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를 맞이한 벡델데이, 9월 6일~7일 KU시네마테크에서 진행
벡델데이는 대중문화의 대표격인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 및 보편화하고 영화 영상 콘텐츠 속 양성평등을 돌아봄으로써 문화다양성 향상에 기여하는 콘텐츠 페스티벌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더팩트|박지윤 기자] 영화와 영상 속에서의 양성평등을 조명하고 대중과 함께 성평등한 콘텐츠가 나아갈 길에 관한 의견을 나누면서 문화 다양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벡벨데이가 올해 6회를 맞았다. 켜켜이 쌓인 시간만큼 업계의 환경도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간 개봉한 영화와 공개된 시리즈물 중에서 양성평등에 가장 앞장선 작품들과 한국 영화계에서 계속 커지고 있는 벡델데이의 존재감을 들여다봤다.
DGK(한국영화감독조합)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벡델데이 2025는 양성평등주간(9월 1일~7일) 중인 9월 6일부터 7일까지 KU시네마테크에서 이틀간 열린다. 이는 대중문화의 대표 격인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 및 보편화하는 페스티벌로, 2020년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양성평등지수로 제시한 세 가지 테스트에서 착안해 기획된 이후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양성평등주간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평등사회 실현을 촉진하기 위해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으로 지정한 주간이다. 1996년 여성 주간으로 운영되다가 2015년 명칭이 변경됐고 올해로 30번째를 맞이하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의 발표일인 9월 1일이 법정 기념일로 제적된 것을 기념해 양성평등주간은 기존 7월에서 9월 첫 주로 변경됐다.
벡델데이는 미국의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영화 속에서 양성평등이 얼마나 균등하게 재현되는가를 가늠하기 위해 만든 ①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 나올 것 ②1번의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③이들의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이라는 기존 벡델 테스트에 ④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 영화인일 것 ⑤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남성 주인공과 여성 주인공의 역할과 비중이 동등할 것 ⑥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⑦여성 캐릭터가 스테레오 타입으로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4가지 항목을 추가하며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벡델테스트 7'을 기반으로 양성평등 관점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품은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
벡델데이는 2020년에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양성평등지수로 제시한 세 가지 테스트에서 착안해 기획된 이후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작품 포스터벡델데이 2025는 위의 기준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공개된 영화 125편(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전국 10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 실질 개봉작 및 OTT 오리지널)과 시리즈 102편(공중파 및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채널, OTT 오리지널 등에서 공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DGK 소속 감독 30인이 창작자의 시각에서 직접 대상작들의 벡델테스트 조항을 확인해 보는 예비 심사 과정을 거친 후 내부 검토를 거쳐 총 30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이후 벡델데이 2025는 가장 양성평등한 영화와 시리즈를 각 10편씩 선정하는 벡델초이스10과 양성평등에 기여한 영상 창작자들을 감독·작가·배우·제작자 4개 부문으로 선정하는 벡델리안을 공개했다.
이러한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데에는 대중에게 벡델데이를 인지시키고자 하는 목표와 함께 영화와 시리즈를 만드는 창작진들의 변화가 성평등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이유가 뒷받침됐다. DGK 소속 감독들이 예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창작자들이 벡델데이를 다시 한번 인지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이러한 인식 재고는 감독들이 작품을 연출할 때 행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작은 토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것.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더팩트>에 "벡델초이스 10과 벡델리안에 선정된 창작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벡델데이가 선정할 수 있는 연출자로서의 가능성을 가진 창작자들이라는 점이 중요했다"며 "한해 개봉한 모든 작품을 창작자들이 직접 검토하는 제도를 도입한 경위다. 벡델데이의 행사 진행 과정도 조합원인 감독들 모두가 공유하고 있고 앞으로도 감독들의 행사 참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굿파트너' '옥씨부인전' '정년이' '폭싹 속았수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이 올해의 작품을 선정하는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 포스터올해 영화 부문 벡델초이스10로 수녀가 퇴마의 주체인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 범죄 누아르 액션물을 여성의 시선으로 전복한 '파과'(감독 민규동)와 '리볼버'(감독 오승욱), 성별과 나이의 장벽을 허문 슈퍼히어로물 '하이파이브'(감독 강형철), 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의 고충을 그린 '그녀에게'(감독 이상철), 젊은 여성의 시각을 통해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의 공기를 반영한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혐오를 현실 스릴러로 만든 '럭키, 아파트'(감독 강유가람), 여성 간의 연대를 담은 '딸에 대하여'(감독 이미랑), 임신한 학생과 선생을 통해 세대와 입장 차이를 극복한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현정), 여성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캐릭터들의 입체성을 조명한 '빅토리'(감독 박범수)가 선정됐다.
