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200편의 DVD·2700권의 서적 배치
충무로역 지하 1층 개찰구 안에 위치…오는 12월까지 운영 예정
충무로역 지하 1층에 위치한 오!재미동은 다양한 영상작품과 예술서적, 편집실과 영상장비 등을 갖추고 있는 공간으로,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박지윤 기자서울 도심에는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이는 모두 접근성은 높고 진입장벽은 낮으며 자료의 양은 방대한,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산업을 조명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더팩트>는 이를 직접 경험하고 방문객들의 이야기도 들어보며 그동안 몰라서 무심코 지나쳤던 시민들을 위한 영화 공간 3곳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한때 한국 영화의 중심지였던 충무로에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문화 놀이터가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전시를 즐기는, 작지만 알찬 공간 오!재미동이다.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이하 오!재미동)은 서울시에서 설립한 공공문화시설이자 (사)서울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하는 공간이다. 2004년 서울영상센터 충무로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다가 2011년 3, 4호선 충무로역 지하 1층 개찰구 안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재개관했다.
다른 장소와 이름이지만 20년 동안 시민들과 만나고 있는 오!재미동은 서울시가 영화·영상 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영상 관련 인프라와 창작 지원 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가 이전하면서 대중적인 영화문화 공간으로 정체성을 확장했다.
오!재미동은 월~토요일 11시부터 20시까지 운영되고 일요일을 포함한 모든 공휴일은 휴관이다. 지하철을 탄다면 충무로역에서 내린 후 지하 1층으로 올라오면 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충무로역 개찰구 오른쪽 와이드 게이트에서 호출 버튼을 누르고 방문 목적을 말하면 들어올 수 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오!재미동은 다섯 가지 재미를 주는 공간이라는 콘셉트 아래 다양한 영상관련 서적과 DVD 등을 즐길 수 있는 '아카이브'와 정기적으로 신진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 '전시실', 매달 다양한 영화가 걸리는 '극장 oh!zemidong CINEMA', 소규모 모임이나 회의 용도로 사용되는 '커뮤니티룸' 그리고 '사무실' 등 여러 구역과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재미동은 다섯 가지 재미를 주는 공간이라는 콘셉트 아래 '아카이브' '전시실' '극장 oh!zemidong CINEMA' '커뮤니티룸' '사무실' 등 여러 구역과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지윤 기자지난 14일 오후 오!재미동을 방문한 <더팩트> 기자는 평일이었음에도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해당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관계자는 "많을 때는 일일 방문객 수가 100명을 넘긴다. 아카이브와 전시실을 찾는 하루 방문객 수가 약 250명 정도"라며 "이 외의 공간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먼저 아카이브에는 OTT 플랫폼 웨이브를 사용할 수 있는 모니터 2대와 DVD를 관람할 수 있는 5개의 감상실이 있다. 약 5200편의 DVD와 만화 웹툰 예술 인문 영화이론 방송영상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약 2700권의 서적이 빼곡하게 꽂혀 있고 이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테이블과 좌석이 마련돼 있다.
또한 많은 이의 이용 후기가 담긴 방문록도 한편에 놓여 있다. 넓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용하고 쾌적하게 영화와 책을 즐기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아카이브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보고 싶은 DVD 케이스를 스태프에게 제출한 후 이름 ID 영화제목을 작성한다. 이후 DVD 디스크를 받은 후 귀중품을 맡기고 안내받은 자리로 이동해 영화를 감상하면 된다. 최대 2명의 하나의 감상실을 사용할 수 있고 ID 당 1일 1편을 관람할 수 있다.
현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유롭게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도 되고 홈페이지에서 영상과 서적을 미리 검색해 볼 수도 있다.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이 추천하는 작품들도 있는데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프란시스 하' '린다 린다 린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카페 뤼미에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 이민화 감독의 추천작들이 걸려 있었다.
아카이브 옆에 자리한 갤러리는 양쪽으로 문을 내어 개방감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오!재미동 갤러리 금의환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11월 22일까지 유수진 작가의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그 곳은 내 마음속에 남아'를 즐길 수 있다.
이어 극장은 28석의 의자를 가진 작은 상영관으로, 매월 다양하고 새로운 매력을 가진 독립·예술영화와 단편영화들이 걸리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지 않을 때는 단체 관람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유료(3시간 기준 평일 60000원, 토요일 80000원)로 공간을 대여해주거나 독립영화의 기술시사나 스태프시사 등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오!재미동은 오는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곧 건립될 서울영화센터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 큰 이유다. /박지윤 기자이날 오!재미동을 방문한 20대 여성 A 씨는 "저번에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했는데 그때는 잠깐 시간이 나서 들린 거라 잘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다시 방문해서 영화 한 편을 봤다"며 "극장처럼 큰 스크린은 아니지만 조용해서 집중하기 너무 좋았다. 다음에는 책을 읽으러 올 예정"이라고 후기를 전했다.
30대 남성 B 씨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빼곡하게 놓여 있는 책들을 보고 들어오게 됐다. 크지 않은 공간인데 많은 영화와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다"며 "꽤 많은 사람이 들어오는 걸 보니까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자주 찾는 것 같다. 저는 이제 막 알게 됐는데 곧 없어진다니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지하철역 이색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곧 건립될 서울영화센터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 큰 이유다. 이에 따라 오!재미동은 구체적인 종료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오는 12월까지만 운영될 예정이고, 해당 공간에서 추억을 쌓은 이들은 '오!재미동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시민모임을 만들어서 서명 운동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오!재미동이 서울영화센터와 비슷한 부분이 물론 있겠지만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다"며 "저희의 아카이브 공간은 서울영화센터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인데 서울영화센터에서도 이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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