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무대①] 거리에서 피어난 예술…버스킹의 오늘


점점 다양해지는 버스킹 문화
"누군가가 내 노래 들어주는 순간이 좋아"


밴드 엔플라잉(위)이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북서울꿈의숲에서 버스킹을 진행했다. /FNC엔터테인먼트 밴드 엔플라잉(위)이 정규 2집 발매를 앞두고 북서울꿈의숲에서 버스킹을 진행했다. /FNC엔터테인먼트

버스킹은 이제 단순한 거리 공연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술가의 자발적인 무대이자 데뷔의 발판이 되고 아이돌의 새로운 홍보 전략으로 활용된다.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아티스트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까지 즐길 수 있다. <더팩트>는 변화하는 거리 공연 문화를 다양한 시선에서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 서울 시내 한 거리에서 기타를 든 청년이 조용히 마이크와 앰프를 조율했다. 따스한 햇살과 저녁 공기를 타고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스쳐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췄다. 박수와 호응이 오가는 짧은 순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버스킹, 즉 거리공연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버스킹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노래, 악기 연주에 국한됐던 초기와 달리 요즘은 댄스 마술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됐고 거리에서 활동을 시작한 예술가들이 방송이나 정식 무대에 오르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거리라는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대중과 직접 호흡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버스킹 공연 현장을 찾으면 거리 위 무대가 가진 묘한 에너지를 체감하게 된다. 음악이 흐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계단은 자연스럽게 관객석으로 변했다. 소규모 앰프와 마이크로 펼쳐지는 공연이지만 그 자체로 충분한 감동과 낭만이 있었다. 신청곡을 받기도 했고 노래가 끝나면 따뜻한 박수가 돌아왔다.

거리에는 팁박스도 놓여 있었지만 많은 버스커들은 단순한 수익보다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을 만들어가는 문화에 더 큰 의미를 뒀다. 마치 작은 쇼케이스처럼 버스킹은 오늘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직접 전하는 가자 본질적인 방식 중 하나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버스킹 문화가 정착돼 있다. 런던과 뉴욕 등지에서는 지하철역이나 광장 내 공연존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정해진 장소와 시간, 데시벨 기준까지 엄격하게 관리되며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예술가들의 안정적인 활동을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운영 중이다.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는 매일 버스킹이 진행되는 중이다. /최수빈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는 매일 버스킹이 진행되는 중이다. /최수빈 기자

국내 역시 제도권 안에서 버스킹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마포 문화비축기지, 한강공원 등에서 거리공연 허가제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공연계획서와 장비 명세 등을 제출해 사전 승인을 받는다. 공연 시간과 인원 제한, 장비 기준도 엄격하게 규정돼 있어 정식 허가 없이 진행되는 공연은 제재 대상이 된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매일 1일 0시부터 10일 오후 11시 59분까지 한강공원 홈페이지에 있는 신청서를 작성, 담당자 메일로 보내면 도착 순서대로 선착순 접수하고 있다"며 "여의도의 경우 한 장소당 한 팀을 받고 있으며 공연가능인원은 최대 15명이다. 공연가능인원을 넘기지 않는 한 주관적인 심사는 배제하고 누구나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공연을 하거나 허가 시간 외에 무단 공연을 하게 될 경우 단속 대상이 된다. 공연 중 민원이 발생한 경우에는 예고 없이 공연이 중단될 수 있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제지를 받는 경우도 잦다. 실제로 한강공원에서 오후 8시 이후 무단으로 공연을 진행하던 팀들은 수차례 제재를 받았고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이 반복적으로 오가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버스킹 관련 민원 유형은 거의 한강공원 건너편 아파트 주민들의 버스킹 소음 불만 민원이다. 매년 비슷한 정도로 발생한다"며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무단 공연 사례는 자주 발생하는데 이 경우 철수 계도를 하고 있다. 허가받은 공연자들의 경우 거의 위반 사례는 없어 페널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버스킹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자신이 공연하려는 장소가 '허가 구역'인지 여부다. 관할 구청이나 문화 재단의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개별 신청을 통해 일정을 배정받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공연을 한다는 것만큼이나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익명을 요청한 한 버스커는 "허가를 받고도 비가 오거나 앰프가 고장 나서 공연을 못 한 날도 많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생긴다"며 "그래도 거리에 나와 노래를 하고 있으면 누군가가 멈춰서 내 노래를 들어준다. 그 순간이 좋아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화려한 무대와 스포트라이트가 없더라도 거리 위에 울려 퍼지는 음악은 삶의 작은 틈을 채우고 평범한 하루에 따뜻한 한 장면을 남긴다. 작은 기기, 협소한 공간,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아티스트들은 거리라는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노래한다. 버스킹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도시 속 예술의 생명력을 상징한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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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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