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뿌리는 한국"…이상일 감독이 조명한 가부키라는 세계 '국보'(종합)


일본 전체 실사 영화 흥행 2위 등극…19일 국내 개봉

국보를 연출한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13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미디어캐슬 '국보'를 연출한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13일 국내 취재진과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미디어캐슬

[더팩트|박지윤 기자]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국보'가 국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극강의 영화적 체험과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일본에 이어 한국 영화계도 접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일본 영화 '국보'(감독 이상일)의 언론시사회와 내한 기자간담회가 13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메가폰을 잡은 이상일 감독은 이날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영화의 러닝타임이 3시간인데 끝난 후에 화장실이 가고 싶지 않은지 걱정된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 전통 무대 예술 가부키의 세계에서 온나가타(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로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펼쳐낸다.

먼저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를 소재로 하지만 가부키 자체를 그린다기보다는 가부키를 하는 배우들과 이를 지지하고 옆에서 보살피는 가족들에 대한 휴먼드라마에 무게를 두고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 감독은 가부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그는 "저의 뿌리는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에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악인'을 찍고 온나가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굉장히 아름다우면서도 남성이 여성을 연기한다는 게 관점에 따라 그로테스크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5~60년 동안 자신을 갈고닦으면서 그들만이 갖고 있는 모습에 신비성이 있어서 이런 것들을 알아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상일 감독의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디어캐슬 이상일 감독의 '국보'는 국보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미디어캐슬

지난 6월 6일 일본에서 공개된 '국보'는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데 이어 일본 영화 대표로 내년 3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하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화제작임을 입증했다.

앞서 이상일 감독은 지난 9월 배우들과 함께 부산을 찾아 많은 관객과 만난 바 있다.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한 그는 "그때는 영화제의 분위기와 기분을 맛봤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온 거라 긴장이 된다"며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또 저희가 어떻게 전달해야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국보'는 일본 개봉 10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164억 엔(한화 약 1544억 원)을 기록했고 '춤추는 대수사선2: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를 이어 일본 전체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감독은 "놀라운 숫자이자 결과다. 일본에서 계속 상영되고 있는 만큼 곧 더 놀라운 결과를 알리는 게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1주부터 5주까지 관객 수가 계속 증가하는 걸 보면서 작품의 열기를 체감했다. 젊은 층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했고,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입에서 입으로 영화를 전달하는 걸 보면서 놀랐고 기뻤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이상일 감독은 가부키 무대를 생생하게 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가부키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나오는 배우들의 드라마와 무대 위에서의 풍경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가부키 배우로서 연기하는 걸 담으려는 게 아니라 사생활에서 품고 있는 감정이나 평소에 느끼는 중압감과 기쁨 등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클로즈업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국보는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미디어캐슬 '국보'는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미디어캐슬

'국보'는 1년 반의 제작 준비 기간 동안 캐스팅된 배우들의 혹독한 훈련과 스태프들의 치밀한 공정을 거쳐 마침내 완벽한 형태로 탄생했다. 이에 참여한 배우들은 가부키 배우가 되기 위해 똑같이 훈련과 연기를 모두 섭렵해야 했고 영화 속 캐릭터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모두 가부키 배우로서의 마인드로 한동안 지내야 했다.

이렇게 모두가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끝에 완성된 '국보'다. 이에 이상일 감독은 작품에 참여한 모든 배우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특히 순수 혈통이 아닌 재능으로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키쿠오 역을 맡은 요시자와 료를 향해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그는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큰 구멍이 뚫려있는 듯한, 투명하면서도 텅 비어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외형적으로 아름답다. 연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도자기 인형 같은데 연기를 시작하면 그 인형이 살아나는 특수한 분위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이상일 감독은 재밌게 본 K-콘텐츠부터 함께 작업했던 한국 배우들과의 추억까지 전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감독은 "'유랑의 달'을 함께 했던 홍경표 촬영 감독님이 참여한 '하얼빈'을 극장에서 봤다. 영상이 가진 힘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파친코 2' 연출에 참여했는데 김민하와 이민호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해외 배우들과 작업을 했는데 한국 배우들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사고방식과 연기론이 확고하고 기초가 탄탄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됐다. 사실 윤여정은 처음에 무서웠는데 함께 일하니까 신뢰 관계가 형성돼서 기뻤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이상일 감독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혈통과 외부에서 온 인간이라는 영화적인 구조는 제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요소와 겹쳐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다른 나라보다도 한국 관객들이 이런 점을 밀접하게 느껴주신다면 기쁠 것 같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즐겨달라. 그게 최고"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국보'는 오는 19일 국내 개봉한다.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추천 0
  • 댓글 1


 

회사 소개 | 서비스 약관 | 개인정보 처리방침
의견보내기 | 제휴&광고

사업자 : (주)더팩트|대표 : 김상규
통신판매업신고 : 2006-01232|사업자등록번호 : 104-81-76081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189 20층 (상암동,중소기업DMC타워)
fannstar@tf.co.kr|고객센터 02-3151-9425

Copyright@팬앤스타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