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중 이명기 役으로 열연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배우 되고 싶어"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이토록 악랄한 인물이 또 있을까. '오징어 게임3'의 이명기는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안겼고 그 분노의 화살은 배우 임시완을 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반응은 결국 '연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욕하고 싶지만 누구도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복잡하고도 입체적인 악역을 실감 나게 완성해 낸 임시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이유다.
배우 임시완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감독 황동혁, 이하 '오징어 게임3')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이명기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징어 게임3'는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만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총 6부작으로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2021년 공개 당시 넷플릭스 역대 시청 수, 시청 시간, 시청 가구 수 모두 1위를 기록한 시즌1의 배턴을 이어받았다. 특히 공개 직후 93개국 넷플릭스 1위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서사에 불필요한 캐릭터, 개연성 없는 사건, 방향성을 잃은 이야기 등을 이유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특히 임시완이 연기한 명기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들은 역대 시즌 통틀어 최악의 '빌런'이라 혹평을 보내고 있다.
이명기는 유튜브 코인 채널을 운영하며 투자 방송을 하다가 잘못된 정보를 알려줘 구독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를 보게 만든 인물이다. 이후 자신 또한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되자 구독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준희(조유리 분)를 게임장 안에서 만나게 되고 준희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혼란에 빠진다. 게임 초반에는 준희를 지켜주려고 하는 듯 보였으나 남규(노재원 분)의 설득에 넘어가 준희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사람들을 죽이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특히 게임에서 살아남아 우승하기 위해서 모든 걸 내던진 인물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준희가 낳은 아이를 빌미로 기훈을 협박하게 되고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이런 극악무도한 행동에 작품 공개 직후 명기를 향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임시완은 이러한 반응을 처음부터 예상했단다.
"감독님과 촬영을 하면서 '앞으로 명기가 나오고 나면 이래저래 욕 먹을 일이 많을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보니 훈련이 돼 있었죠. 제 인스타그램에 욕을 하러 많이들 방문해주시고 계셔요.(웃음) 그렇지만 이건 배우로서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즐기고 있어요."
특히 마지막에 아이를 데리고 협박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도 혼란이 많았단다. 그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다. 과연 이 캐릭터는 어디까지가 진심일까. 나쁜 인물이라면 어디까지 계산적인 인물일까를 계속 고민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심한 공포감에 집중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1차원적인 공포감은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인 성기훈이라고 생각했죠. 저보다 피지컬도 더 큰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공포감이 들었을 거예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렇기에 임시완은 명쾌한 답을 찾고 촬영에 임하지는 않았다. 그는 "캐릭터를 준비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는데, 감독님이 악역에 가까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마냥 죄책감에 빠지는 인물도 아니고 또 너무 매정한 악역으로 치우치는 것도 아닌 그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저는 명기가 사실 마냥 악역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또 굉장히 욕하고 싶은 인물이라고 볼 수는 있을 거 같아요. 한편으로는 인간적인 악역으로도 보여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타노스(최승현 분)의 무리 중에 있는 인물이 가장 악랄한 악역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즌2와 시즌3를 접하고 나니까 명기가 참 비호감이긴 한 것 같아요.(웃음)"
악역을 연기할 때 모두가 그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임시완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 명기 역할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혼란스러웠단다. 그는 "이 작품은 '오징어 게임'을 향한 팬심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기준점이 다르긴 하다"며 "대본을 읽고 나서 제 배역에 애정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캐릭터에 대해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굉장히 더 모호해지는 거예요. 이 인물이 어떠한 방향성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죠. 어떨 때는 게임을 진행시키는 O편에 서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X편에 서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혼란을 더 가중시켰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작업이기도 했죠. 하지만 이게 배우로서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그 말은 또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니까 성취감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가장 이해가 안 갔던 명기의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잠시 고민하던 임시완은 "'준희랑 혹시 무슨 관계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그게 마음까지 와닿는 대사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도대체 이 인물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길래 이렇게까지 혼란을 줄까 싶었어요. 근데 생각해 보면 캐릭터라는 건 캐릭터화가 됐기 때문에 캐릭터인 거예요. 반대로 사람이라는 건 1차원적으로 해석할 수가 없는 거죠. 의외성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게 모여서 그 사람의 인격이 되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명기라는 인물을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람으로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임시완은 이러한 높은 난이도의 캐릭터를 훌륭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자칫 잘못하면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고 감독의 의도가 잘 전달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임시완은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 '빌런' 중에서도 최고의 '빌런'을 완성했다.
"캐릭터와 제가 가까이 맞닿아 있으면 어떠한 정서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지점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더 집중을 해야하고 에너지가 쏟아지다 보니 더 진이 빠지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임시완에게 '오징어 게임3'는 충분히 탐구할 만한 거리가 많았단다. 그는 "흥미로운 부분에서는 충분히 많이 충족을 시켜줬던 것 같다. 더불어서 스트레스도 같이 안겨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징어 게임3'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이제는 또 어떠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된 작품인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도 있네, 저런 모습도 있네 궁금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또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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