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2'에서 유일하게 면 요리로 1차 통과
희귀병 극복하고 정상급 셰프 등극
진심 담은 요리 전하기 위해 노력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 '무쇠팔'로 출연한 박주성 셰프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소바쥬(Sobajuu)'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이새롬 기자[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과거 소년 만화 주인공은 특출난 출생이거나 남들과 다른 비범한 능력, 재능, 자질 등을 지니고 있는 것이 클리셰였다.
하지만 만화에서도 '클리셰 비틀기'가 유행하면서 지극히 평범하거나 심지어 결함을 안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물론 아무리 클리셰를 벗어난 작품이라도 일단 '소년 만화 주인공'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여 할 소양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올곧은 마음가짐이나 역경을 이겨내려는 노력, 포기하지 않는 근성 등이 그렇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에서도 이런 소년 만화 주인공 같은 출연자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무쇠팔'이라는 닉네임으로 참가한 박주성 셰프가 그렇다.
박주성 셰프는 근위축증으로 인해 오른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요리사로서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에 굴하지 않은 근성을 발휘해 유명 셰프의 반열에 올랐다.
'흑백요리사2'에서도 박주성 셰프는 1차 심사에서 면 요리를 선보인 셰프 중 거의 유일하게 안성재 셰프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합격했고 두 번째 1대1 미션에서는 최강록 셰프를 지목해 요리 대결을 펼쳤다.
알려졌다시피 최강록 셰프는 '흑백요리사2'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다. 물론 박주성 셰프가 결과를 알고 최강록 셰프를 지목한 건 아니겠지만 자신에게 기회가 생기자 주저없이 가장 강해 보이는 상대를 지목한 것도 딱 만화 주인공스럽다.
덕분에 박주성 셰프는 '흑백요리사2'에서 짧은 분량임에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선명한 각인을 새겼고 꼭 '흑백요리사' 시리즈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에 <더팩트>는 10일 오후 박주성 셰프가 운영하는 소바쥬에서 그와 직접 만나 방송에서는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먼저 지난해 12월 '흑백요리사2'가 공개된 이후 약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가 지난 현재, 출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사실 애초에 소규모 팀만 받다 보니까 매장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출연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유튜브나 방송 출연 요청이 늘어난 것이나 식사 후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 등이 많아진 것은 있다"며 웃었다.
박주성 셰프의 말처럼 그가 운영하는 소바쥬는 '흑백요리사2' 출연 전에도 이미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돼 늘 한 달 치 예약이 꽉 차 있는 유명 레스토랑이다.
소바쥬는 현재 8개 좌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당분간 매장을 확장할 계획도 없다. 매장을 찾는 손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박주성 셰프는 "일단 오마카세가 내가 바로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해 주는 것이다 보니 내가 없으면 안 된다"며 "10개 좌석을 해봤는데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더라. 매장을 확장해서 좌석 수를 늘리기보다 똑같은 좌석 수에 좋은 공간에서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나은 접객 서비스를 위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박주성 셰프가 운영하는 소바쥬는 '흑백요리사2'에 출연하기 전에 이미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된 유명 레스토랑이다./이새롬 기자박주성 셰프의 이런 철학은 가격에서도 드러난다. 소바쥬의 런치 코스는 5만 5000원, 디너 코스는 8만 원으로 다른 오마카세 식당과 비교해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책정돼 있다.
박주성 셰프는 "나의 기준은 항상 '내가 먹는다고 생각할 때 먹고 싶고, 먹을 수 있는 요리'다. 그래서 너무 비싼 요리들은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레스토랑이라는 것이 서비스와 인건비도 있고, 입지와 공간도 생각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다 포함이 돼 가격이 책정되는 건데 우리는 최대한 뺄 건 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음식들을 내고 싶었다"며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유연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이 쉽지 모든 것이 오르기만 하는 서울 물가를 생각하면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박주성 셰프는 "그래서 지금 지갑은 좀 얇다. 그래도 당장은 조금 잘 된다고 가격을 막 올리고 싶지는 않다"며 덤덤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가 자신의 시그니처 요리로 메밀을 선택한 것도 이런 철학과 맞닿아있다. 메밀은 실제 박주성 셰프가 어린 시절 가까이 있었고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먹고 싶은 메밀 요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박주성 셰프는 "어머니가 혼자 우리 형제를 키우시면서 도토리묵, 메밀묵 장사를 하셨다. 남은 것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며 "그때 메밀전병을 만들어서 김치 얹어 먹고 뭇국이랑 해서 밥 먹고 이랬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토대로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금은 박주성 셰프의 시그니처가 된 메밀 요리지만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현장에 나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정작 메밀을 요리로 만들어 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박주성 셰프는 "메밀면을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다. 계속 혼자 만들어 보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고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지금의 요리를 완성했다. 지금 하고 있는 메밀 요리들도 따로 배운 게 아니라 내가 창작해서 만든 요리"라고 말했다.
