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한국 영화계에서 보지 못한 60대 여성 킬러 완벽 소화
세월이 담긴 깊은 눈빛·독보적인 분위기로 관객들 사로잡아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야말로 이혜영의, 이혜영을 위한, 이혜영에 의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그가 아닌 '파과'의 조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유일무이한 배우임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혜영은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에서 모든 킬러가 열광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전설적인 킬러 조각 역을 맡아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가운데, 그는 원작 팬들의 가상 캐스팅 1순위로 계속 언급됐던 이유를 오롯이 연기로 증명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작품은 오랜 세월을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련함을 가지며 '신성방역'에서 대모님으로 불리지만 세월로 인한 한계를 부딪히며 은퇴를 고민하는 조각과 그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벌레를 퇴치하는 일을 반복하던 조각 앞에 어느날 '신성방역'의 새로운 일원이 된 혈기 왕성한 킬러 투우가 갑자기 나타났고, 어떠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조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언제 자신을 겨누는 총을 맞닥뜨릴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흐르는 나날을 보내던 조각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큰 상처를 입은 날 밤에 유기견을 구조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수의사 강선생(연우진 분)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조각은 자신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직접 치료해 준 강선생과 그의 딸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끼고 만다.
작품은 바퀴벌레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NEW결국 조각은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고 했던 스승 류(김무열 분)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투우는 자신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낯선 조각의 모습을 보면서 분노를 느낀다. 그렇게 지킬게 생긴 킬러와 잃을 게 없는 킬러의 가장 강렬하면서도 숨 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메가폰을 잡은 민규동 감독은 원작과 기본적인 설정을 같게 하면서도 조각의 내면에 집중한 소설과 달리 투우의 비중을 늘리고 두 인물의 서사와 갈등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이와 함께 주변 인물 설정에도 변주를 주고 현재와 과거가 같은 시간대에 있는 것 같은 비선형 플롯 구조로 독특한 연출 방식을 더하며 소설과 차별화된 매력을 꾀했다.
이 가운데 이혜영은 소설과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을 장착한 영화 '파과'의 중심축이 되는 것을 넘어 작품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열연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이혜영은 부드럽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단호해지는, 효율을 따지며 빠르게 사람을 제거할 수 있는 간결한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인물의 성격도 잘 드러냈다. 또한 그는 비녀와 총기 등 여러 무기를 활용하는가 하면 로프를 이용해 높은 곳에서 활강하면서 총을 쏘고 던져지고 구르는 등 그야말로 온몸을 내던진 활약으로 러닝타임 내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특히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극 후반부 조각과 투우의 액션신이 단순한 몸의 싸움이 아닌 마음도 싸우는 진짜 대결로 그려진 가운데, 이혜영은 연륜과 경험이 느껴지는 눈빛에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담아내면서 투우와의 지독하고 잔인한 운명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여기에 그는 강선생을 연기한 연우진과도 딱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독특한 관계를 형성하며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여러 관계성으로 관객들의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다.
'파과'는 실관람객들의 만족도 높은 평에 힘입어 CGV 골든에그지수 92%에서 93%로, 좌석판매율 15.8%에서 최고 29.0%까지 치솟았고 동시기 개봉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NEW제목이 '흠집이 났지만 익을수록 완벽하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 만큼, 작품은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을 깊게 조명하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고민하게 되는 자신의 쓸모'에 관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렇게 영화는 액션이라는 장르적 쾌감은 물론 메시지도 녹여내며 감정적 여운까지 선사한다.
다시 말해 이혜영은 글에만 존재했던 유례없는 60대 여성 킬러에 오직 자신만이 갖고 있는 세월의 흔적들이 담긴 에너지와 아우라를 불어 넣으면서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연기력으로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타고난 매력과 독보적인 분위기로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혔고, 찰나의 눈빛으로 인물의 쓸쓸함과 고독함을 충분히 전달하며 살아 숨 쉬는 조각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이혜영은 영화 내내 조각으로 존재하며 '파과'가 더 맛있을 수밖에 없는 사실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신성방역'에서 40년간 활동 중인 레전드 킬러 조각과 그를 쫓는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 분)의 숨 막히는 핏빛 대결을 그린다.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43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와 제15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거뒀다.
다만 개봉 전 받았던 뜨거운 관심이 성적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파과'는 개봉 첫날 3만 3390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4위로 출발했고 누적 관객 수 41만 명(15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CGV 골든에그지수 92%를 기록, 동시기 개봉작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70%)와 '썬더볼츠*'(91%)를 뛰어넘는 수치를 달성하며 실관람객의 높은 만족도를 입증한 것. 이어 CGV 골든에그지수 92%에서 93%로, 좌석판매율 15.8%에서 최고 29.0%까지 치솟았고 동시기 개봉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개싸라기 흥행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파과'가 앞으로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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