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의 챌린지·셀럽들의 응원 상영회 자발적으로 이어져
"우리의 미래를 극장 한가운데로 가져와…관점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지난달 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는 우연히 뭉친 노인 3인방이 공짜로 고기를 먹으러 다니며 살맛 나는 모험을 펼치는 유쾌 발칙 뭉클한 인생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트리플픽쳐스[더팩트|박지윤 기자] '사람과 고기'가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와 원로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를 스크린에 펼쳐내며 누적 관객 수 3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상영관과 상영 횟수가 여전히 적지만, 작품의 힘으로 유쾌한 발견이 되며 잘 만든 독립영화의 저력을 과시하면서 한국 영화계의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감독 양종현)는 우연히 뭉친 노인 3인방이 공짜로 고기를 먹으러 다니며 살맛 나는 모험을 펼치는 유쾌 발칙 뭉클한 인생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더 펜션'을 선보였던 양종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사람과 고기'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와 제26회 캘거리국제영화제, 제24회 트라이베카영화제에 공식 초청된데 이어 "올해의 유쾌한 발견"이라는 뉴욕타임즈와 포브스의 극찬을 받으면서 정식 개봉 전부터 작품성을 입증했다.
이후 스크린에 걸린 '사람과 고기'는 실관람객 평점인 CGV 골든에그지수 98%(이하 7일 기준)를, 네이버 평점 9.18점을 기록 중이다. 여러 상업영화에 밀려 이른 아침이나 심야 시간대에 주로 상영되고 상영관과 상영 횟수가 적었음에도 높은 평점과 호평받으며 입소문을 탔고,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챌린지와 배우 최강희 유태오, 가수 윤상 양희은, 장항준 감독,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의 응원 상영회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제작사 영화사 도로시㈜ 대표 장소정은 <더팩트>에 "'영화가 너무 좋은데 왜 이렇게 상영관이 없냐'는 오랜 관계자들의 항의 아닌 항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그중에 본인이 직접 지인들과 보고 싶다면서 대관을 요청하는 분들도 계셨고 또 다른 셀럽들에게 추천하셨고 그분들이 영화를 보신 후 기꺼이 동참해 주시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근형 장용 예수정(위쪽부터)이 연기 호흡을 맞춘 '사람과 고기'는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고 2만 관객을 돌파하며 조용하지만 꾸준히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트리플픽쳐스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사람과 고기'는 개봉 2주 차 60개에서 3주 차에 73개로 상영관이 확대되고 상영 회차도 늘어나는 '상영관 역주행'을 이뤄냈고,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1만 명을 가뿐히 넘어서고 2만 관객도 돌파하며 조용하지만 꾸준히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과 고기'가 이렇게까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은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형준(박근형 분)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폐지를 주우며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우식(장용 분)과 길거리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 분)과 인연을 맺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고기뭇국을 먹고 싶다는 형준의 말을 들은 우식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훔치고, 세 사람은 형준의 집에서 함께 고기가 들어간 따뜻한 밥 한 끼를 먹는다. 그동안 혼자가 익숙했던 세 사람은 장소를 식당으로 옮겨 함께 공짜로 고기를 먹으러 다니기 시작한다.
돈이 있어야 먹을 수 있고 혼자 먹기에는 서러운 음식이 바로 고기다. 이를 함께 먹으면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세상과 연결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이들의 말 그대로 '고기를 먹고 튀는' 행위는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덜미를 잡히고 만다.
이렇게 영화는 박근형 예수정 장용의 깊은 내공이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을 법한, 그리고 우리에게도 언젠가 찾아올 미래인 노인 3인방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펼쳐내며 존엄한 삶과 늙는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식당에서 고기를 먹고 계산하지 않고 튀는 세 노인의 이야기'라는 단순한 구조 안에 한국 사회의 고령화와 빈곤 그리고 존엄성의 문제를 촘촘하게 담아내면서 말이다. 이 과정에서 서글프고 우울한 감정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는 점도 작품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할머니에게 용돈을 달라고 하는 손자가 결국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식당 주인에게 맞서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달리다가 우식과 부딪힐 뻔했지만 묵묵히 그의 리어카를 밀어주는 청년 등으로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장면 정도만 곳곳에 배치하면서 감정 과잉으로 빠질 수 있는 주제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사람과 고기' 제작사 대표는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 개봉작이 더 많은 지금, 극장은 영화가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나아가는 영화들의 물꼬가 트이고 화두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트리플픽쳐스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원로 배우들로만 구성되고 제작비 규모도 작은 만큼, 여전히 상영관 확보가 어려운 '사람과 고기'다. 관객들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직 진정성으로만 승부 보며 작은 영화여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증명해 냈다.
이에 관계자는 작품의 힘으로 박근형 장용 예수정의 주름을 꼽으며 "소고기뭇국을 먹는 장면에서 그저 국 한 그릇을 마주했을 뿐인 순간에 보여지는 미세한 주름의 떨림은 나이와 상관없이 관객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일상에서 버려지는 사소함과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가올 순간에 대해 선생님들의 주름과 함께 툭 던지는 대사들이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또한 "그 여진에 조용히 눈물을 훔치느라 극장에 불이 켜져도 관객들이 바로 안 나간다. 그 파장의 여파는 그렇게 퍼져나가고 있지만 현재 우리는 상영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과 고기'를 향한 관심과 그로 인한 흥행은 분명 반가운 결과지만, 상영관 부족은 하나의 작품이 아닌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불균형을 실감케 하는 부분이다. 화제 되고 있음에도 상업영화 중심의 편성 구조 속에서 충분한 상영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건 관객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작품의 수가 감소하면서 한국 영화의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끝으로 장 대표는 "시선 밖에 있던 우리 모두의 미래를 극장 한가운데로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모두가 지금 시대의 영화는 무엇을 바라보고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좀 더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더불어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 개봉작이 더 많은 지금, 극장은 영화가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나아가는 영화들의 물꼬가 트이고 화두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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