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홍상수 감독의 '그 자연', 독특한 연출로 그려낸 현실


33번째 장편 영화…김민희, 제작실장으로 참여

14일 개봉하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30대 시인 동화가 그의 연인 준희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14일 개봉하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30대 시인 동화가 그의 연인 준희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주)영화제작전원사

[더팩트|박지윤 기자] 주인공이 여자친구네 가족을 처음 만나 어려워하다가 술이 들어간 후 결국 본심을 꺼내기까지, 인물들의 대화와 관계를 보면서 웃음이 터지다가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2시간의 러닝타임에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담은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다.

오는 14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감독 홍상수, 이하 '그 자연')는 30대 시인 동화(하성국 분)가 그의 연인 준희(강소이 분)의 집에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하성국과 강소이를 비롯해 홍 감독의 전작들에 다수 출연한 권해효 조윤희 등이 출연했으며 김민희는 제작 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30대 시인 동화가 낡은 프라이드 차를 타고 3년 사귄 애인 준희를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의 집이 너무 크다고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잠시 집 앞에서 구경하던 중 우연히 준희의 아버지를 마주치게 된 동화는 그렇게 하루 종일 준희의 집에 머물면서 여자친구네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동화는 준희의 아버지와 함께 산을 오르고 집구경을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준희와 준희 언니와 함께 점심을 먹고 강변의 절에 다녀온 후 집에서 아버지가 직접 잡은 닭으로 한 요리를 먹으면서 술 한잔을 기울인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지난 2월 개최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주)영화제작전원사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지난 2월 개최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주)영화제작전원사

이 과정에서 준희의 가족들은 동화에게 차가 멋있다고 말하면서도 왜 낡은 차를 타고 다니는지 궁금해하는가 하면 수염은 왜 기르는지, 시인으로 생계유지가 잘 되는지, 변호사인 아버지는 잘 지내시는지 등 당연하지만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물음들을 은근슬쩍 계속 던진다. 여자친구인 준희도 동화의 행동을 자꾸만 통제하려고 한다.

결국 밤이 되고 술에 취한 동화는 '아버지가 변호사이기에 편하게 시인으로 사는 거 아니냐'는 준희 언니의 말을 듣고 여자친구의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낸다. 이를 본 준희의 부모는 동화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끼고 이른 아침 일어난 동화는 주차장에서 준희에게만 간단하게 인사하고 그 집을 빠져나온다.

'그 자연'은 지난 2월 개최된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당시 베를린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두 프로그램 디렉터는 "영화를 이루어내는 형식의 언어와 리듬 그리고 영화 안에 담겨진 통찰을 사랑하면서 봤다"며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흐름에 대해 정말로 직관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많은 순간 신랄하게 익살스럽고 웃기기도 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러한 평처럼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는 긴 샷으로 구성된 연출에 인물들의 끊임없는 대화를 담으며 잔잔하고 고요하게 층을 쌓아 올린다. 긴 러닝타임에 이러한 구조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쯤 인물들의 대화가 점점 타오르면서 작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긴 대화로 이루어진 여러 신들은 동화와 준희네 가족의 이야기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안긴다.

작품에는 홍상수 감독(오른쪽)의 전작들에 다수 출연한 하성국 권해효 조윤희 등이 출연했고, 홍 감독과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민희(왼쪽)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영화제작전원사남윤호 기자 작품에는 홍상수 감독(오른쪽)의 전작들에 다수 출연한 하성국 권해효 조윤희 등이 출연했고, 홍 감독과 불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민희(왼쪽)가 제작실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영화제작전원사남윤호 기자

주인공이 여자친구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단순한 이야기를 상대적으로 긴 러닝타임에 담았다고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더 깊게 인간의 관계성을 깊게 탐구해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묘한 여운을 남긴다.

다만 주인공의 근시적인 세계관을 대변하기 위해 사물과 사람 모두를 낮은 해상도로 촬영한 것은 보는 이에 따라 몰입도에 각기 다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홍상수 감독의 현실을 아예 배제하고 감상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로 만난 홍 감독과 김민희는 2017년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불륜을 인정했다.

이후 아내와 이혼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한 홍 감독은 아내와 혼인을 지속하며 김민희와 10년째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은 불륜 인정 후 국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해외 영화제에는 동반 참석하는 등 해외 한정으로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최근 아들을 출산한 소식까지 전해져 대중을 놀라게 했다.

이 가운에 이번에도 국내 기자들과의 만남을 패싱한 홍상수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언론·배급 시사회가 진행된 후,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과 만나지만 '그 자연' 측은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감독과 배우들이 어떤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풀어냈는지 들어볼 수 없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작품은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8분이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추천 22
  • 댓글 5


 

회사 소개 | 서비스 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의견보내기 | 제휴&광고

사업자 : (주)더팩트|대표 : 김상규
통신판매업신고 : 2006-01232|사업자등록번호 : 104-81-76081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189 20층 (상암동,중소기업DMC타워)
fannstar@tf.co.kr|고객센터 02-3151-9425

Copyright@팬앤스타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