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형님이 못다 이룬 100살까지 마이크 잡겠다" 공언
성인 유머의 대가, 수 백권 수첩에다 정리해둘만큼 열정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9일 오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방송인 이상용은 '뽀바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연예인이다.
70년대엔 어린이들의 친구로, 90년대엔 '우정의 무대'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군인들의 큰 형님으로, 그리고 환갑 이후인 2000년대엔 노인들의 동반자로 맹활약한 주인공이다.

이상용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 인근 병원에 방문했다가 귀가하던 길에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올해 81세이고, 사인은 심정지다.
생전 그는 '전국노래자랑' 고 송해와 목욕탕을 함께 다니며 서로 등을 밀어줄만큼 각별한 사이였다. 사석에서 그는 "송해 형님이 95세까지 마이크를 잡았으니, 나는 100살까지 활동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나이를 잊고 늘 밝고 유쾌한 웃음을 안겨준 그의 죽음은 그래서 더 안타깝다. 소속사 이메이드 관계자는 이날 오후 "감기 증세로 병원에 다녀오시던 길이었지만 평소 지병이 없었을 만큼 건강하셨다"면서 "하루 전날에도 강연을 하셨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홍콩 거주 아들이 귀국하는 10일(토) 오후 이후에나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이상용은 지난 1973년 MBC-TV '유쾌한 청백전'으로 데뷔했다. '모이자 노래하자', '우정의 무대' 등 어린이와 국군장병을 대상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 MC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재치순발력을 앞세워 방송이 아닌 무대에서도 기상천외한 EDPS(음담패설) 유머를 선보여 좌중을 압도하는 익살꾼의 면모를 발휘했다. 이 부문에서는 예능 후배들조차 인정하는 '원조' '레전드'였다.
그는 생전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좌중을 뒤집는 진짜 웃음은 품격있는 음담패설로 완성된다"는 신조를 밝히고 "평소 각종 성인 유머 시리즈를 수백권의 수첩에 정리해 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상용은 전성기 시절 공금횡령 누명, 이른바 심장병 어린이 수술기금 사건으로 고초를 겪었고, 이로 인해 방송활동을 접고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이상용은 73년 (사)한국어린이보호회(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를 세운 이래 심장병 어린이 치료를 위한 기금을 모금받으면서 방송활동을 하고 있었다. 96년 11월 '우정의 무대' 강원도 화천군편 녹화 도중 경찰이 들이닥치는 일이 벌어졌다.
곧바로 KBS '추적60분'을 통해 '뽀빠이 횡령'이 전파를 탔고, '우정의 무대'는 김병조로 교체됐다가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됐다.
종적을 감춘 이상용은 이후 미국에서 관광버스 가이드로 근근이 생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1년만인 이듬해 2월 무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종결됐다.
뒤늦게 방송 복귀를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한번 꺾인 날개는 좀처럼 펼 수 없었다. 정상급 MC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그는 끝내 가슴속 '울분'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 500명이 넘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후원했으며, 국민훈장 동백장, 체육훈장 기린장,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