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밀리언 셀러 체감 달라
'벤더사' 통하 해외 위주 유통 구조 탓
그룹 엑소의 'XOXO'와 방탄소년단의 'YOU NEVER WALK ALONE'은 '밀리언 셀러'라는 단어를 다시 한국 대중음악계에 부활시킨 앨범이다./SM엔터테인먼트 빅히트뮤직[더팩트ㅣ최현정 기자] 2000년대 이전 밀리언 셀러는 소위 말하는 '톱클래스 가수'의 상징이었다.
실제 당시 90년대와 2000년대 1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변진섭, 신승훈,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룰라, 쿨, 김완선, DJ DOC, 터보, H.O.T., 조성모, god 등은 현재까지도 한국 대중음악계 '레전드' 대접을 받으며 고정 팬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음원시장이 활성화 되고 음반시장이 위축되면서 2001년 김건모와 god를 끝으로 밀리언 셀러를 보기 어려웠으나 2013년 엑소가 첫 번째 정규앨범 'XOXO(엑스오엑스오)'의 리패키지 합산 100만 장을 돌파하면서 한국 대중음악계에 '밀리언 셀러'라는 단어를 부활시켰다.
다만 'XOXO'의 기록은 정규와 리패키지 합산기록으로, 단일 앨범을 기준으로 하면 2017년 방탄소년단의 'YOU NEVER WALK ALONE(유 네버 워크 얼론)'이 'K팝 밀리언 셀러'의 시작이다.
특히 K팝의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팬데믹 시기에 음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100만 장을 아득히 뛰어넘은 600만 장을 돌파한 앨범(세븐틴의 'FML(에프엠엘)')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2025년에도 11월 현재까지 22장의 밀리언 셀러 음반이 탄생하면서 여전한 K팝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다만 2000년대까지의 밀리언 셀러를 직접 경험한 세대라면 현재의 밀리언 셀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2000년대 이전에 밀리언 셀러에 오른 가수들의 대표곡은 남녀노소 모두가 따라부르는 '국민송'의 반열에 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밀리언 셀러에 오른 음반은 실제 해당 그룹의 팬이 아니면 곡의 제목이 무엇인지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 셈법으로 계산해 100만 장이면 대한민국 전 국민 중 51명 당 1명 꼴로 앨범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꽤 이상한 일이다.
이같은 대중적 인지도의 온도차는 최근 K팝 음반이 유통되는 구조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과거의 밀리언 셀러는 거의 모든 수량이 순수하게 국내에서 소비된 반면 현재 K팝 음반은 물량의 대다수가 해외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K팝 음반의 국내 판매량은 최대한 많이 잡아야 전체 판매량의 10%~20% 사이다. 그외는 모두 해외 판매"라면서 "이마저도 코어팬을 중심으로 팬미팅 응모나 포토카드 수집을 위해 개인이 다수의 음반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100만 장을 판매했다고 해서 해당 앨범 수록곡이 전 국민적인 히트송이 되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이 'MAP OF THE SOUL : PERSONA'로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국내 최다 판매 음반 기록을 가지고 있던 김건모의 'Kim Gun Mo 3'(왼쪽)와 2000년대 마지막 밀리언 셀러인 god의 '길'. 해당 앨범에 수록된 '잘못된 만남'과 '길' 등은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국민송'에 등극했다./라인음향 사이더스그렇다면 궁금한 건 나머지 8~90%의 유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다. 음반집계사 한터차트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직접적으로 수출 및 해외 배송량으로 집계된 음반의 수량은 의외로 많지 않다.
전체 판매량 대비 수출 및 해외 배송량이 50%에 달하거나 0.01%도 되지 않는 극단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대부분의 음반의 수출 및 해외 배송량은 20%~30%대에서 형성됐다.
결국 수출 및 해외 배송량으로 집계된 물량을 제외한다고 해도 60% 전후의 음반이 남는 셈으로,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흔히 '벤더사'라고 부르는 K팝 커머스 플랫폼이다.
케이타운포유나 메이크스타 등의 K팝 커머스 플랫폼은 대량의 음반을 사전 주문으로 입고한 후 자체적으로 형성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 소매점 등에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해당 물량은 수출 물량이 아닌 국내 출하량으로 집계된다.
또한 이런 K팝 커머스 플랫폼은 특전이나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K팝 음반의 유통 시장은 최근 수년 간 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메이크스타(위)와 케이타운포유는 대표적인 K팝 커머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최근 수년 간 K팝 음반의 상당수는 이들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메이크스타 케이타운포유해당 업계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 A씨는 "실질적으로 K팝 음반의 물량 대다수가 K팝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유통이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라며 "K팝 커머스 플랫폼은 쿠팡이나 지마켓같은 일종의 오픈마켓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면적으로 보면 유통과정이 늘어나는 것이기에 선입견을 끼고 볼 수도 있으나 K팝 커머스 플랫폼은 오히려 장점이 많은 구조다"라며 "예를 들어 새로운 지역에 진출하려는 그룹이나 해외 진출을 노리는 신인 그룹의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해 마케팅 효과를 제공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또 K팝 커머스 플랫폼은 일반 앨범뿐만 아니라 포토 카드 앨범이나 디지털 앨범 등을 제작해 저렴한 가격에 음반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디지털 앨범은 포토 카드도 수집하면서 판매 수량도 동일하게 집계된다. 이런 이유때문에 K팝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K팝 팬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메이크스타의 매출액은 2019년 40억 원에서 2024년 1200억 원까지 증가했다. 매출액의 증가는 당연히 이들을 통해 음반을 구매하는 K팝 팬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결과적으로 현재 K팝의 업계의 밀리언 셀러 여부는 K팝 커머스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A씨는 "과거와 현재의 밀리언 셀러 체감이 다를 수 있으나 판매하는 방식이나 대상이 더 다양해 졌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라며 "더군다나 K팝 커머스 플랫폼은 K팝의 확산이 곧 자신들의 네트워크의 확장과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제로 K팝 알리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K팝 커머스 플랫폼의 여러가지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는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생각해주면 좋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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