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 이순재가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영결식이 진행됐다. 행사에는 유족과 연예계 동료 및 후배들이 참석했다. 고인과 함께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했던 정보석이 사회를 맡았으며, 후배 배우 하지원과 김영철이 각각 추도사를 낭독했다.

하지원은 추도사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인과 함께한 작품과 그 후 이어온 인연을 회상하며, "연기에 대해 담담하게 나눠주신 대화 속에는 배우로 살아오신 긴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작품 앞에서는 정직하게, 사람 앞에서는 따뜻하게, 연기 앞에서는 끝까지 겸손함을 잃지 않는, 선생님께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영철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신 분"이라고 회상했다. 김영철은 "선생님은 현장에서도 늘 똑같은 분이셨다"며 "상황이 어떻든 누구 앞이든 항상 품위와 예의를 지키셨다"라고 말했다.

고 이순재는 25일 새벽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그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후, 약 70년에 걸쳐 '사모곡', '허준', '공주의 남자'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방송계의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연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지난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에 출연했다.

이순재는 한국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을 세 차례 역임했으며, 1992년 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정부는 고인의 별세 소식에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문화훈장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 문화 향유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영결식에는 배우 김나운, 박상원, 이무생, 유동근, 유인촌, 유태웅, 원기준, 최수종,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동환,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등 많은 동료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되었으며, 오전 6시 20분에 발인식이 진행됐다. 장지는 경기도 이천 에덴낙원이다.

하지원은 추도사에서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마음과 자세를 잊지 않고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하며, "선생님 사랑합니다.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 하지원"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영철은 "선생님은 참 따뜻하게 모든 사람을 바라보셨다"며 "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라고 회상했다.

고 이순재는 한국 대중문화의 산증인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별세는 한국 연예계에 큰 슬픔을 안겼다. 그의 연기 인생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며, 그가 남긴 업적은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