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결절 딛고 4일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 발표
"노래의 가치 뼈저리게 느껴..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곡"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누구나 한번쯤 이런 시절 있죠 찬란히 빛나던 날들/박수칠 때 떠났던 나인데 다시 박수 소리에 용기냈죠'. 가수 김현성이 2016년 발표한 싱글 '리즈시절' 가사 일부다. 6년 만의 신곡에서 다시 노래부르기를 꿈꿨던 그는 제대로 '컴백'을 하기까지 9년이 더 걸렸다. 긴 세월 꿈을 간직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준비했고 최선을 꺼내놓았다.
김현성은 1997년 '소원'으로 데뷔해 곧바로 많은 주목을 받았고 2002년 'Heaven(헤븐)'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애절하면서도 맑은 그의 미성과 창법은 대체불가였다. 그러나 2005년 정규 6집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Heaven' 활동을 마친 뒤 다음 앨범을 준비하며 성대결절이 시작됐는데 그걸 참고 몇 년을 더 노래를 부른 대가였다.

회복됐다고 생각한 2010년 싱글 '멀어져가'를 발표했지만 그때도 온전한 목 상태는 아니었다. 무대가 그리웠던 그는 2015년 JTBC '슈가맨', 2016년 KB22 '불후의 명곡', 2018년 '복면가왕'에 연달아 출연했지만 복귀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시 5년 만인 2021년 JTBC '싱어게인2'에 출연했지만 심각한 목 상태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 스스로 "진짜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돌아볼 자책할 정도의 무대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래를 갈구한 그에게 마침내 희망이 찾아왔다. 히트 프로듀서 조영수 작곡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넥스타엔터테인먼트에서 재기를 꿈꾸게 된 것. 그게 2022년이니 벌써 3년 전이다. 준비는 치열했지만 결과에 조급하지 않았고 천천히 탄탄하게 여기까지 왔다.
"'싱어게인2' 끝나고 영수 형이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때 전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나이도 40대고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겁이 많이 났죠. 그래도 무려 영수 형이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거절하나 하는 마음의 충돌이었어요. 한 달 정도 고민을 하다가 얘기를 했는데 영수 형이 기다려 준다고 했어요."
조영수는 보채지도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김현성은 그 시기를 "인생 후반기의 운을 다 가져다 쓴 듯 하다"고 표현할 정도. 김현성은 회사를 그만두고 성대 회복에 전념했다. 일과 재활 병행은 이전에도 해봤고 그렇게 해선 어렵다는 걸 잘 알았기에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다 쏟아부었다. 그렇게 3년여를 우직하게 보냈다.
"처음 활동을 중단한 뒤에 성대 플립은 없어졌어요. 그런데 병원에 가면 진단도 안 나오고 성대는 문제가 없는데 노래가 안 나오는 거예요. 이번에 재활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결절보다 근 긴장성 관련된 문제였더라고요. 100% 완치는 없고 계속 관리를 해야 한대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었고 지금은 80% 정도까지는 회복한 거 같아요."
2022년 결혼한 걸그룹 배드키즈 출신 니카도 큰 힘이 됐다. 혼자도 아니고 가정을 꾸린 상태에서 일을 그만두고 다시 꿈을 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내는 묵묵히 기다려줬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아내의 응원에 김현성은 더 힘을 냈다.

이제 온전히 녹음을 하고 라이브를 할 정도 수준까지 왔다고 판단한 김현성은 지난 4일 신곡 '다시 사랑하려 해'를 발표했다. '리즈시절'은 프로젝트성 음원이었고 정식으로 내놓는 정식 신곡은 15년 만이다. 새로운 소속사와 계약하고도 3년을 더 끈기 있게 준비한 김현성은 특유의 미성을 바탕으로 밀도 높은 보컬과 힘 있는 고음을 모두 살렸다.
조영수 작곡가가 곡을 썼고 '싱어게인2' 심사위원이었던 김이나 작사가가 노랫말을 썼다. 김현성은 "어떤 스타일의 곡이 좋을 지 영수 형이 고심해서 나온 결과물", "저와 프로덕션이 준비할 수 있는 최선의 곡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불렀던 노래들이 있으니까 선택지가 넓진 않았어요. 지금 시대의 대중이 들어도 좋게 들리는, 오래된 느낌 들지 않는 곡이었으면 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딱 짚어서 써줬어요. 잔잔하게 서정적이고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멜로디였고 후반부 고음 부분 음역대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90년대 팝 사운드 느낌의 곡이에요."
김이나 작사가의 노랫말도 만족스러웠다. 김현성의 모든 과정을 다 알고 있는 김이나는 그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냈다. 김현성은 "메시지나 이런 게 너무 강조되지 않으면서, 사랑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다 넣었다"는 생각에 '역시 장인'이란 마음이 들었다. 특히 '어쩔 수가 없는 일들이 있어' '간절해 본 적이 있나요'가 와 닿았다고.
"정말 제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문장들이에요. 목이 아팠고 회복이 안됐고 열심히 했고 그런 수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있는데 그걸 한 문장으로 딱 얘기해줬거든요. 제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면서 심사위원이었던 김이나 작사가가 제게 해준 말처럼도 들렸고요. 그래서 장인이시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묵직하게 새로운 한걸음을 내디딘 김현성은 거창한 뭔가를 바라지 않는다. 녹음하는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녹음실로 올라가던 때, 녹음 부스에 들어가는 순간의 설렘과 뭉클함을 간직하고 무대 하나, 가사 한 소절, 내뱉는 한 음에 온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간절함이 그의 마음에 여전히 가득하다.
"열심히만 했던 때 이후 많은 부침을 겪기도 하고 노래를 하는 게 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 과정을 겪으면서 마음이 많이 단련됐어요. 뭔가를 할 수 있는 그 자체에 감사해요. 예전만큼 활동은 못 하겠지만 그동안 내지 못했던 음악들을 계속 발표하고 싶어요. 잘 준비해서 하나씩 내놓는 걸 꾸준히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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