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선이 TV조선 월화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에서 조나정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김희선이 삶의 경험을 녹인 열연으로 응원과 공감을 부르고 있다. 6년 연기 공백을 풀어낸 생활 연기로 아이를 키우는 40대 중년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려 몰입감을 높이는 것.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와 '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감정을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낸 그의 활약에 눈길이 모인다.

김희선은 지난달 10일 첫 방송한 TV조선 월화드라마 '다음생은 없으니까'(극본 신이원, 연출 김정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매일 같은 하루, 육아 전쟁과 쳇바퀴 같은 직장 생활에 지쳐가는 마흔하나 세 친구의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좌충우돌 코믹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김희선은 과거 잘나가는 쇼호스트(홈쇼핑 방송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사람)였지만 아들 둘을 길러내느라 퇴사를 선택한 '경단녀' 엄마 조나정 역을 맡는다. 조나정은 단절된 경력을 딛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하지만 높은 현실의 벽에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작품 속 조나정은 마흔한 살 생일날 친구 구주영(한혜진 분) 이일리(진서연 분)와 약속을 잡지만 아이를 봐주겠다는 남편 노원빈(윤박 분)이 회사 일로 나가버리는 바람에 아이 둘의 성화를 참으며 식당에 도착하는 등 육아에 허덕인다. '경단녀'로서 비참함을 느끼던 그는 6년의 경력단절을 깨고 재취업에 도전한다. 그러던 중 조나정은 전 직장 스위트 홈쇼핑의 경단 탈출 재취업 프로그램에 합격해 다시 쇼호스트로 활동하면서 일과 육아 사이에서 좌충우돌한다.

배우 김희선이 분한 조나정은 결혼과 임신, 출산 후 아들 둘을 길러내느라 단절된 경력을 딛고 다시 재취업해 쇼호스트로 활동하는 인물이다. /TV조선

김희선은 40대 엄마의 육아와 주부의 일상, '경단녀'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리며 몰입감을 높였다. 문화센터에서 해바라기 가면을 쓰고 땀범벅이 된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육아하는 모습과 뽀글거리는 파마머리,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같은 펑퍼짐한 옷차림으로 자연스럽게 아이를 키우는 중년 여성의 일상을 그리며 생활 밀착형 연기를 구현했다.

'경단녀'가 놓인 처지의 쓸쓸함을 전하며 안타까움도 더했다. 생일 선물로 앞치마를 선물하는 남편에게 "내가 설거지가 좋아서 하는 줄 알아? 나 다시 일하고 싶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통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뒤로 미뤄야 했던 캐릭터의 서러움과 간절함을 전했고 이를 공허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리며 씁쓸함을 자아냈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응원을 불렀다. 다시 사회에 나가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서류전형부터 줄줄이 불합격 문자를 받고 무급으로 일하겠다는 파격 제안조차 거절당하는 모습을 포기와 다짐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감정 표현으로 풀어냈다. 이어 화장실 거울 앞에서 목소리 톤을 바꿔가며 혼자 면접 연습을 하는 장면을 통해서는 엄마와 아내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 조나정의 열정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면접 장면과 쇼호스트로 다시 활약하는 모습은 순간의 간절함과 떨림, 긴장과 프로페셔널함이 공존하는 눈빛과 표정, 말투로 캐릭터의 심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벌에 쏘인 멘토 송예나(고원희 분)를 대신해 6년 만에 단독 메인 생방송에 서게 된 캐릭터의 긴장감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단숨에 프로의 눈빛으로 돌변해 활약하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전했다.

배우 김희선이 활약하는 '다음생은 없으니까'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한다. /TV조선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통해서는 현실 공감을 자아냈다. 늦은 저녁 회식에 합류해 끼니를 거른 채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조나정의 모습을 밝은 노래 가사와 대비되는 불안한 눈빛과 어두운 표정으로 표현해 흡인력을 높였다. 이어 이웃집에 맡겨둔 아이들을 향해 뛰어가는 초조한 표정과 저녁 식사를 급하게 먹는 모습, 위로에 터지는 속상함의 눈물까지 감정의 흐름을 촘촘하게 이어가며 다시 일을 시작한 '경단녀'의 고충을 사실적으로 풀어냈다.

앞서 김희선은 '다음생은 없으니까'를 통해 자신의 개인 서사와 맞닿은 캐릭터를 만나 눈길을 모았다. 그가 맡은 조나정은 잘나가는 쇼호스트였지만 6년의 경력 단절을 딛고 재취업하는 인물로 김희선 역시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6년의 연기 공백을 겪었다.

그는 제작진을 통해 "저 역시 결혼 후 6년 동안 연기를 쉬었다. 그 공백기 동안 느꼈던 감정이 조나정과 너무 닮아있다"며 "현실적인 고민과 선택의 순간을 겪어봤기에 이 인물의 감정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집안일과 육아에 묻혀 있던 조나정이 일과 꿈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출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에 김희선은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이미지 변신까지 나섰다. 아이 키우는 중년 여성의 가장 현실적인 비주얼을 선택한 그는 데뷔 후 거의 처음으로 빠글빠글한 파마를 했고 펑퍼짐한 옷차림과 꾸밈없는 얼굴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을 전하려 노력을 기울였다.

한때는 미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국민 여동생' '국민 첫사랑'과 같은 포지션으로 인기를 끌었던 김희선은 이제 인생 경험을 녹인 연기로 40대 중년 여성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으로 표현한 김희선표 '경단녀' '워킹맘'에 공감과 응원이 모이는 이유다.

총 12부작으로 이제 반환점을 맞이한 '다음생은 없으니까'에서 남은 회차 동안 김희선이 보여줄 열연에 기대가 모인다. '다음생은 없으니까'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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