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뉴페이스 고갈로 '재탕·삼탕 캐스팅' 한계
시청률 겨냥한 화제 인물 섭외·편집에 의존 '악순환'
트롯 오디션은 매년 맞불 편성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TV조선은 '미스트롯' 시즌 4를, MBN은 '현역가왕' 시즌3(두번째 여자가수 편)를 12월 중 방영 목표로 준비 중이다. 사진은 '미스트롯' 시즌1 주역들. /더팩트 DB[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열풍이 대한민국 방송가를 뒤흔든 지 벌써 수년이 흘렀습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필두로 지난 6년간 수많은 후속 프로그램이 쏟아졌고, 덕분에 대중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장르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초기의 신선함과 폭발력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명이 다했다' '약발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괜한 얘기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실력자들의 고갈이 가장 큰 문제인데요. 초창기에는 무명가수나 신인 가운데 숨은 보석을 발굴해내는 재미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 있는 가수들은 거의 대부분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얼굴들이 다른 방송에서 반복 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피로감만 안겨줄 수밖에 없습니다. 재탕·삼탕에 가까운 캐스팅이 이어지면서, 더 이상 새로운 발견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제작진은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듯 '파격 섭외' 카드를 꺼내 들기도 합니다. MBN '현역 가왕' 시즌1 여자편에 린이 도전해 화제를 모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발라드로 정상의 자리를 지킨 아티스트가 낯선 장르에 도전한다는 설정은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다만 이런 파격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화제성은 순간적으로 폭발하지만, 결국 '본업 가수의 일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역가왕'은 가수 린을 섭외해 크게 재미를 봤지만, 이어진 시즌2 남자 편에 참여한 환희와 신유는 실패작이었다.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기획 의도에 이용당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더팩트 DB, SNS 캡처◆ '발라드 가수' 린 섭외로 재미본 '현역가왕', 신유·환희는 실패작
'현역가왕'은 가수 린을 섭외해 크게 재미를 봤지만, 이어진 시즌2 남자 편에 참여한 환희와 신유는 실패작이었습니다. 둘 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와 실력을 충분히 갖춘 가수들임에도, 오히려 제작진의 '화제성 실험'에 휘말려 소비된 측면이 큽니다.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기획 의도에 이용당했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왜 굳이 저들이?'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고, 경연 본래의 순수성마저 희석시켰습니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실력보다 스토리'에 목을 매는 제작진의 조급함입니다. 오디션은 원래 실력과 무대가 평가받는 장르지만, 이제는 대중의 눈길을 끌 만한 화제성이 없으면 방송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특별한 주인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제작진의 욕심은 프로그램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노래 실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현실이 결국 오디션의 본질적 가치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으로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아이돌 오디션이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다 비슷한 포맷의 난립으로 급속히 힘을 잃었던 전례가 트로트 오디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사진은 '미스터트롯3' 출연자들. /방송 캡처◆ 오디션 프로그램 '양날의 검, 달라진 '방송시청 패턴 변화'도 영향
급속히 달라진 방송시청 패턴 변화도 영향을 미칩니다. 초창기에는 매주 새로운 참가자들의 무대와 경연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유튜브 클립이나 SNS를 통해 언제든 하이라이트만 소비할 수 있습니다. '몰입'과 '집중'이 사라진 자리를 '이슈'와 '논란'이 대신 채우고 있는거죠. 이는 의외의 인물로, 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가 '미스트롯4' 섭외 제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작진의 고민과 얄팍한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중음악 시장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늘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인을 발굴하고 장르의 저변을 넓힌다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 지나친 상업성과 단기적인 화제성에 휘둘리면 금세 생명력을 잃는 소모적 역기능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돌 오디션이 한때 전성기를 구가하다 비슷한 포맷의 난립으로 급속히 힘을 잃었던 전례가 트로트 오디션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입니다.
대중은 의외로 진정성 있는 무대와 꾸준한 스토리에 오래 반응합니다. 트로트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같은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은 '사랑의 콜센타' 출연자들. /방송캡처◆ 故 최진실 딸 최준희, "제가 '미스트롯'을 왜 나가는데요"에 담긴 뜻
그렇다고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디션의 본질 회복입니다. 화제성 인물을 섭외하는데 매달리기보다, 꾸준히 무대와 음악에 집중하는 참가자들을 발굴해 진정성을 전달해야 합니다. '스토리'는 어디까지나 무대를 보완하는 장치여야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피로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故 최진실 딸 최준희가 "제가 '미스트롯'을 왜 나가는데요"라고 되물은 말은 충분히 새겨볼 만한 합니다.
사실 그동안 트로트 오디션은 무명 가수들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줬고, 대중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안겼습니다. 다만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전제는 한순간의 이슈에 집착하기보다, 장르의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세대와 목소리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기획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중은 의외로 진정성 있는 무대와 꾸준한 스토리에 오래 반응합니다. 트로트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같은 접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이 특별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슈 화제거리로 만들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아무리 그럴 듯한 명분으로 기획하고 포장해도 결국 시청률을 겨냥한 속내까지 감출 수 없습니다. 이는 더 자극적인 섭외와 편집에 의존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파격과 화제성에만 목매는 이런 행태는 결국 피로감과 실망만 안겨줄 뿐입니다. 올 연말 또다시 안방을 장악할 트롯오디션, '약발이 떨어졌다'는 냉정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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