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최민호, 연극의 맛 알게 된 '열정의 아이콘'


'랑데부'에서 로켓 연구 개발자 태섭 役 맡아 열연
"숨을 곳 없는 연극 무대…공연 할 때마다 성장 느껴"


가수 겸 배우 최민호가 연극 랑데부 공연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가수 겸 배우 최민호가 연극 '랑데부' 공연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룹 샤이니(SHINee) 멤버 겸 배우 최민호가 연극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애정의 크기만큼 열정을 불태우며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빛을 냈다.

연극 '랑데부'로 관객들과 만난 최민호는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인공 태섭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그는 "모두가 뜻이 같고 마음이 통해서 연습부터 결과물까지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오는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랑데부'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가까워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태섭 역은 트리플 캐스팅으로 최민호의 무대는 지난 6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8월 초연한 연극의 재연에 합류한 최민호는 "모든 스태프가 작품에 애정이 커서 거기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저희 작품은 두 명이 극을 이끌어 가면서 메시지와 함께 기쁨과 슬픔을 주는 심플한 매력이 있다"고 '랑데부'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최민호(오른쪽)는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둔 과학자 태섭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 포스터 최민호(오른쪽)는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둔 과학자 태섭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 포스터

2008년 샤이니로 데뷔한 최민호는 가수 활동과 함께 드라마 '화랑' '유미의 세포들' '가족X멜로', 영화 '두 남자' '뉴 노멀', 넷플릭스 '더 패뷸러스'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OTT 플랫폼을 오가며 배우로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로 첫 연극에 도전한 그는 '랑데부'로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오르며 활동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예전부터 연기 욕심과 함께 연극에 관심이 많았지만 기회도 일정도 맞지 않았다고. 그러다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만나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된 것.

다만 작품을 함께한 이순재의 건강 악화로 공연을 완주하지 못한 최민호는 "대선배님이자 대배우인 선생님과 함께하는 모든 과정이 배움이었고 연극을 더 사랑하게 됐다"며 "아쉽게 일찍 마쳤지만 그 아쉬움을 오히려 좋은 감정으로 남겨뒀고 이를 기억하면서 이번에 많은 걸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샤이니로서 전 세계의 여러 큰 공연장에 오르고 있는 최민호에게 연극 무대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일 테지만 지금껏 느끼지 못한 새로운 긴장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유 없이 떨렸다는 최민호는 "제가 실수한다고 지구가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처음이니까 정신과 몸이 다 긴장됐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저는 긴장감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떨리지만 잘 헤쳐나갔단 것 같아요. 제가 쌓아온 감정과 대사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디테일하게 준비했죠. 불안함과 공포가 있었는데 리허설하고 준비를 하면 할수록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공포심이 사라지더라고요. 디테일하게 준비할수록 무대가 단단해질수록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건 연습량과 비례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게 최민호는 첫 등장 걸음걸이와 숨 쉬는 포인트 등 디테일하게 파고들고 대사에 숨겨진 의미를 곱씹으면서 한 겹 한 겹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단단하게 만들어갔다. 또한 대사량이 많기에 매일 샤워를 하며 독백 구간을 되새기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매주 수요일 자장면을 먹는 태섭에 궁금증을 품으면서 이를 따라 하고 있다는 그는 "그렇게 하다 보니까 화요일에 '내일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인물에 가까워지게 되더라. 새롭고 좋았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최민호는 주인공 태섭을 따라 매주 수요일 자장면을 먹고 있다며 인물에 가까워지게 되더라. 새롭고 좋았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SM엔터테인먼트 최민호는 주인공 태섭을 따라 매주 수요일 자장면을 먹고 있다며 "인물에 가까워지게 되더라. 새롭고 좋았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SM엔터테인먼트

어렸을 적 트라우마로 인해 강박증이 있는 태섭은 매주 루틴처럼 주문하던 중국집 주인장의 딸 지희(김하리 분)와 엮이면서 자신을 고립시켰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서서히 깨나간다. 이를 만난 최민호는 '열정의 아이콘'답게 MBTI(성격유형검사)가 J(계획형)인 태섭을 따라 계획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 먹고 공연 전에 꼭 화장실을 가는 루틴을 만들었다는 그는 "양말도 오른쪽부터 신는다. 아직 깨진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변수에 강한 최민호는 J의 삶에 관해 "피곤하더라"고 말하면서도 "변수에 약한 캐릭터를 만나니까 새로웠다. 저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같은 공연이지만 늘 다른 감정으로 공연을 한다. 매번 다른 태섭이 매번 다른 민호를 만나 새로운 극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신기하고 공연이 끝나는 게 벌써 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작품은 블랙박스형 극장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의 가변적 특성을 극대화한 대담한 무대 구성을 보여준다. 무대에 설치된 움직이는 트레드밀은 태섭과 지희의 심리적 거리감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하는 독특한 장치로 활용되며 극장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는다. 또한 패션쇼 런웨이를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의 긴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관객석이 배치돼 연기하는 두 배우를 넘어 관객들의 리액션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는 점과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극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는 점이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이 같은 무대 구조는 연기하는 배우에게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뒤를 돌아도 관객들이 있기에 숨을 곳이 없다는 최민호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할 때마다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저를 보면서 무대에 거의 다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무대가 특이한데 적응하니까 더 재밌다"고 강조했다.

최민호는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는 연극의 세계를 경험하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SM엔터테인먼트 최민호는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는 연극의 세계를 경험하니까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SM엔터테인먼트

그런가 하면 이날 최민호는 잊을 수 없는 관객의 반응을 생생하게 전달해 관심을 모았다. 무대에 걸터앉아 관객을 바라보고 눈을 마주치면서 대사를 이어 나가는 태섭의 소개팅 장면을 언급한 그는 "첫 공연 때는 관객도 너무 놀라면서 눈을 못 마주치고 입을 가리셨는데 저번에는 갑자기 손으로 하트를 만드시더라. 순간 몰입이 깨질 뻔했다. 그 하트가 되게 기억에 남는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공연 전의 루틴을 정해 놓은 최민호가 공연을 무사히 마친 후 매일 하는 것은 바로 팬들의 편지를 읽는 것이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솔직한 후기를 다 읽는다는 그는 "제가 보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다. 또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는데 저희 연극을 보고 용기를 얻어서 가족과 연락해 보려고 한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저의 메시지가 잘 전달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끝으로 최민호는 연극의 매력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고 싶은 의지를 내비쳤다.

"시작하면서 갈증이 해소가 됐지만 갈 길이 멀죠.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는 연극의 세계를 보니까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또 저를 보러 오는 팬들이 연극의 좋은 이미지를 갖길 바라요. 궁금증을 자아내고 의문을 던지는 작품을 만나면 더 파고들고 연구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이러한 작품을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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