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겸직 불허에 소송 제기한 변호사
"'자동작성 서비스', 법률사무 취급 아냐"

[더팩트 | 김해인 기자] 변호사가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플랫폼 회사에 겸직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 변호사가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상대로 낸 사용인 겸직불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변호사는 지난 2021년 계약서·내용증명·지급명령·고소장 등 각종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리걸테크 플랫폼 회사에 겸직하기 위해 서울변호사회에 허가를 신청했다. 변호사는 영리법인을 운영하거나 취업하려면 지방변호사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서울변호사회는 변호사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겸직 불허 처분했다. 서울변회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용자가 입력한 값을 활용해 서면이 작성되는 체계로, 알고리즘이 나머지 내용을 작성해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법률서면 양식 판매 서비스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변호사의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법률사무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변호사법 109조는 변호사만이 할 수 있는 법률사무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A 변호사는 "'자동작성 서비스'는 법률 관계 문서에 대한 것이 아니고 회사가 이용자 대신 작성해주는 서비스라고도 할 수 없다. 리걸테크 산업은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변호사가 겸직하려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자가 원하는 유형의 문서를 선택하고 공란을 채우면 알고리즘을 통해 나머지 공란이 채워지며 법률 문서가 작성되는 '자동작성 서비스' △자동작성 서비스를 통해 생성된 법률 문서나 외부에서 작성된 문서를 변호사가 직접 검토하고 수정한 뒤 직인을 찍는 '검토 서비스' 등 두가지로 나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동작성 서비스는 '사건에 관한 법률관계 문서 작성' 또는 '법률사무 취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 서비스는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가 그대로 문서에 반영될 뿐 내용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나 변호사의 개입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검토 서비스는 변호사가 문서 내용을 수정하고 전자서명까지 한다는 점에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피고는 당초 이 부분을 겸직불허의 사유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판단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hi@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