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 마카로는 발레리나를 꿈꾸던 소녀였다. 그러나 챈슬러 의장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후, 그녀는 킬러 조직 루스카 로마에서 성장하게 된다. 디렉터와 노기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이브는 비극 이후 12년 만에 킬러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녀는 카틀라 박의 경호를 맡으며 유능한 킬러로 활약하지만, 아버지를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의 열망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날, 이브는 임무 수행 중 자신을 공격한 남자에게서 X 표식을 발견한다. 디렉터는 이브에게 X의 정체를 파헤치지 말라는 경고를 하지만, 이브는 뉴욕 콘티넨탈 호텔의 지배인 윈스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호텔에서 실마리를 얻은 이브는 아버지를 죽인 집단을 추적하기 위해 프라하와 할슈타트로 복수의 여정을 떠난다.
영화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존 윅> 시리즈의 세계관과 규칙을 그대로 유지한다. 모든 킬러는 최고회의의 통제를 받으며, 규칙을 어기는 자에게는 현상금이 붙는다. 이 세계관에서 소믈리에는 무기를 큐레이팅하며, 콘티넨탈 호텔 내부에서는 살인이 금지된다. 존 윅은 킬러 사회의 셀러브리티로 자리 잡고 있다.
<발레리나>는 <존 윅> 시리즈의 영화적 특성을 충실히 계승한다. 주인공 이브는 게임 플레이어에 가까운 캐릭터로, 등장하는 곳마다 난장을 일으키고 적수를 무기고처럼 취급하여 손에 잡히는 만물로 상대를 공격한다. 이브가 첫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클럽에서 벌이는 빙상 액션은 피겨스케이팅을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가득 차 있다. 영화 후반부의 주방 액션과 화염 방사기를 사용하는 결전 장면은 여름 액션 블록버스터의 쾌감을 충분히 제공한다.
해외 관객들은 <존 윅> 시리즈의 전통에 따라 이브의 ‘킬 카운트’를 세었다. 이브의 킬 카운트는 90명으로, 이는 <존 윅3: 파라벨룸>의 85명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이브는 1분당 한 명을 죽인 셈이다. 이브의 액션은 영화의 주제를 형상화하며, 그녀는 노기로부터 “판을 바꿔, 여자처럼 싸워”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여기서 ‘여자처럼’이라는 표현은 대상화된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발레리나>는 이브의 움직임을 통해 액션 스턴트가 취할 수 있는 여성성이 상대의 약점을 민첩하게 파악하는 데 있음을 증명한다.
아나 데 아르마스는 강도 높은 액션의 실감과 함께 인물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울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이브를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관객이 <발레리나>를 보러 가면서 가장 많이 던질 질문 중 하나는 최수영과 정두홍 무술감독의 분량과 쓰임새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멋진 프레임을 제공하지만, 그 사용은 기대 이하이다.
<발레리나>에는 존 윅이 등장하며, 키아누 리브스가 기대할 법한 액션 시퀀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발레리나> 속 존 윅의 액션은 서사에 기능하지 않으며, 새로 소개되는 주인공을 조력하지 못해 다소 사족처럼 느껴진다.
<존 윅> 시리즈는 영화사의 다양한 명작을 오마주해왔다. 예를 들어, 4편의 성냥 불꽃과 사막 일출의 매치 컷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패러디한 것이다. <발레리나>에도 몇 가지 ‘영화 퀴즈’가 숨어 있다. 디렉터의 발레 극장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상영하며, 이브가 급습한 호텔 방에서는 버스터 키턴의 <스팀보트 빌 주니어>가 상영 중이다. 특정 영화가 해당 장면에 맞붙은 이유를 고민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이브와 닮은꼴 캐릭터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리스베트 살린더이다. 두 캐릭터는 모두 문무에 능하며, 머리 싸움과 신체 지구력 모두에서 뛰어난 요원이다. 아나 데 아르마스의 이브는 노미 라파스의 리스베트보다 루니 마라의 리스베트와 더 가까운 모습이다. 두 배우는 캐릭터의 반항적인 속성보다는 섬세한 감정선을 내세우며, 눈빛과 눈썹을 활용해 텍스트 이상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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