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편하지만 AI 같은 느낌도 들어"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구분하기 어려울 듯"
생성형 AI를 사용해 솔 힙합 곡 '골목길 랩소디'를 만들었다. 사진은 챗 GPT로 만든 재킷 사진. /정병근 기자어느 분야건 AI가 최대 화두인 시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영화 음악 광고 할 거 없이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해 현실과의 간극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을 닮은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더팩트>가 AI 콘텐츠를 살펴보고 생성형 AI 툴로 음원 만들기에 도전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생성형 AI로 음원을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여럿 등장했다. 많은 이들이 AI로 만든 음원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고, 좀 더 완성도 높은 곡을 만들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도 온라인상에 떠돈다. 궁금했다. 그래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곡을 만들어봤다.
음원 제작 플랫폼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손쉽게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접근성'이다. 만들고자 하는 곡 설명을 짧게 넣기만 해도 그에 맞는 가사와 함께 곡이 생성되고, 설명에 미처 넣지 않더라도 보컬의 성별, 기타 등 악기, 일렉트로닉 신스 발라드 메탈 등 음악 장르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취향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입력값을 설정하는 방법을 담은 메뉴얼이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고, 또 다른 생성형 AI인 챗GPT 등을 통해 입력할 프롬프트를 구체화할 수도 있다. 음악 지식이 있다면 좀 더 섬세하고 풍성하게 곡을 구성할 수 있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조금만 품을 들이면 얼마든지 머릿속의 음악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시대다.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곡 만들기에 도전했다. 음악 전공도 아니고 악기 하나 제대로 다뤄본 적 없지만 AI가 채워주겠지. Suno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먼저 어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살펴본 뒤 무작정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해야 하는 설렘과 불안을 담은 발라드 곡'이라고 입력해 봤다. 수십 초 만에 간주-벌스-프리코러스-코러스-브릿지 등의 구성을 갖춘 2분여의 곡 '떠나야 해'가 나왔다. "익숙한 골목길 이젠 안녕인가 수없이 오르내린 낡은 계단도" 등의 가사도 제법 서정적이었다.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서 장르만 힙합으로 바꿨다.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이 나왔다. 파워풀한 랩으로 "떠나야 해 새로운 곳으로 가야 해/정든 내 동네 안녕 손 흔들어야 해/어색한 지도 낯선 골목 헤매도 결국엔 웃겠지 나도" 등의 가사가 쏟아져 나왔다.
궁금했다. 기존에 발매된 곡의 설명을 프롬프트로 넣으면 어떤 곡이 나올까. 올해 가장 많이 듣고 있는 곡 르세라핌의 'HOT(핫)'을 골랐다. '결말을 알 수 없을지라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메시지', '록과 디스코가 가미된 팝 장르에 서정적인 멜로디의 곡' 그리고 '가사 키워드 burning(버닝)'을 추가했다.
'어둠 속에 갇힌 별빛 길을 잃은 나침반처럼 헤매/작은 불씨 하나 간절히 원해 두려움 속에 멈춰 선 나'(벌스1) '가슴 깊이 숨겨둔 나의 꿈들 이제 깨어나려 해'(프리 코러스) 'Burning 타올라라 마지막 순간까지/Burning 후회는 없어 내 모든 걸 걸겠어/Burning 꺼지지 않아 영원히 빛날 거야'(코러스) 등의 가사와 구성의 2분 50초짜리 곡이 나왔다.
제목은 '타오르는 불꽃'. 일렉 기타로 시작한 전주와 전반에 깔린 드럼 연주가 록을 충실하게 구현했고, 디스코 리듬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냈다. 무난한 구성에 듣기도 편안했다. 보컬과 관련해 따로 지시어를 넣지 않아 여자 솔로곡으로 나왔고 르세라핌의 'HOT'과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두 번의 연습을 거쳐 이전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시어를 조합해 힙합 장르의 곡에 도전했다. 먼저 남자 보컬, 랩, 소울을 누른 뒤 프롬프트 내용을 최대한 쥐어짜냈다.
내가 매일 걷는 합정 뒷골목 지루한 이 길이 누군가에겐 신선할 수도 있고 내가 프랑스 파리에서 신기해하며 걸었던 그 길이 누군가에겐 매일 걷는 지루한 길일 수 있다는 내용의 곡을 생성형 AI로 만들었다. /Suno 재생 화면 캡처가사는 '틀에 박힌 일상도 마음먹기에 따라 재미있게 채워갈 수 있다는 메시지', '내가 매일 걷는 합정 뒷골목 지루한 이 길이 누군가에겐 신선할 수도 있고 내가 프랑스 파리에서 신기해하며 걸었던 그 길이 누군가에겐 매일 걷는 지루한 길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넣었다.
구성은 '약 2분 분량의 미니멀한 비트의 힙합 트랙', '첫 번째 벌스와 프리코러스에 어두운 분위기 속 몽환적인 느낌의 랩. 브릿지 부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피아노 연주. 이후 두 번째 벌스부터 조금 더 힘 있는 랩'이다. 그 어떤 전문적인 지식이 반영되지 않은 초급 수준의 프롬프트다.
그럼에도 세 번째 결과물은 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첫 번째 벌스에 '합정 뒷골목, 익숙한 이 길이 누군가에겐 낯선 설렘일 수도 있지'와 두 번째 벌스에 '파리 에펠탑, 반짝이는 조명 나에겐 특별했지만 또 누군가에겐 일상 속 지루함/지루함 속에 숨겨진 보물 찾아 내 안의 가능성 활짝 펼쳐봐'로 이어간 서사가 의도에 부합했다.
전반부와 후반부 보컬의 대비를 주고 싶었지만 의도대로 되진 않았고 사실 목소리도 마음에 들진 않았다. 피아노 연주만 들어가길 원했던 브릿지에 합창까지 들어갔지만 그건 의외로 괜찮은 느낌을 줬다.
그렇다면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귀에는 이 곡이 어떻게 들릴까. 생성형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평가를 요청했고 이후 AI로 만들었다는 말을 꺼냈다.
한 음악 레이블 A&R 등 관계자들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이들은 "깔끔한 보컬, 듣기 편한 멜로디로 쉽게 따라부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박자감도 그렇고 미디로 찍은 느낌이 많이 난다. AI로 한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리얼 세션으로 녹음하면 더 좋아질 것 같다. 스케치 버전의 느낌도 있다"고 평했다.
이후 생성형 AI로 만들었다고 알렸다. 해당 관계자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구분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단시간에 만들어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 "기술이 많이 발달됐다고 해도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순수 AI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거 같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할지는 미지수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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