박 셰프가 '흑백요리사2'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만든 이 요리가 과연 좋은 요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박주성 셰프는 "혼자 메밀을 공부했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심사를 받아보고 싶었다"며 "사실 1라운드를 통과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의미였다. 어쨌든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면 요리는 경연에서 내놓기 굉장히 까다로운 음식이다. 특히 '흑백요리사'는 안성재, 백종원 두 심사위원이 모든 음식을 맛보고 합격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요리가 나온 즉시 심사를 받기가 어렵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굳어버리거나 퍼지기 일쑤인 면 요리는 아무래도 심사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흑백요리사2' 1차 심사에서 면 요리를 선택한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박주성 셰프도 "음식이 완성되고 30분이 지나서 심사를 받았다"며 "1차 심사에서 나 외에 면 요리를 해서 올라온 분이 계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나도 경연에서는 면 요리가 불리할 것 같아서 다른 음식을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면을 하는 게 나의 가장 큰 정체성 같아서 결국 면 요리를 선택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리고 참가 목적을 달성했기에 박주성 셰프는 '흑백요리사2'의 결과에 큰 아쉬움은 없다. 박 셰프는 "사실 출연을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출연했다. 출연해서 1차를 통과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나는 아직 애송이인데 대선배들과 함께 경연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라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박주성 셰프는 근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이새롬 기자박주성 셰프는 지금의 결과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지만 그를 응원했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박 셰프의 요리를 조금 더 보고 싶었던 것도 맞다. 때문에 만약 2차전에서 최강록 셰프가 아닌 다른 셰프와 대결을 벌였으면 조금 더 오래 생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박주성 셰프는 "원래 팬이기도 했고, 최강록 셰프의 요리 스타일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의도해서 상대로 나섰다. 주위 흑요리사들에게도 최강록 셰프 상대로 내가 나갈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강록 셰프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모습을 지켜봤을 때는 '다행이다'와 '후회된다' 중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도 궁금해졌다. 이 물음에 박주성 셰프는 "둘 다 아니다.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라며 예의 사람 좋은 웃음만 지어 보였다.
혹시 '흑백요리사3'에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묻자 그난 다시 "절대 아니다"라며 급히 손사래를 쳤다. 박 셰프는 "일단 나와 직원 한 명뿐이라 팀전에 나갈 조건도 안 되고 '흑백요리사2' 촬영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촬영까지 하다 보니 정말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며 웃었다.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박주성 셰프가 시청자들에게 더 큰 응원을 받은 배경에는 근위축증이라는 요리사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음에도 이를 극복하고 경지에 오른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병이야말로 박주성 셰프가 지금도, 어쩌면 평생을 싸우고 이겨 내야 할 '숙적'이다.
박주성 셰프는 "지금도 근위축증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단순히 칼을 쥐는 것도 그냥 쥐면 안 된다. 최대한 칼을 손에 고정하고 어깨를 사용해 식재료를 써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근위축증은 요리가 아니라 일상 생활 자체에도 큰 불편함을 초래하는 병이다. 박 셰프는 "오른손에 근위축증이 발병하고 난 후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하는 연습도 했다. 어린이용 젓가락 교정기를 사서 억지로 손에 끼워서 연습하고 그랬다"며 "사실 병원에서는 신경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아예 목에 깁스를 하고 생활하라고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박주성 셰프가 지금처럼 요리를 할 수 있는 데에는 결국 굴하지 않는 근성과 꺾이지 않은 의지 덕분이다. 박 셰프는 "솔직히 뭘 하든 괜찮은 건 없다. 그냥 머릿속으로 '괜찮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면서 뇌를 지배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박주성 셰프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요리를 향한 그의 진심과 노력은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 셰프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현장에 나가 경험을 쌓았고 졸업과 동시에 '흑백요리사1'에 출연했던 장호준 셰프 밑에서 7년간 일하며 요리 기반을 닦았다.
그 경험과 철학을 담아 오픈한 소바쥬는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는 서울 대표 레스토랑의 위치에 올랐다. 더욱이 박주성 셰프는 1998년생으로 여전히 미래가 더 촉망받는 젊은 요리사다.
누가 봐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업적을 여럿 쌓아 올린 박주성 셰프지만 그는 연신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박 셰프는 "딱히 내가 뭘 바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욕심을 가질수록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좀 버리려고 하고 있다"며 "그래도 소원을 꼽자면 가족과 나의 건강 정도"라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이는 요리 외적인 것에 한한 것이지 요리를 향한 진심만큼은 진짜다. 그의 요리 철학을 묻자 박 셰프는 "그냥 요리가 맛있으면, 진심을 다하면 손님이 온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박주성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말도 '메밀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 줄 몰랐다'는 평이다.
박셰프는 "메밀은 까칠한 재료다. 면을 만드는 것도 까다롭고 습도 조절이나 수분량 조절도 중요하다. 나는 이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이것을 부가적으로 도울 수 있는 향이나 식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래서 매장에서 손님이 내 요리를 먹고 '메밀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몰랐다'고 하면 이 말이 가장 듣기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좋아하지 않거나 평소 즐기지 않는 음식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셰프의 역할 같다"는 멋진 말을 남겼다.
박주성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먹은 손님에게 '메밀이 이렇게 맛있는 요리인 줄 몰랐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밝혔다./이새롬 기자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박 셰프에게 '만화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꺼냈다. 물론 이번에도 박주성 셰프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나도 그냥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고 요리사 중 하나"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그는 "그냥 운 좋게 방송에 나가게 되면서 좀 더 잘 풀린 케이스라고 생각하고 그냥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최대한 겸손하게 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나는 '내가 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주인공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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