시리즈 부문 벡델초이스10은 브로맨스가 아닌 워맨스의 '굿파트너',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을 통해 사회문제를 유쾌하게 시사한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일터로 바꿔 들어가 겪는 현실을 통해 여성이 처한 상황과 극복을 그린 '미지의 서울', 입시 경쟁으로 몸살을 앓는 소녀들의 이야기 '선의의 경쟁', 조선시대에서 약자를 보호하는 여성을 통해 전복적인 가치관을 전개한 '옥씨부인전', 가족 간의 애정으로 스릴러적 서사의 밀도를 높인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1950년대 여성 국극단에서 활동하던 여성의 성장사를 담은 '정년이', 평범한 아줌마들로 여성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한 '정숙한 세일즈', 여성과 엄마, 할머니에 관한 섬세한 전개로 거대한 감정의 스펙터클을 보여준 '폭싹 속았수다', 의학물의 구조 속 여남 구도의 사제지간을 통해 기존의 전형성을 극복한 '하이퍼나이프'가 선정됐다.
벡델리안으로는 '딸에 대하여'의 이미랑 감독과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 '파과'의 이혜영과 '미지의 서울'의 박보영, '최소한의 선의'의 김수연 작가와 '옥씨부인전'의 박지숙 작가, '빅토리'와 '하이파이브'를 만든 안나푸르나필름 이안나 대표와 '정숙한 세일즈'를 만든 하이지음스튜디오·221b의 제작자 한석원·황기용·신혜미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라인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 증가했는데, 이를 통해 여성이 창작자의 성별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매력적인 서사의 중심으로 인정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시리즈물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물에서 여성 서사와 캐릭터를 출현시키면서 뚜렷한 변화를 보였고 플랫폼의 성격과 기획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였다.
이에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벡델데이 2024 시리즈 부문 벡델리안으로 선정된 'LTNS'의 전고운, 임대형 감독은 작품을 만들 때 벡델테스트를 고려했다고 했다. 벡델데이가 6회에 접어들면서 그간 현장에서 만난 창작자들이 행사에 대해서 벡델데이의 취지에 부합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걸 느낀다"며 "성평등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적인 시선에 대한 자정작용은 이미 기획 개발 단계에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 별적인 시선에 대한 자정작용은 이미 기획 개발 단계에서 스토리 라인, 캐릭터 설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바라봤다.
벡델데이 2025는 오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KU시네마테크에서 이틀간 열린다. /한국영화감독조합올해 벡델데이의 슬로건은 지난해와 동일한, 'Equal(이퀄)'이라는 단어의 알파벳 E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E롭게 GENDER E퀄리티'다. 성평등한 영화와 시리즈가 차별없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평등한 가치를 실현한 작품과 창작자들을 조명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벡델데이는 2022년부터 시리즈 부문을 확장시키고 영화와 똑같은 무게를 주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K-콘텐츠를 조명하는 장을 마련했다. 2023년 벡델초이스10의 극장 상영 및 현장 토크를 개최하며 관객들과의 접점을 늘렸고, 올해는 벡델리안들과 함께 콘텐츠 내 양성평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벡델리안과의 만남'과 벡델데이의 취지를 보다 쉽고 편안하게 관객들에게 알리는 '특별 기획 토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독립영화 진영에서 양성평등이 균등하게 보이는 작품들은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꾸준히 많고 유지가 되고 있으나, 순제작비 30억 원 이상의 상업영화에서는 여성 감독의 활약('교섭' '파일럿' '시민덕희' '그녀가 죽었다' '대도시의 사랑법' 등)이 돋보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한국영화 개봉작의 급감과 함께 성비의 불균형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
결국 산업 위기로 신인감독의 진입이 유독 저조한 시장 상황에서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이 더 많이 가로막혀 있다는 점은 한국 영화계가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와 관련해 이 프로그래머는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요소는 벡델초이스 선정작 외의 작품에서 보이는 캐릭터 성별의 불균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벡델초이스10에 선정된 작품에서 여성 주연 영화의 캐릭터가 괄목할 만한 입체성을 보여준 것과 달리 상업영화 안에서 서브 주연인 여성 캐릭터의 구현은 아직 풀어야 할 부분이 많은 영역"이라며 "대작에서 남-남 주연 구도가 많아지는데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구색 맞추기 용도로 입체성을 얻지 못한 채 등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균형 잡힌 성별의 재현을 방해하는 요소로 여전히 한국영화가 풀어야 할 캐릭터 구현으로 보인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영화 산업의 위기론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되는 때 외적 위기에 직면해 영화의 질적 향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특히 플랫폼의 다변화로 인해 자극적인 요소와 일회성 소비에 그치는 영상물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화제성이 영향력으로 직결되고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시각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여과 없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본 이화정 프로그래머는 "콘텐츠에 재현된 성비 불균형과 성차별, 왜곡된 성 역할의 이미지를 재생산도 그중 하나"라며 "특히 미디어를 통해 형성되는 인식이 개인의 사고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균형감과 책임감은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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