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나비는 2일부터 3일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전국투어 앙코르 콘서트 ‘모든 소년소녀들 2125’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들은 인디밴드 최초로 케이스포돔에 입성한 기록을 세웠다. 이틀 동안 2만 명의 관객과 호흡한 잔나비는 3시간 30분 동안 40곡을 밴드 라이브로 선보이며 첫 케이스포돔 입성을 자축했다.
첫 곡 ‘포니’가 울리자 관객들은 즉시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어진 ‘행운을 빌어요’와 ‘투게더!’에서는 멤버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과의 호흡을 이어갔다. 1만 명이 동시에 외친 떼창은 잔나비가 인디에서 돔까지 올라온 이유를 설명하는 듯했다. 최정훈은 무릎을 꿇고 노래하며 땀을 흘렸고, 김도형은 무대 바닥에 드러누운 채 기타를 연주했다. 공연의 열기는 무대 위와 객석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가 아니었다. 관객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거대한 서사였다. ‘사랑하긴 했었나요…’의 ‘누가 내 가슴에다 불을 질렀나’ 구절이 흘러나오자, 1만 명의 목소리가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잔나비의 음악은 더 이상 ‘혼자 듣는 노래’가 아니었다. 울고 웃는 감정이 파도처럼 번져 1만 명이 동시에 만들어낸 집단적 체험으로 승화됐다.



공연에는 다양한 세대가 함께 참여했다. 어린 소년과 소녀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같은 공기를 마시며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장면은 이색적이었다. ‘고백극장’에서는 관객의 박수 리듬에 맞춰 노래가 진행되었고, 정훈은 무대 중앙을 장악했다. 관객은 단 한 박자도 어긋나지 않게 따라갔다. ‘나의 기쁨 나의 노래’에서는 정훈이 한 소절을 던지면 관객이 다음 소절을 받아 불렀다.
‘전설’과 ‘나쁜 꿈’은 웅장한 밴드 사운드로 무게를 더했고, ‘위시’는 신비로운 조명으로 공연장을 밤하늘처럼 수놓았다. 특히 ‘사랑의 이름으로!’ 무대에서는 1만 관객이 거대한 코러스로 합류했다. 좌우로 나뉜 관객이 각기 다른 파트를 맡아 화음을 쌓자, 최정훈은 피아노 앞에 앉아 지휘자처럼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공연장은 하나의 거대한 합창단으로 변했고, 잔나비는 무대를 지휘하는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버스킹 메들리’였다. 잔나비는 활동 초창기 즐겨 입던 셔츠 차림으로 턴테이블 무대에 올라 데뷔곡 ‘로켓트’부터 델리스파이스의 ‘고백’, 비틀즈의 ‘헤이 쥬드’, 그리고 대표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까지 잇달아 선보였다. 대형 공연장에서 버스킹의 낭만을 재현한 이 무대는 잔나비만의 방식이었다. 관객들은 어느새 2018년 인디밴드 시절로 돌아갔고, “우리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무대 위에 선명히 새겨졌다.
후반부는 질주처럼 이어졌다. ‘알록달록’에서는 손목밴드 불빛이 물결쳤고, ‘정글’에서는 록 스피릿이 분출하며 공연장이 들썩였다. 최정훈은 꽹과리를 들고 등장해 “2025년 제일 뜨거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하며 노래했다. 이어진 ‘아윌다이포유♥x3’, ‘꿈과 힘과 책과 벽’으로 공연을 마무리하며 “간절히 꿈꾸면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앙코르 공연도 뜨거웠다. ‘모든 소년 소녀들 1 : 버드맨’, ‘모든 소년 소녀들 2 : 무지개’, ‘외딴섬 로맨틱’, ‘씨 유어 아이즈’까지 네 곡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환호했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함성은 한참을 멈추지 않았다. 잔나비는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객석을 돌며 관객들에게 연거푸 인사했다.
케이스포돔은 그간 K팝 아이돌과 대형 가수들의 무대였다. 인디밴드가 단독 콘서트로 이곳을 채운 것은 잔나비가 처음이다. 단순히 ‘인디 최초’라는 기록을 넘어, 한국 밴드신 전체의 가능성을 확장한 순간이었다. 잔나비는 화려한 장치 대신 음악과 진심으로 무대를 채웠다. 땀에 젖은 셔츠, 목청이 터질 듯한 보컬, 끝내 포기하지 않은 집념이 공연을 이끌었다. 3시간 반의 여정은 ‘꿈은 결국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도형은 공연을 마치며 “너무 꿈만 같은 공연”이라고 말했다. 최정훈은 “이 공연을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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