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우리 초석이 된 시간과 무대"
노브레인 "코로나 때 밴드들 뭉쳤던 아름다운 기억"
중식이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순간"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뮤지션들에겐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음악 팬들에겐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곳이 있다. 작지만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곳 롤링홀이다. 그 세월만 올해로 무려 30년. 공연 침체기인 코로나19 시기도 이겨내고 다시 뜨거운 에너지가 넘실거리는 롤링홀을 들여다 보고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롤링홀은 단순히 대관만 하는 공연장이 아니다. 꾸준히 프로젝트를 기획해 뮤지션들에게 설 자리를 만들어주고 신인을 발굴하고 언더그라운드의 붐업에 앞장섰다. 롤링홀은 1년에 최소 200팀, 지금까지 6000번이 넘는 공연이 열렸는데 그중 반 이상은 기획 공연이다. 이를 발판으로 꿈을 이어가기도 하고, 스타가 된 이들도 여럿이다.

그래서 롤링홀은 뮤지션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데뷔 초 이곳에서 공연을 하며 내공을 쌓은 데이식스는 "그때의 무대와 시간들은 우리의 초석이 됐다"고, 최근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나는 반딧불'의 원곡자 중식이는 "어릴 때는 롤링홀의 초청을 받는다는 게 취미로 하는 밴드에서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거라고 여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촌 클럽 롤링스톤즈 시절부터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 30년 경력의 YB를 비롯해 지금은 고척돔을 채우는 밴드 붐의 주역 데이식스, 여전히 폭발적인 에너지로 많은 사랑을 받는 노브레인, 수많은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로 굳건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중식이, 데뷔 3년 차의 젊은 피 캐치더영이 롤링홀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30주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중식이는 "자본에 의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뭐다 부동산 붕괴에 의해 홍대 공연장이 사라지고 있다. 인디 공연 문화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아찔한 환경에도 어떻게든 아이템을 만들고 문화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고 중심이 됐던 그 불안한 길을 30년 동안 버텨 온 고집과 억척스러움에 감사를 표한다. 길잃은 뮤지션들의 고향이 돼줬다"고 말했다.
또 데이식스는 "롤링홀은 데이식스에게도 의미가 있는 장소다. 10년 전인 2015년 데뷔하고 초창기 때 공연을 여기서 했었다. 그때의 무대와 시간들은 우리의 초석이 됐다.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노하우를 얻은 값진 무대였던 거 같다"고 떠올리며 "그런 롤링홀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니 저희도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돼서 우리나라 역사에 남을 공연장이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좋은 음악과 공연들로 롤링홀을 가득 채워가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음은 롤링홀 3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한 팀들의 말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Q. 롤링홀이 30년주년을 맞았다. 어떤 의미의 공연장인가
(노브레인) 우리의 밴드 인생과 함께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는 공연장입니다.
(중식이) 어릴 적 20대 때 롤링홀에 초청 받아 무대에 서는 것은 단순 취미 밴드에서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제가 아니고도 많은 뮤지션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다 생각합니다. '나도 롤링홀에서 초청이 왔다' '나도 인정받는 뮤지션이다' 저에게는 롤링홀은 그런 의미의 공연장입니다.
(캐치더영) 롤링홀 공연장은 홍대 음악 신과 밴드 음악 신에 크고 중요한 역할을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공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오랜 역사가 있는 공연장에서 저희 캐치더영이 데뷔 전부터 이번 30주년 공연까지 함께 할 수 있게 돼 더 뜻깊어요.
Q. 롤링홀에서의 추억 혹은 좋은 기억이 있나
(노브레인) 코로나19 시절, 적자로 어려움을 겪는 공연장들을 돕기 위해 '우리의 무대를 지켜줘'라는 모금 공연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이 공연은 무관중 상태에서 롤링홀에서 진행됐으며 수많은 밴드가 한마음으로 모여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무대를 만들었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중식이) 롤링홀에서 강산에 선배님의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꼭 껴안고'라는 곡을 부르셨는데 중간 멘트 때 "우리 길가다가 만나면 꼭 안아주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이후 우연히 길을 가다가 강산에 선배님을 마주쳤을 때 제가 달려가 인사드리고 껴안아드렸어요. 당황하셨지만 곧 기억하시고는 안아주셨어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캐치더영) 23년도부터 올해까지 매년 롤링홀에서 캐치더영 단독 콘서트를 하고 있는데요. 공연을 할 때 마다 굉장한 에너지를 받고 항상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롤링홀이 30주년이 된 공연장인 만큼 음향을 비롯해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공연할 때 마다 신나게 했던 것 같습니다.

Q. 이번에 개관 30주년 공연에 함께 하게 된 소감과 각오는
(노브레인)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다 부숴버리겠다'는 각오로 임하지만 이번 30주년 공연은 특별합니다. 40주년, 50주년까지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에도 뜨겁게 부숴보겠습니다!
(중식이) 롤링홀에서 30주년을 같이 하고싶다며 섭외가 왔을 때 '나도 이제 뮤지션으로 인정을 받는구나' 싶어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왜 다 늙어가지고 섭외하셨냐 원망하는 어조였지만 이제라도 섭외해 주셔서 참 다행입니다.(웃음) 그리고 저와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천진우가 합동 공연 '와따리가따리'도 롤링홀에서 하게 됐어요. 눈여겨 봐주세요.
(캐치더영) 롤링홀 개관 30주년 공연에 저희 캐치더영이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입니다. 이번 공연은 이전 롤링홀에서 진행했던 공연들만큼이나 즐겁고 멋지게 공연하도록 하겠습니다. 롤링홀에서 라이브 맛집이라고 불리는 캐치더영의 공연 많이 즐겨주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Q. 30주년을 맞은 롤링홀에 축하와 응원의 한마디
(노브레인) 천성이형(김천성 롤링홀 대표) 축하해요 ㅎㅎㅎ
(중식이) 징그럽다.. 벌써 30주년. 이 짓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은 지 모르겠지만 밴드는 아직 엄청 재밌고 무대와 내 속은 아직 뜨겁습니다. 우리 모두 늙었지만 홍대 막걸리 아저씨의 시그니처 말처럼 '낭만파이팅'입니다. 롤링홀의 환갑잔치를 기대해 봅니다.
(캐치더영) 롤링홀 개관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꾸준히 좋은 무대로 반겨주신만큼 앞으로도 더 화려한 무대로 같이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40주년, 50주년에도 저희 캐치더영과 좋은 무대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롤링홀 개관 3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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