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100만 돌파한 '얼굴', 흥행 그 이상의 성과


제작비 2억 원·13회차 촬영으로 완성된 영화
전 세계 157개국 선판매→개봉 25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천만 영화를 보유한 연상호 감독이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한 '얼굴'로 100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상업영화의 틀을 뛰어넘는 유의미한 도전을 택한 그는 흥행에도 성공하는 값진 성과를 거두면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난 9월 11일 스크린에 걸린 '얼굴'(감독 연상호)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가 곧바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감독 소토자키 하루오)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그러다가 15일 다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후 9일 연속 자리를 지켰고 이후에도 꾸준히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개봉 25일 만에 100만 고지를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이렇게 손익분기점(약 6만 명)을 훌쩍 넘은 '얼굴'은 누적 관객 수 105만 명(10일 기준)을 돌파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1위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는 100만 관객을 기록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침체된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독립영화의 평균 제작비(3억 원)보다 적은 2억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상업영화 규모의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자신의 초기작 '사이비'의 대본 작업 이후 곧바로 구상한 것으로, 2018년 자신이 쓰고 그렸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작품은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시도된 적 없었던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들과 만나게 되며 영상화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연상호 감독, 배우 한지현 임성재(왼쪽부터)가 뭉친 영화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연상호 감독, 배우 한지현 임성재(왼쪽부터)가 뭉친 영화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서예원 기자

그동안 정형화된 영화 제작 방식의 틀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걸 고민했던 연상호 감독이다. 이 가운데 '얼굴'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받지 못하는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혔을 때도 끝까지 이야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이 영화에 적합한 새로운 제작 방식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연상호 감독은 초저예산인 2억 원과 20여 명의 소수정예로 기동성있게 꾸려진 스태프들, 기존 장편 영화의 4분의 1에 불과한 3주 간 13회차라는 짧고 굵은 촬영만으로 '얼굴'을 완성했다.

이 같은 프로덕션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희생과 진심이 크게 활약했다. 임영규의 과거 시절과 아들 임동환을 연기하며 1인 2역을 소화한 박정민은 노개런티로 작품에 힘을 보탰다. 또한 다른 배우들은 거마비 수준의 작은 출연료를, 스태프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인건비를 받았다. 대신 개봉 이후 흥행 스코어에 따라 러닝개런티로 보상 받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얼굴'은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고 북미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157개국에 선판매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후 국내에서 베일을 벗은 작품은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극장 누적 매출액 107억 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연 감독은 '얼굴'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의 개성이 더 존중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적은 예산이면 리스크가 줄어드니까 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영화계도 풍성해질 거다. 큰 이익을 남겨야된다는 생각에 공산품을 만드는 형태로 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2억 원의 초저예산을 들고 오랜 영화 동료 20여 명과 함께 단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차 촬영만으로 얼굴을 완성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연상호 감독은 2억 원의 초저예산을 들고 오랜 영화 동료 20여 명과 함께 단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차 촬영만으로 '얼굴'을 완성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영화를 탄생시켰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물론 '얼굴'이 제작되고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연상호라는 이름값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천만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계시록' '지옥' 시리즈 등을 연출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고 두터운 팬덤층을 보유한 감독이다.

연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 와우포인트가 제작비를 전액 부담했고 투자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배급만 담당했다. 그리고 그의 전작들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은 배우들이 출연했다. 다시 말해 연상호 감독이기에 가능한 프로젝트로, 이러한 획기적인 제작 형태를 모두가 실행할 수 있다고 기대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얼굴'은 독립영화 전용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멀티플렉스에 걸리며 상업영화의 형태로 관객들과 만났다. 다시말해 독립영화의 기적이라기보다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로 나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레이블의 가능성을 열게 한 작품으로 바라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그럼에도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고 높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도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한 채 씁쓸하게 퇴장한 영화가 많았던 만큼, '얼굴'의 흥행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작은 규모이지만 결코 작지 않은 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작 방식의 가능성과 출연료 및 제작비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인식시켜 줬다.

이렇게 단순히 흥행을 넘어 한국 영화계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 '얼굴'이다. 이 같은 결과가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지, 또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 탄생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얼굴'은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박정민 분·권해효 분)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박정민 분)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전국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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