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들의 성장기
12일 밤 9시 10분 첫 방송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1년여의 편성 연기 끝에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전공의들의 파업 및 집단 사직으로 해당 업계를 향한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올해 공개된 '중증외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와 같이 의학드라마 열풍을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영광을 다시 한번 일으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첫 방송되는 tvN 새 토일드라마 '언슬전'(극본 김송희, 연출 이민수)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tvN에서 시즌2까지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시리즈 속 배경 율제병원 본원이 아닌 종로 분원을 배경으로 한다.

당초 '언슬전'은 제작 소식이 전해졌던 2023년까지만 해도 대중의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 시즌2까지 제작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가 연기한 99학번 의대 동기 5인방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스토리로 재미와 감동 그리고 공감을 선사하면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시즌1은 첫 회 시청률 6.3%(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방송 5회 만에 두 자릿수를 돌파하고 마지막 회는 14.1%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시즌2는 첫 회 시청률부터 두 자릿수인 10%로 시작해 마지막 회 14.1%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언슬전'을 둘러싼 훈훈한 분위기는 지난해 정부가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1만 명 늘리는 증원안을 발표하고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파업 및 집단 사직으로 환자 곁을 떠나면서 뒤집혔다. 그렇게 의료대란이 발생하면서 전공의들을 향해 대중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게 됐다. 환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공의들의 성장담을 강조한 '언슬전'을 향해 '전공의들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대중의 비판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언슬전'은 지난해 5월로 예정됐던 편성이 하반기로 연기됐고 하반기에서 또다시 올해 4월로 미뤄져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편성이 지지부진한 사이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까지 두 편의 의학 드라마가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해당 작품들이 호평을 얻은 덕에 '언슬전'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일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들 세 작품은 같은 의학드라마이더라도 결이 서로 다르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메디컬 활극으로 판타지 히어로물에 가깝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중증외상팀의 고군분투를 코믹하면서도 처절하게 그려내고 돈을 우선시하는 일부 병원·의사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꼬집어 시청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하이퍼나이프' 역시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박은빈 분)이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과 두뇌 싸움을 담은 메디컬 스릴러로 현실과는 거리감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세옥은 반사회성 기질을 지녀 사람까지 죽이는 캐릭터인 데다가 작품의 전개는 병원 내 이야기보다는 애증으로 엮인 세옥과 덕희의 살벌한 경쟁에 중점을 둔다.
이와 달리 '언슬전'은 파업 및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의 중심에 선 전공의 그 자체를 소재로 하고 그들의 성장기를 그린, '중증외상센터'와 '하이퍼나이프'보다는 땅에 발붙인 드라마라 시청자들의 호응을 쉽게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서류가 사방으로 휘날리고 신발이 한 쪽으로 벗겨져도 손에 쥔 휴대폰과 수첩은 절대 놓지 않는 열정적인 전공의 캐릭터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와닿을지도 미지수다.

이 가운데 '언슬전'이 내세우고 있는 것은 레지던트 1년 차들의 성장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전할 감동이다. 작품에서 고윤정이 오이영 역, 신시아가 표남경 역, 강유석이 엄재일 역, 한예지가 김사비 역을 맡아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를 연기한다. 이들이 맡은 역할은 진통을 느끼는 산모를 돌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환자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험난한 사회생활을 겪으면서도 '잘하진 못해도 1인분이라도 하고 싶다'는 목표로 밤낮으로 병원을 뛰어다니는 열정적인 레지던트 1년 차들이다.
신원호 크리에이터는 지난 10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청춘 성장 메디컬 물이다. 레지던트 1년 차들에게 처음부터 직업적인 소명의식, 책임감이 있기가 어렵다. 당장 떨어진 숙제들, 미션들, 환자들, 처치를 해결하기 급급한 1년 차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나오고 그것이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요즘에는 성장 서사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오랜만에 감동 있는 성장 서사물, 청춘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슬전'이 강조하는 레지던트 1년 차, 청춘들의 성장 서사가 전공의들을 향한 대중의 반감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설득력 있고 완성도 있게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다. 전공들을 향한 대중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언슬전'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처럼 뭉클한 감동과 유쾌한 재미를 모두 잡고 호평을 부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언슬전'은 12일 밤 9시 1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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