하기 딱 좋은 영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UAA 송혜교는 "'검은 수녀들'은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이자 오컬트에 처음 입문하기 딱 좋은 영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UAA

1981년생인 송혜교는 1996년 CF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톱스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쉼 없이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대중과 만났지만, 인간 송혜교의 일상이나 마음속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가운데 11년 만에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시간의 흐름과 쌓인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진 마음가짐과 인생 가치관도 꺼내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가 같이 늙으니까 나이를 먹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요. 20대와 30대를 거쳐 지금의 얼굴이 된 거죠. 물론 보이는 직업이니까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죠. 사실 저는 신념이 없어요.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별로 궁금하지 않고 현재가 가장 중요해요. 일단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돌이켜보니까 제 자신을 첫 번째로 두고 살아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첫 번째는 무조건 나'로 생각하고, 제가 좋아서 움직이니까 제가 더 커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두 배로 사랑을 줄 수 있게 됐어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이자 송혜교와 전여빈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검은 수녀들'은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규칙을 깨고 구마를 하는 두 수녀의 연대라는 차별화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이렇게 두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한 송혜교는 "여성 둘이 나오는 영화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요. 거기다가 설에 개봉하게 되니까 너무 감사해요. 그렇지만 부담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너무 잘됐으면 좋겠어요. 오컬트 영화라고 해서 너무 무섭겠다고 생각할 수도, 또 무서운 걸 기대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저는 오컬트 영화지만 두 신념이 다른 두 여성이 다시 하나가 되고, 아이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달려가는 연대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고, 오컬트에 처음 입문하기 딱 좋은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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