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많고 따뜻했던 송대관의 평소 지론 '감사' '배려' '덕분에'
故 현철 이어 고 송대관까지 떠난뒤 후배가수들 비통의 눈물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국내 정상급 가수들한테는 오래전부터 '지존'에 버금가는 호칭이 많이 붙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트로트 황제', '가황', '가왕', '여왕', '퀸', '프린스', '프린세스' 등입니다. '박수칠 때 떠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이행하며 영구 은퇴를 선언한 나훈아는 '가황' 또는 '트로트 황제'로 불렸습니다. 나훈아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조용필은 '가황'보다는 '가왕'이란 꼬리표가 더 친숙합니다.

'불세출'이란 표현도 극존칭 수식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세출(不世出)은 '좀처럼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반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고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데요. 가요계에서는 2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故 배호에게 붙은 호칭입니다. '불세출의 가수' 배호는 6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를 누린 남자 트로트 가수이자 '요절 신드롬'을 남긴 주인공입니다.

◆ 故 송대관, 故 현철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대 천황' 군림
우리 가요계에는 또 개인이 아닌 그룹 형태로 특별한 호칭을 얻은 주인공들도 있습니다. 바로 '트로트 4대 천황'으로 불린 현철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인데요. 이들은 자그마치 30년이 넘도록 인기를 독차지하며 대한민국 트로트계와 방송가를 쥐락펴락했습니다. 이들은 내놓는 신곡마다 히트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누렸고, 덕분에 장기간 폭넓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흔히 인기는 허망한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삶은 유한(有限)하고 시간도 멈춤이 없습니다. 가수 현철이 지난해 7월 세상을 떠난데 이어 최근 송대관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습니다. '트로트 4대 천황'이란 상징성으로 이들과 누구보다 각별했던 태진아 설운도는 선배들을 잇달아 떠나보낸 비통함에 깊은 탄식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수들이 잇달아 삶을 마감하면서 상실감에 젖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이들을 중심으로 한때 트로트 전성기를 이끈 후배가수들의 마음도 허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무명부터 차근차근 정상에 올라선 배일호 강진 조항조 진성 현숙 김용임 등은 특별히 각별했던 후배들입니다. 이들 또한 오랜 세월 동고동락하며 호흡을 이룬 '국민가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59년 가수인생, '차표한장' '네박자' '정때문에' '한번더'에 고스란히
송대관의 평소 지론은 '감사' '배려' '덕분에'였습니다. 이는 직접 가사를 쓴 '차표한장' '네박자' '정때문에' '딱좋아' '한번더' 같은 노래에 고스란히 스며있습니다. 최근까지 활발히 활동했던 '모든게 여러분 덕분'이라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덕분에'는 유작곡이 됐습니다. 후배가수들한테는 늘 포근하고 따뜻했던 그가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5~6년간 트로트 오디션이 봇물을 이룬 이후 방송가의 흐름과 판도는 급격히 재편되는 분위기인데요. 수십년간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성 가수들의 인기 사다리는 끊어졌고, 이제는 가요프로그램도 예능프로그램도 어느새 젊은 라이징 스타 가수들로 채워지는 환경이 됐습니다. 모든 게 변하고 바뀝니다. 신구 세대를 잇는 가요 선후배들이 물흐르듯 조화를 이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