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서 표남경 役으로 열연
"'언슬전', Re-born 프로젝트의 마침표가 된 작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그야말로 배우 신시아의 '슬기로운 연기 생활'이다. 데뷔작인 영화 '마녀2' 공개 이후 약 3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언슬전' 캐스팅까지도 1년 반에서 2년 가까운 기다림이 이어졌다. 어렵게 촬영에 돌입한 뒤에도 드라마는 1년간 편성이 미뤄진 끝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오랜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첫 드라마임에도 캐릭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섬세한 연기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신시아는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속도로 단단해졌다. "이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는 인사를 세상에 건넨 셈이다.
신시아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극본 김송희, 연출 이민수, 이하 '언슬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표남경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언슬전'은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입덕부정기'를 거쳐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8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앞선 시즌이 율제병원 본원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언슬전'은 종로 분원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여기에 기존 출연진 대신 고윤정 신시아 강유석 한예지 정준원 등 신에 배우들이 새롭게 출연해 신선함을 더했다.
워낙 이전 시즌이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터라 스핀오프에 출연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터다. 신시아 또한 "원래도 신원호 감독님의 작품을 너무 재밌게 봤다. '슬기로운' 시리즈도 많이 좋아해서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있던 것 같다"며 "'내 몫을 잘 해내서 이 세계관에 피해가 되지 않도록 진짜 잘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시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언슬전'은 당초 지난해 5월 '눈물의 여왕' 후속으로 방송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향후 5년간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 총 1만 명 늘리는 증원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파업을 선언하며 편성이 미뤄졌다.
결국 '언슬전'은 1년간 편성이 연기되며 표류했고, 지난달 12일에서야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신시아는 "1년 만에 보는 거다 보니까 되게 반가우면서도 익숙했다. '드디어 우리의 노력이 세상에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기뻤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쉬움은 있었죠. 하지만 제가 '언슬전'에 캐스팅되기 전까지도 기다림의 시간이 1년 반에서 2년 정도 있었어요. 기다리면서 엄청 힘들기도 했고 괜찮아지기도 했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다림에도 끝이 있구나'라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언슬전'이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도 언젠가는 나올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되게 감사했어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더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신시아는 극 중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 차 표남경으로 분했다. 표남경은 잠은 포기해도 메이크업은 포기할 수 없는 율제 최고의 패셔니스타다. 미용실에서 최신 유행 컬러로 염색을 하고 짧은 출근길을 위해 공들여 화장을 한 뒤 수술복을 입는 순간에도 명품 목걸이를 놓지 못하는 인물이다.
"남경이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왜 이런 말을 하고 행동하는지 이해될 때까지 남경이 입장에서 생각했죠. 남경이의 성장 배경이나 환경 같은 거를 더 구체적으로 그리려고 했어요. 꾸미는 걸 좋아하는 남경이가 무너지고 꼬질꼬질해졌을 때 남경이의 정체성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똑 부러지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꼬질꼬질해지는 부분을 잘 보여드릴 수 있게끔 망가지려고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남경이로 존재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표남경은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환자와 마주해 따뜻한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환자 대처에 서툴러 당황하던 그는 동기들의 조언을 듣고 이를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며 점차 의사로서의 성장을 거쳐 갔다. 특히 마지막 회에서는 생과 사를 모두 지켜보는 응급실 장면을 통해 감정선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표남경도 의사로서 성장했지만, 신시아도 배우로서 성장한 장면같다"고 호평했다.
"마지막 회에서 제가 꼭 남경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원래는 남경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극 말미에 갔을 때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남경이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져서 조금 더 편안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응급실 장면에서도 생과 사를 다 지켜보고 남경이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를 고민을 많이 했죠."
신시아에게 '언슬전'은 첫 드라마 진출작이다. 지난해 영화 '마녀2'로 눈도장을 찍은 뒤 TV에 진출하게 된 만큼 감회도 남달랐다. 특히 첫 드라마로 의학 장르를 소화한 데 대해 "TV에 나오는 저 자신을 처음 보다 보니까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믿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병원에 가서 참관도 하고 전공의 선생님들 만나서 가벼운 인터뷰도 해봤어요. 수술 장면을 연기할 때는 따로 선생님이 오셔서 교육도 받고 실제 모형에다가 연습도 해봤죠. 전반적으로 산부인과 전공의들이 꼭 알아야 하는 지식을 많이 습득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디테일의 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뿐만 아니라 신시아는 극 중 호흡을 맞춘 고윤정 강유석 한예지와 함께 OST '달리기'도 가창했다. 그는 "OST를 너무 불러보고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셨다. 완전 꿈만 같았다"며 "'달리기' 가사가 저희 드라마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같았다.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이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을 가지고 녹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인 만큼 신시아는 '언슬전'을 통해 확실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6개월 넘는 기간을 촬영하면서 매일매일 성장했던 것 같다. 드라마가 처음이다 보니 처음에는 시선 처리나 대사 뱉을 때 긴장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남경이가 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려면 체력이 꼭 뒷받침돼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멘탈이나 체력적으로 많이 보충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책도 많이 읽었죠.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이야기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수용할 건 수용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면서 단단한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목표가 이뤄진 것 같아요."
'언슬전'을 통해 대중에게 배우 신시아의 이름을 각인시켰지만, '마녀2' 이후에 유독 공백기가 길었다. 그는 "원인을 저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보니까 제 문제인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느 순간부터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안 되겠다 싶어서 생각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안 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다시 태어나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많이 알게 되고 용기도 얻게 되더라고요. 그때 딱 만난 작품이 '언슬전'이었고 그때 했던 프로젝트가 'Re-born(다시 태어나다) 프로젝트'였어요. 이 프로젝트 하기 전에 신원호 감독님과 처음 만났고 시간이 지나 감독님을 다시 뵀는데 '너 왜 다른 사람이 돼서 나타났어'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언슬전'이 'Re-born 프로젝트'에 마침표가 된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과 직업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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