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소니가 최근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읽을 때만 해도 자신이 극 중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을 터다.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작품으로 다시 만났을 때는 감회도 남달랐다. 그렇게 은수가 된 전소니는 한 편의 이야기이자 책과는 다른 새 작품을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했다.

전소니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극본 김효정, 연출 이정림)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백화점 명품관 VIP 전담팀의 유능한 대리 조은수를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7일 오후 8부작 전편 공개된 '당신이 죽였다'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갖기 위해 절박한 선택을 해야만 했던 두 친구의 서사를 따라가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전소니는 작품이 기획되기 전부터 일찌감치 원작 소설을 접했다. 그는 "확실히 영상으로 볼 때보다 책으로 볼 때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재밌게 읽었고 주인공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로 흘러갈지 몰입하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힘이 강하다고 생각했다"며 "이후 대본을 받았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야기 같아 찾아보니 내가 읽었던 원작을 각색한 것이 맞았다"고 돌이켰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잔상처럼 남아 여운을 안기고 싶었단다. 전소니는 "누군가는 나를 대입해 위로나 용기를 얻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도 오히려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령 상관이 없더라도 이 이야기는 결국 사람이 사는 모습과 닮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각자의 방식으로 비유하거나 연결해 볼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분명히 얻어갈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저는 어려운 이야기를 피하고 싶지 않아요. 다만 어떻게 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느낀 순간부터는 '누가 이 이야기에 동의할까 아닐까'보다 저부터 인물과 이야기에 당당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되짚고 고민하면서 최선을 다해 나아갔죠."

배우 전소니가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에서 원작과 달라진 설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는 원작을 한국 문화에 맞춰 각색하면서 여러 설정도 변경했다. 그중 하나는 이무생이 연기한 진소백의 역할이다. 원작에서는 여성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작품에서는 남성으로 성별이 바뀐 데다 은수와 희수의 복역 후 삶까지 책임질 정도로 유대가 깊다. 때문에 '비슷한 상처를 공유한 여성의 연대'가 조금 더 강조됐던 원작과는 다소 다른 결이 됐다.

이에 몇몇 시청자들은 굳이 성별을 바꿔야 했을지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원작을 알고 있는 전소니의 입장은 어땠을까.

그는 "모든 문제를 타파하고 나아가는 데 있어서의 선택과 결정, 행동은 희수랑 은수가 다 한다. 진소백은 두 사람의 마음의 지지가 되고 그림자가 되는 역할 정도라고 생각했다"며 "또한 은수와 희수가 여성이지만 누군가를 지옥에서 구하고 힘을 실어줄 때는 남녀 구분 없이 모두이길 바란 마음에서 성별을 바꾼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극 중 전소니가 연기한 은수는 현실적인 직장인으로 동시에 오래된 상처와 죄책감을 품은 인물이다. 이에 전소니는 "은수를 그릴 때,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이나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를 통해 '직장 생활에서 체득된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례로 VIP팀 판매 직원이라면 고객이 원할 때 있어 주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빠졌으면 할 때 빠질 줄 아는 사람이지 않나. 그런 유연함 속에서 은근한 기싸움도 해내는 사람, 긴장은 하지만 밀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했다"고 짚었다.

배우 전소니가 넷플릭스 '당신이 죽였다'에서 은수 역을 맡은 가운데 함께 호흡을 맞춘 이유미와 이무생 장승조를 언급하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넷플릭스

이후에는 엄마를 폭력에서부터 왜 구해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고자 했다. 전소니는 "은수 또한 어렸을 때는 '언젠가 엄마를 구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왔을 거다. 자신이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엄마랑 나랑 우리끼리의 가족을 새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새 그렇게 쌓아 올린 삶이 소중했을 거다. 하지만 엄마를 구하려면 이런 것들을 다 포기해야 하니 망설임이 생겼을 것"이라며 "그렇게 죄책감과 후회, 자책감이 생겼을 때 희수의 상황을 본 것도 주요했다. 감정적으로 쌓인 상황에서 친구인 희수까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을 테고 결국 살인이라는 결정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소니는 이번 작품이 그리고 은수와 희수의 선택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건 아니더라도 화두는 던질 수 있길 바랐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원대한 목표를 꿈꾸진 않는다. 다만 보고난 사람들 마음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치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그전에는 못 보고 지나쳤던 것들이 보이는 정도여도 좋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은수를 연기하면서 인간 전소니 또한 스스로를 깨닫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현실에서 남긴 것도 있죠. 바로 장롱면허에서 탈출했다는 점이에요.(웃음) 생각해 보면 전 일이 핑계가 되는 게 아니면 도전을 크게 하는 편도 아니고 새로운 걸 경험할 일도 잘 없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이 죽였다' 덕분에 운전을 하게 돼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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