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③] 감자연구원→M&A 전문가…현직자가 말하는 '진짜 일'


"실제 직업의 모습과 차이점 분명히 있어"

최근 tvN 토일드라마 감자연구소(왼쪽)와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이 이색 직업을 소재로 다뤘다. /tvN, JTBC 최근 tvN 토일드라마 '감자연구소'(왼쪽)와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이 이색 직업을 소재로 다뤘다. /tvN, JTBC

드라마는 종종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직업 세계를 그려낸다.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때로는 허구 같기도 한 이색 직업들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직군에 대한 인식이나 관심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이에 <더팩트>는 드라마 속 이색 직업의 세계를 살펴보고 실제 직업과의 간극이 얼마나 되는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이색 직업이 드라마 서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으면서 현실의 직업군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직업에 대한 인식 역시 바뀌는 요즘, 실제 해당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은 드라마 속 묘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6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감자연구소'는 감자에 울고 웃는 감자 연구소, 감자가 전부인 미경(이선빈 분)의 인생에 나타난 차가운 원칙주의자 백호(강태오 분)의 이야기를 그렸다. 해당 드라마 방영 이후 감자연구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나, 실제 업계 종사자들은 드라마 속 묘사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감자 품종 연구 및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오리온 감자연구소 황순원 연구원은 최근 <더팩트>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 기획 초기 단계에 감독님, 작가님과도 미팅을 한 적이 있지만 실제 직업적인 부분이 전부 반영되지는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리온은 1988년, 좋은 제품은 좋은 원재료에서 나온다는 원칙하에 소비자들에게 더 맛있고 좋은 품질의 스내글 제공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에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감자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들은 식용감자 품종을 대신할 가공용 감자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이에 현재까지 총 4종의 감자 신품종을 개발했다. 한국에서는 36년에 걸쳐 두백 진서 정감이라는 신품종을 개발했고, 중국에서는 24년 신품종 OA2132를 개발해 현지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감자스낵을 위해 품종까지 연구하는 기업은 전세계에 오리온 펩시코 가루비로 총 세 곳만 존재한다.

황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감자 연구는 대부분 농업 현장에서 이뤄진다. 실내에서 서류나 데이터를 보며 진행하는 연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매일 오전 8~9시쯤 출근해 재배 시설을 점검하고 각 품종의 생육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 현장에서 모든 평가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황순원 연구원은 감자연구소 방영 이후 직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오리온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 근무하는 황순원 연구원은 "'감자연구소' 방영 이후 직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오리온

그렇다면 하나의 감자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 황 연구원은 "최소 10년이다. 그 과정 하나하나 다 연속되다 보니 뭐 하나 중요치 않은 게 없다"며 "최근 몇 년 사이 보급한 신품종의 재배 면적이 꾸준히 늘고 있고 농민들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황 연구원은 드라마 방영 이후 주변으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단다. 그는 "감자가 이런 식으로 연구된다는 거에 있어서는 많은 분들이 모르신다. 그런 면에서 '감자연구소' 방영 이후에는 좀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주변에서도 많은 얘기를 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제작됐는지 이런 것들이 많이 문의도 왔다"고 밝혔다.

감자라는 작물이 실은 끊임없는 품종 개량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상품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점에서 황 연구원은 "'감자연구소' 같은 드라마가 직업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2021년쯤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도 이게 잘 진행된다면 홍보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감자연구소'는 감자연구소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있지만 다소 현실과는 괴리감 있는 모습을 비추긴 했다. 하지만 홍보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협상의 기술'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모멘스는 협상의 기술 방영에 맞춰 협상의 기술로 보는 M&A 진실과 오해라는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했다. /모멘스 모멘스는 '협상의 기술' 방영에 맞춰 '협상의 기술로 보는 M&A 진실과 오해'라는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했다. /모멘스

지난 13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은 드라마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M&A의 역할을 드라마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직업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이에 <더팩트>는 최근 M&A 전문 자문기관 모멘스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멘스는 2021년 6월 국내 2위 매출정산 플랫폼 T사의 매각 자문을 시작으로, 매년 실질적인 성과들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들은 M&A 전문가의 역할에 대해 "M&A 자문사의 역할이 흔히 중개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역할은 중개에서 출발해 전략적 조율자 역할까지 수행한다"며 "매각자와 인수자의 구분에 따른 맞춤형 M&A 전략을 설계한다. 그 이후 잠재 인수자를 탐색하며 초기 미팅을 주선, 서로의 니즈가 부합하다고 판단되면 실사 및 조건 협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멘스는 '협상의 기술' 방영에 맞춰 '협상의 기술로 보는 M&A 진실과 오해'라는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했다. 드라마 속 장면과 실제 M&A 사례를 비교해 전문성과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들은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된 부분 중 하나는 대표자가 직접 협상에 참여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는 점이다"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한마디에 딜은 성산되기도, 무산되기도 한다. 거래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에서 대표자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엇일까. 모멘스는 "M&A 주관사 또는 자문사의 역할이 부동산 중개인처럼 단순화돼 묘사된 부분이다. 강상배 팀장이 스스로를 '이사할 때 부동산 같은 존재'로 설명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지만 실제 자문사의 역할은 그보다는 훨씬 더 입체적이고 전략적인 기능을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모멘스는 M&A 주관사 또는 자문사의 역할이 부동산 중개인처럼 단순화돼 묘사된 부분은 다소 차이점이 있다고 평했다.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모멘스는 "M&A 주관사 또는 자문사의 역할이 부동산 중개인처럼 단순화돼 묘사된 부분은 다소 차이점이 있다"고 평했다. /(주)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이어 "M&A 자문사는 거래 이전에 매도기업의 산업 내 포지션, 재무 구조, 경영자 성향 등을 사전에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인수자 측에 맞춤형 마케팅 자료를 설계한다"며 "딜 진행 중에는 NDA 체결, 조건 협의, 감정 조율, 커뮤니케이션 설계, 그리고 법무·회계 등 외부 전문가의 연계까지도 담당한다. 이는 단순한 중개가 아닌 전 과정 동행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 건의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평균적으로 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모멘스는 "가장 민감한 단계는 실사 및 조건 협상 구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인수자와 매각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극대화되고 실제 기업 가치에 대한 해석 차이도 격화되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계보다도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집중된 구간으로서 민감하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그렇기에 모멘스는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인수 가격 외의 교환가치를 발굴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사의 경우 단순히 재무제표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회계처리의 판단 영역이 실무와 어떻게 괴리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세부 항목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사는 단순한 검증이 아닌 딜 구조의 방향을 결정짓는 본질적 분석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협상의 기술'을 통해 M&A 전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 직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도 다수 생기고 있다. 이들은 청년들에게 "모든 업계는 항상 변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기술이 등장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협상이란 테이블에는 반드시 숫자와 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와의 협업을 위해, 논리적이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상대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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