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이다음의 소울메이트 곽교영 役
"내 연기를 보고 긍정적인 힘을 받았으면"
배우 오경화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이상할 정도로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말을 막 유창하고 재밌게 하는 건 아닌데,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말을 골라 담는 모습이 귀엽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 배우 오경화가 그런 사람이었다. 천천히 말을 해도 되겠냐며 웃던 얼굴, 질문 하나하나를 오래 곱씹다 조심스럽게 꺼내는 감정에서 진심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오경화가 연기했기에 '우리영화' 속 곽교영이 그렇게 따뜻했구나 싶었다.
오경화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극본 한가은, 연출 이정흠)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곽교영 역을 맡은 오경화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경화와의 대화는 마치 친구와 드라마를 과몰입하며 이야기 나누는 듯한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영화'를 정말 재밌게 봤다고 감상평을 전하자 그는 "똑같은 지점에서 똑같은 감정을 느껴주셔서 감사하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인터뷰라기보다는 서로 좋아하는 작품을 두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에 가까웠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저는 '우리영화'가 너무 극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이게 특별한 게 아니라 평범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그저 감사해요."
이런 오경화의 진심이 가득 담긴 '우리영화'는 다음이 없는 영화 감독 제하(남궁민 분)와 오늘이 마지막인 배우 다음(전여빈 분)의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9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인생이라는 영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진심을 담아내 호평받았다. 특히 끝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고 사랑하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 가진 의미와 오늘의 소중함을 전하며 감동을 안겼다. 오경화는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는데 떠나보내기 싫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시한부라는 소재가 저한테 큰 무게가 있지는 않았어요. 교영이도 극 중에서 '어차피 우리 모두 다 죽어'라고 말을 하는데 그게 되게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 다음이는 끝을 알고 있는 시한부지만 저희는 그 끝을 모르는 시한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지점을 교영이로서 생각하게 되다 보니까 교영이가 가진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좋아서 끌렸던 것 같아요."
오경화는 '우리영화'에서 이다음(전여빈 분)의 가장 친한 친구 곽교영 역으로 극을 이끌었다. /넥서스이엔엠오경화가 맡은 곽교영은 이다음의 소울메이트인 콘텐츠 PD다. 교영은 자칭 '이다음 전문가'로 다음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항상 다음의 선택을 존중하고 꿈을 응원해 주며 때로는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다정하게 다음을 챙긴다.
'우리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저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반응을 얘기해주자 오경화 또한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교영이랑 저는 닮은 지점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교영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다 제가 생각하는 거랑 똑같거든요. 저한테 만약 다음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고 하면 저도 교영이처럼 행동했을 것 같아요. 그 친구가 하려고 하는 걸 응원해 줬을 거예요. 만약 하고 싶은 게 없고 병원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도 저는 그것도 괜찮다고 했을 것 같아요."
오경화는 어디선가 있을 법한 현실 친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교영 캐릭터에 매력을 더했다. 특히 누구보다 다음을 걱정하고 배려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우리영화'의 신스틸러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오경화는 자신의 연기 점수를 매긴다면 5~60점 정도만 주고 싶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1, 2회를 극장에서 관객분들과 다 같이 모여서 봤거든요. 근데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더 잘할 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초반에 다음이랑 교영이가 만나는 장면이 많이 없고 후반부에 등장하다 보니까 더 많이 만났다면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당시에는 후회 없이 했지만 보다 보니까 욕심이란 게 생기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조연으로서의 자리를 누구보다 진중하게 고민하는 태도였다. 오경화는 "여빈 언니가 정말 유연하고 똑똑한 배우다. 그러다 보니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다음이가 더 빛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 잘하고 싶었고, 더 유연하게 반응하고 싶었다고. 그 이유는 자신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한 배우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우리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시청자로서 오경화의 연기는 단 한 장면도 헛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스스로를 향한 기대와 아쉬움 사이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더 무언가를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가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긴장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 보이는 것들이 있거든요. 물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랑 똑같이 연기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기니까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전 그때 정말 후회 없이 하긴 했어요.(웃음)"
배우 오경화가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그렇다면 만약 '우리영화' 속 다음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삶의 끝자락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오경화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갑자기 죽어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사는 거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뭘 꼭 해야 한다기보다 그냥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너무 좋아서 지금 죽어도 괜찮겠다. 이런 상태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이제는 성공이 돈을 많이 벌고 꿈을 이룬다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내 앞에 있는 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제 마음가짐도 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배우 오경화로서 이루고자 하는 성공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을 통해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좋은 쪽으로 바뀌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어떤 대단한 영향을 끼치겠다는 거창한 말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연기를 통해 만들어낸 작은 여운이 누군가의 하루를 따뜻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오경화는 화면 안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진짜 곽교영처럼 빛나고 있었다.
"연기는 영감으로 이뤄지는 예술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를 보고 누군가가 긍정적으로 변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어릴 때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거든요. 근데 연기에만 꼭 국한되는 건 아니에요. 요리 잘하는 사람한테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그런 것처럼 제가 한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2016년 영화 '걷기왕'으로 데뷔한 오경화는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윤정자 역으로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어느덧 연기 활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돼가고 있는 무렵이다. 오경화는 "배우라는 직업에 얽매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면서 성장하는 그런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저에게 '우리영화'는 진심으로 했던 하나의 잎이었어요. 현장에 계신 분들이 모두 다 진심을 다해주니까 저도 그 속에서 연기할 때마다 에너지가 배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작품을 더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지금까지 봐주셨던 분들도 제가 느꼈던 것을 같이 공감하고 느꼈으니까 끝까지 봐주신 거잖아요. 그저 감사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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