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이 인생작 '경이로운 소문'을 만났다. 작품은 OCN 역대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11%까지 돌파하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다. 김세정은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드라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OCN 최고 시청률, 아직도 안 믿겨"

[더팩트 | 유지훈 기자] 1위라는 투표 결과에 "엄마, 오빠, 꽃길만 걷자"며 눈물을 훔치던 소녀가 이렇게나 자랐다. 이 수상 소감을 했던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통해 걸그룹 I.O.I로 데뷔하고 구구단 활동을 거쳐 이제 어엿한 배우가 됐다. 김세정의 꽃길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개했다.

김세정은 지난 24일 종영한 OCN 토일드라마 '경이로운 소문'(극본 여지나, 연출 유선동)에서 도하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작품은 도하나 소문(조병규 분) 가모탁(유준상 분) 추매옥(엄혜란 분)으로 구성된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도하나는 경계심이 많고 매사 시크한 인물로 설정됐고 김세정은 그 면면을 자신만의 연기로 소화했다. 도하나의 날 선 면면은 그의 열연 덕에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빚어졌다.

2017년 KBS2 '학교 2017'을 통해 배우 활동을 시작한 김세정은 당시 걸그룹 출신이라는 이유로 유독 연기력과 관련해 박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그는 '걸그룹 출신 배우'라는 편견을 이겨냈다. '경이로운 소문'은 그의 열연과 함께 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OCN 오리지널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작품의 종영과 함께 김세정은 서면 인터뷰로 소감을 전해왔다. 015B '이젠 안녕'의 한 구절로 시작되는 답변에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Q. 김세정의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경이로운 소문'이 끝났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라는 가삿말처럼 마지막이 아니란 걸 아는 듯한 안녕이었어요. 이번 드라마는 이상하게도 끝이 났는데도 크게 슬프지 않았어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확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꼭 시즌2가 아니더라도 카운터들 그리고 감독님과의 인연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거니까요."

김세정은 극 중 까칠한 면모를 지닌 카운터 도하나를 연기했다. /OCN 제공

Q. 도하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신경을 둔 부분은?

그건 그냥 하나의 성격인 거지, 어둡고 칙칙한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그 성격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배경은 어두울 수 있어요. 하지만 성격이 되고 나면 어두움이 자연스럽게 종종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자연스러움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하나는 아직 어린 아이일 뿐이라고 봐요. 겉으로만 센척하는 여린 아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 OCN 최고 시청률까지 썼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노력과 행복이 맞닿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행복하게 노력한 만큼 결과까지 따라와 줘서 더 기분 좋게 임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욕심이 있다면 한동안은 이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Q. '경이로운 소문'이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속이 고구마처럼 꽉 막히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조금이라도 답답하게 풀리는 전개보다는 저희 드라마처럼 사이다가 나와야 할 부분에서는 사이다가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하셨던 게 아닐까 생각돼요. 다른 이유는 저희 카운터들의 케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자연스럽고 편안한 카운터들의 케미 덕분에 더욱더 함께 하는 장면들이 시원시원하고 재밌게 그려졌던 것 같아요.

Q. 엘리베이터 액션, 발차기 등 고난이도 액션신이 많았고 그만큼이나 호평도 많았다.

액션 장면이 있는 날은 가장 설레는 날이었어요. 물론 액션 장면을 찍는 날은 대기도 길고 체력도 지치긴 해요. 하지만 그날 얼마나 제가 성공해낼지는 그날의 연습과 차분함 그리고 습득력이 판가름을 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가서 몸을 충분히 풀고 합을 안무 외우듯 외운 뒤 선생님 없이도 몸을 계속 움직여 봐요. 그런 뒤에 촬영에 들어가면 더 감정을 눌러요. 차분해질 수 있도록, 흥분하지 않도록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끝이 나 있어요. 점점 할 수 있는 동작이 늘어갈 때마다 희열을 느꼈고 그때마다 '아 액션 재밌다.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세정은 "'경이로운 소문'은 하나와 저 모두를 성장시켰다"며 작품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Q. 드라마 속 메시지 중 기억에 남는 것 무엇인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에피소드가 많았어요. 그중 하나 꼽자면 상처는 언젠가 한 번은 꼭 돌아보고, 보듬어 줘야 한다는 것이에요. 혹시라도 상처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한 번쯤은 마음을 굳게 먹고 마주하는 용기를 내보셨으면 좋겠어요.

Q. 시청자들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저만 알 거라 생각했던 도하나 만의 포인트들을 시청자분들께서 같이 알아봐 주셨을 때예요. 김세정만의 도하나가 아닌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도하나의 흐름으로 가고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하나의 잠옷이 핑크색이거든요. 늘 차가워 보이고 무심해 보여도 잘 때만큼은 핑크색 잠옷을 입고 자죠. 하나만의 귀여운 모습을 시청자분들께서 같이 알아봐 주셔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손 모으는 버릇이나 뒷짐 지는 버릇 등 저의 사소한 것들까지 캐치해 주셔서 '하나를 유심히 바라봐 주셨구나'라고 느꼈어요.

Q. '경이로운 소문', 그리고 도하나 캐릭터는 배우 김세정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나?

하나는 상처받기 싫어 기대하는 걸 멈춰버린 친구였어요. 사실 김세정도 그랬어요. 어느 순간부터 상처받기 전까지의 기대와 꿈만 꾸고 있는 저를 봤어요. '나를 어떻게 다시 깨울 수 있을까' '깨어날 수 있는 걸까' 고민했어요. 이번 드라마는 '꿈꿔도 된다'고 '지금까지도 멈춘 게 아니라 계속 걷고 있었다'고 해주는 작품이었어요. 수많은 실패와 실수가 아닌 긴 여정 중 과정이었고 그 끝은 이뤄질 수 있다는 걸 알려줬어요. '경이로운 소문'은 하나와 저 모두를 성장시켰어요.

Q. 드라마가 끝났으니 앞으로의 계획도 조금씩 세우고 있을 것 같다.

아마 다시 노래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렇게 연기로 달리고 노래로 쉬고, 노래로 달리고 연기로 쉬고. 일을 쉼으로 느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해요. 그래서 계속 달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tissue_hoon@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