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밤'으로 오컬트 첫 도전…악마 사냥 바우 役
"성룡같은 배우 되고파…마동석 투영되지만 변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겸 제작자 마동석이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닌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봄 극장가에 출격했다. '기시감이 든다'는 의견도 분명 존재하지만, 이는 그가 이어가고 있는 '열일' 행보에 제동을 걸 수는 없다. 뚜렷한 꿈을 품은 채 그 안에서 나름의 변주를 꾀하며 계속 달릴 준비가 된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감독 임대희, 이하 '거룩한 밤')에서 바위 같은 힘과 주먹으로 악마를 사냥하는 바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아닌 '거룩한 밤'으로 관객들을 찾은 그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임대희 감독의 입봉작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와 샤론(서현 분), 김군(이다윗 분)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오컬트 액션물이다. 이에 마동석은 "거창한 이름을 지어놨는데 막상 찾아가면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큰 일을 해내는 느낌"이라고 제목의 의미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거룩한 밤'은 마동석의 데뷔 첫 오컬트 장르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기대감을 모았다. 첫 도전을 무사히 마친 그는 "저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이 많다. 호러 영화 시나리오도 2편을 써놨고, 헤비메탈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마동석 캐릭터와 액션물 위주의 영화를 찍고 있지만 언젠가 다른 장르와 캐릭터도 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극 중 바우는 바위 같은 힘과 주먹으로 악마를 사냥하는 인물로, 마동석의 세계관(MCU)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가진 캐릭터다. 연기뿐만 아니라 기획에도 참여하며 작품에 1번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서현과 정지소의 대결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강조한 마동석은 "저는 두 발 정도 떨어져서 주변 악인들을 정리해 주는 사이드킥 같은 캐릭터다. 제가 마케팅을 제일 많이 하겠지만 샤론과 은서(정지소 분)가 돋보이길 바랐다"고 말을 이어갔다.
서현은 퇴마사 샤론 역을 맡아 악마의 존재를 느끼고 찾아내고 퇴마하며 '거룩한 밤' 팀의 중심을 이끌고, 은서로 분한 정지소는 평범했던 소녀부터 악마가 몸에 깃든 후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이상증세에 압도당하기까지 큰 낙차의 연기를 펼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동안 '범죄도시' 시리즈의 빌런들을 통해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능력을 보여줬던 마동석은 "늘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서현과 정지소를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지소처럼 귀엽고 작은 친구가 은서를 연기해야 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죠. 제가 빙의되면 누가 구해주고 싶겠어요. 실제로 바른 생활을 하는 서현의 얼굴이 바뀌면 어떨까 궁금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렬하더라고요. 임대희 감독이 고대 주문을 가져왔는데 매일 귀에 꽂고 들으면서 연습하더라고요. 에너지도 되게 좋았어요. 다들 힘든 내색 없이 재밌고 즐겁게 찍었어요. 너무 고맙죠."

바우로 분한 마동석은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뿐만 아니라 유쾌함까지 책임지면서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때려잡는 대상이 범죄자에서 악마로 바뀌었을 뿐, '범죄도시'의 마석도(마동석 분)가 어쩔 수 없이 떠오르게 된다. 이 같은 대중의 반응을 잘 알고 있는 마동석은 "제가 나와서 액션을 하면 기시감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쓰면서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했어요. '전혀 다른 캐릭터로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도 액션물이니까 마동석 캐릭터를 적극 넣었죠. 제 꿈은 성룡같은 캐릭터 배우가 되는 거예요. 당분간 액션물로 계약돼 있는 것들이 있어서 마동석이 투영되지만 그 안에서 변주를 주려고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게 아니라 하나의 악기만 치는 거니까 기시감이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주인공 바우의 서사가 담긴 프리퀄 웹툰 '거룩한 밤: 더 제로'가 연재되고 있는 가운데, 마동석은 "현재 웹툰을 연재하면서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도 '시리즈를 생각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비밀이다. 영화가 될지 시리즈가 될지 게임이 될지 애니메이션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날도 그는 "'거룩한 밤'이 큰 블록버스터급 영화는 아니지만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세계관을 크게 만들어놨다. 그중 일부 이야기를 보여드렸고, 나머지 얘기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날 마동석은 '트리플 천만 시리즈'라는 한국 영화계에 유일무이한 기록을 새겨넣게 해준 '범죄도시'의 계획도 언급했다. 5~8편을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그는 "제가 원하는 8편까지 원안을 써놨고, 4명의 작가가 4편을 쓰고 있다. 대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한 편 정도는 내년에 찍을 것 같다"고 귀띔해 관심을 모았다.
코로나19 이후 좀처럼 극장의 관객 수는 회복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영화계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꾸준히 신작들을 내놓고 있는 마동석도 투자가 어려운 요즘을 체감하고 있다고. 그는 "저도 똑같이 어렵다. 결국 시나리오를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다. 관객들이 찾아오게끔 재밌는 걸 만드는 게 답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마동석은 마이클 루커와 콜린 우델 등으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한 할리우드 프로젝트 '피그 빌리지'(감독 이상용) 촬영에 돌입했다. 작품은 프로 베어너클 복서 해머(마동석 분)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범죄자들이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대 샌디에이고의 수상한 장소에 모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와 관련해 마동석은 "독특한 설정이 잘 묻어나오게끔 촬영을 잘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들도 한국 음식을 너무 좋아하고 쉬는 날에는 제 복싱장에서 운동도 하고 있다. 예산을 덜 쓰면서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괜히 시작했다가도 촬영을 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피그 빌리지' 외에도 '악인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이미 계약된 두 편의 작품 등 여러 작품의 출연과 제작을 앞두고 있는 만큼, 마동석은 지금처럼 쉬지 않고 달릴 예정이다.
지칠 법도 하지만 오히려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채운다는 그는 "생산적인 일을 하면 채워지는 편이다. 크리에이티브하게 글을 쓰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또 쉬는 날에 복싱장에 나가서 젊은 친구들과 경기를 하면 개운하다. 다양한 장르 영화도 제작하고 싶고 게임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마동석은 "저는 팝콘을 먹으면서 쾅쾅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극장에 재밌는 영화들이 많이 걸려서 더 많은 관객이 찾아와줬으면 좋겠고, 기획하는 후배들도 영화에 다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치면서 "'거룩한 밤'의 사운드를 정말 많이 신경 썼다. TV로 느낄 수 없는 타격감과 사운드에 신경을 많이 썼으니 극장에서 봐달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